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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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자 길더의 <얽힘의 시대>(노태복 옮김, 부키)는 20세기 양자 물리학의 역사를 대화로 재구성한 책이다. 그 책 표지에 이런 말이 쓰여 있다. "잠시나마 내가 양자 역학을 이해했다고 여길 뻔했다"(매트 리들리) 그만큼 잘 쓴 책이라는 뜻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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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테그마크의 유니버스>(김낙우 옮김, 동아시아)를 읽고 비슷한 착각에 빠졌다. 혹시 나도 급팽창이론과 다중우주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닐까? 아마도 착각일 테지만 그만큼 명쾌하고 산뜻한 책이었다. 김낙우 교수님의 훌륭한 번역이 그런 착각을 부추긴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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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내가 탄복하며 읽은 것은 제8장까지이다. 9~11장은 개인적으로 별로 매력을 못 느껴서 대충 건너뛰며 읽었다. 마지막 12~13장은 건너뛰지는 않았지만 저자에 대한 예의상 의무감으로 읽었다. 아마도 저자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얘기가 이 4레벨 다중우주에 있음을 눈치 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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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은 빅뱅과 급팽창의 관계에 대한 나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준다. 이 부분은 아마도 백북스의 다른 분들에겐 당연하고 평범한 설명일 수도 있겠다. 나로서는 이제껏 잘못 알고 있었던 부분을 교정함으로써, 그동안 꼬여 있던 실타래가 저절로 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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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흔히 접한 설명이나 빅뱅 개념도(NASA)를 보면 빅뱅 직후 급팽창이 있었던 것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인플레이션 이론을 빅뱅 이론의 한 부분을 보완하는 이론 정도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다중우주에 대한 개념도 꼬여버린다. 다중우주를 빅뱅의 범주 안에서 이해하려는 억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겨우 1단계 다중우주 정도 밖에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그게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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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맥스 테그마크의 명쾌한 설명을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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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팽창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우리는 급팽창이 빅뱅 직후에 일어났다는 주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급팽창은 빅뱅 직전에 일어나서 빅뱅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뜨거운 빅뱅을 시간이 시작된 사건으로 정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1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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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이라고 불렀던 것은 궁극적 기원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부분에서의 급팽창의 종말에 가깝다. 우리는 빅뱅조차 무언가 훨씬 더 거대한, 지금도 커지고 있는 나무 같은 구조의 작은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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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그마크에 따르면 빅뱅보다 급팽창이 먼저다. 급팽창이 펼쳐놓은 ‘공간’의 한 부분에서 빅뱅이 일어난다. 그런 빅뱅은 그 공간의 다른 영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우리 우주는 그런 무수히 많은 빅뱅 중 하나가 빚어낸 결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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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테그마크는 우주보다 더 큰 개념으로 ‘공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것이 레너드 서스킨드가 <우주의 풍경>에서 사용한 ‘풍경(landscape)’과 같은 개념일지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우주’의 개념도 달라진다. 이제껏 ‘존재하는 모든 것’의 개념으로 생각했던 ‘우주’는 ‘우리 우주’로 축소된다. ‘공간’ 속에는 ‘우리 우주’와는 다른 평행우주, 다중우주가 존재할 가능성이 열린다. 테그마크는 개념의 혼동을 불러일으킬 ‘우주’라는 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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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우주가 존재할 수 있다고 한 이상, 우리가 속한 우주를 그저 우주(the universe)라고 하는 것은 좀 오만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그 용어를 되도록 쓰지 않을 것이다.(1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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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테그마크의 설명을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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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의 어떤 부분은 급팽창 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빨리 팽창하고 있고, 다른 부분에서는 급팽창이 끝났기 때문에 천천히 팽창하고 있다. 