2막을 내리고 3막을 올립니다.

by 이병록 posted Jul 1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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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굳이 주기로 구분하려니 두 가지 기준이 있고, 구분하는 연령대가 비슷하다. 첫번째는 가족 단위로 구분하면, 부모에게서 피부양자 신분을 1막으로 하고, 독립하여 부양자가 되는 것을 2막, 다시 자식을 내보내고 사는 것을 3막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다른 기준은 직장을 갖기 위한 준비기간을 1기, 직장생활을 2기, 은퇴한 후의 삶을 3기로 구분하면 대강 맞아 떨어진다. 얘들이 결혼이 늦어진 점이 변수이고, 3막이 중요해진 것은 평균 연령이 늘어나서 은퇴 후에도 2~30년을 더 살기 때문이다.
20살에 사관학교에 들어가서 부터 가족과 떨어지고, 경제적으로도 독립을 하였다. 이후 55세에 직장을 그만두고 제 3막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타고 7일 만에 사관학교에 들어갔으니 머리 길러보고 사복을 입고 사회생활을 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3막에 거는 기대가 굉장히 크다. 학생에서 군인으로 이제 사람으로, 진짜 사람인 것이다. 정말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몇 달 충분히 쉬면서 여행도 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었는데 한 달만 겨우 쉬고 다시 직장생활을 해야한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두번만 강의를 하니 어떻게 보면 시간 보내기가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경상도와의 인연을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2의 인생을 진해에서 즉 가야권에서 시작했고, 결혼도 그쪽 사람과 했고, 3의 인생도 또 그쪽에서 해야한다. 고향 순천을 위해서 뭔가를 해 주고 싶지만 이상하게도 인연이 닿지 않는다.
그리고 3막에서 이사는 마지막 이사는 아니지만 한 곳에서 정착하고 싶었는데, 또 다시 부산으로 이사를 해야하고 거기가 정착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순천에서 차비만 주는 곳이 있다면 그것을 핑계삼아 순천을 자주 찾고 싶다. 역마살이 좋은 방향으로 작동되기를 기대해본다.
7월 31일날은 2막이 끝나고 3막이 시작하는 날이다. 주변에서 전역하는 사람들 보면 도망치는 사람같이, 죄지은 사람처럼, 전역식을 하지 않고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미덕인 분위기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떳떳하게 할 소리 하면서 전역은 하되, 일면식도 없는 장병들을 행사장에 차출해서 고생시키지 않고 지인들에게 내가 해군에서 전역하는 느낌을 주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였다. 가까운 인천에서 하고, 거창한 의전 대신에 현수막 하나는 걸어놓고 샴페인은 터뜨릴 자격이 충분히 있다. 연극도 막이 바뀌면 박수를 치는데 나도 친구와 동료들의 박수와 환호속에 2막에서 3막으로 바꾸고 싶다. 찾아온 친구들을 조그만 배에 태우고 인천 앞바다를 항해하고, 가까운 무인도인 팔미도 동백숲을 산책한다면 해군 냄새도 풍기면서 찾아주신 분들에게 조금은 미안함을 덜 수 있다. 정식 군함은 아니고 보조정이지만 해군 제독으로서 내 개인기를 마지막으로 휘날리고 국제항인 인천항을 항해할 수 있는 전역식을 구상하고 있다.
 
그리고 3막은 관군에서 의병이 되는 날이다. 조국이 통일될 때 까지,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될 때까지 

서울 사랑방은 8월 모임을 마지막으로 하고 문을 닫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