공간의 어떤 지점에서는 급팽창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1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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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팽창은 원자보다 작은 것에서 시작해서, 외부 공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은하를 포함하는 무한한 공간을 창조해낼 수 있다. (1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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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팽창은 밖에서 보기에는 원자보다 작아 보이는 부피 내부에 무한한 우주를 창조할 수 있다. (1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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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팽창의) 안쪽 공간이 팽창한다고 해서 외부에서 보기에 차지하는 공간의 양이 꼭 늘어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이 무한대의 우주는 밖에서 보기에 원자보다 작은 블랙홀처럼 보일 수도 있다. 겉보기에는 작은 블랙홀 같으면서도 안에서 보기에는 무한의 우주인 어떤 것 …. (1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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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빅뱅이라고 하는 것은 공간의 우리 부분에 대한 급팽창의 시작이 아니라 끝이다. 그리고 급팽창은 보통 다른 지점에서는 영원히 지속된다. (1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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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팽창이 펼쳐놓은 공간은 자연스럽게 다중우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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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다중우주는 ‘우리 우주’ 안에 있지만 관측의 범위 밖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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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우주’는 구형 영역으로 여기서 나온 빛이 빅뱅 이후 140억 년 동안 우리에게 닿을 시간이 있었던 곳이다. 우리가 현재 아는 한, 우리 우주는 1,000억 개의 은하를 포함한다. (1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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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분명 엄청난 양이지만, 더 멀리 떨어진 공간에 그보다 더 존재할 수 있을까? 급팽창의 예측에 따르면 더 있다. 우리가 그 우주를 아직 보거나 또는 다른 어떤 접촉도 하지 못한 이유는 그곳에서의 빛 또는 정보가 아직 우리에게 닿을 만큼의 시간이 흐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장 간단한, 하지만 절대 유일한 것이 아닌 평행우주의 예이다. (1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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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먼 영역에 있는 우리 우주와 같은 크기의 공간을, 1레벨 평행우주라고 부르고 싶다. 모든 1레벨 평행우주가 모여 1레벨 다중우주를 형성한다. (1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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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레벨 평행우주에 관한 테그마크의 설명을 임의로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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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우주의 입자 수는 10118개이며, 이들이 배열할 수 있는 가짓수는 1010118승 가지이다. 우리 우주는 그런 모든 가능한 양자 상태 중 한 가지이다. 따라서 우리 우주의 지평선 너머에는 양자 배열이 다른 상태가 이어질 것이다. 그런 평행 우주가 1010118승 개가 펼쳐져 있다. 그 모든 가능성 다음에는 다시 우리 우주와 동일한 양자 상태의 우주가 있을 것이다. (199~200p 임의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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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레벨 다중우주를 이해하면 2레벨 다중우주의 개념도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그것은 이 책 202쪽과 204쪽의 그림 한 장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직관적이다. 테그마크는 2레벨 다중우주를 나무 모양의 구조로 설명하는데, 나무의 가지들이 각각 1레벨 다중우주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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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팽창 영역은 모두 빠르게 팽창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결국 급팽창은 종료되고 각각 1레벨 다중우주를 이루는 U자 모양 영역을 창조한다. 그 모두가 함께 2레벨 다중우주를 이룬다.(2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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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레벨 다중우주는 휴 에버렛의 다세계해석이 보여주는 다중우주다. 이에 대한 설명은 양자역학 관련 도서들이 많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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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레벨 다중우주는 모든 수학적 가능성의 집합과 같다. 테그마크는 아마도 이 부분을?주장하기 위해 이 책을 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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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그마크의 결론은 우주는 수학적이며, 우리의 존재 자체가 추상적 수학적 구조와 구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인 듯하다. 이 수학적 우주가 흔히 말하는 ‘정보 우주’ ‘홀로그램 우주’ ‘시뮬레이션 우주’와 어떻게 다른지는 좀 더 공부해볼 영역이다. 수학적 우주는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개념으로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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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지만 나는 이 정도로 이해했다. 좋은 책을 소개해 준 백북스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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