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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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포스티노(Il Postino)는 시인 파블로 네루다에게 우편물을 배달해주다가 그와 친구가 되고 시를 알게 되는 시골청년 마리오의 이야기이다. 영화 속에서 마리오는 입버릇처럼 때로는 마법의 주문처럼 메타포(metaphor, 은유)를 잡고 지낸다. 메타포는 그를 시인으로 만들고 연애의 달인으로 만들고 혁명가로 만든다. 알다가도 모를 메타포 또는 은유.


그동안 시를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어렵다고 느낀 이유가 은유“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시어로 표현된 의미를 읽어내고 싶어도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들 때마다 시인의 위대함은 넘사벽이라며 좌절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올라온 강연 자료를 보고 시골청년 마리오의 마음으로 때는 이때다싶어 냉큼 서울로 달려갔다. 다행스럽게도 나익주 박사님의 강연을 듣고 난 후 마음이 가벼워졌다. 시인들의 시어는 객관적 유사성을 발견하는 그들의 특출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A is B라고 표현했어도 객관성 유사성이란 말에서 객관성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표현한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시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도 비난할 이유도 없다. 쌀쌀맞은 애인을 냉면에 빗대듯이 때로는 봄날의 새끼곰만큼 사랑한다고 표현할 수 있듯이, 은유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삶을 통해서 얼마든지 쓰일 수 있다.


은유란 하나의 개념영역을 다른 개념영역을 통해 구조화하고 이해하는 사고과정이다. A를 B의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마음을 호수로 표현하고 사랑을 눈물의 씨앗으로 비유하듯이, 추상적인 개념을 인간이면 누구나 경험하는 신체적 기반에 둔 체험을 통해서 이해한다. 은유는 사고과정과 이해과정에서 나타나는 개념적 과정에서 일어나고, 은유가 개념의 문제이고 사고의 문제라면 바로 삶의 문제가 된다. 텍스트의 제목 “삶으로서의 은유(Metaphors we live by)"는 ”우리의 삶을 주도하는 은유“를 의미한다. 은유가 곧 우리의 삶이다. 강연자료에 들어있는 수많은 예들을 보고 있자면 은유가 아닌 것이 없을 정도다. 우리는 은유에 의해서 살아간다는 말이 맞다.


은유와 더불어 낱말의미의 본성을 밝히느라 동원된 개념인 “프레임”도 대상의 개념을 구조화하는데 쓰인다. 예를 들어 ‘종합부동산세 대 세금폭탄’에서는 “폭격 프레임”이 쓰여 폭탄에 대한 이미지로 인해 서민들도 부자감세에 동조하게 된다. “선진화 프레임”의 경우는 선진국은 성인이고 후진국은 미성년이라는 개념으로 선진국의 횡포를 수용하게 된다. 은유와 프레임이 문학에서나 존재하지 정치나 사회현상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싶지만 위에서 “삶은 은유”라고 말했듯이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We live by metaphors. We even die by metaphors."가 성립되는 무시못할 상황이 생긴다. ^^

텍스트의 저자인 레이코프는 언어학자로서의 은유 이론을 법, 정치, 음악, 신경과학, 수학, 교육 등에 적용하였다. <도덕의 정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프레임 전쟁>, <자유 전쟁>, <정치와 마음, 뇌> 등의 저서에서 확인~ 박사님께서 원저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심혈을 기울여 번역하셨다고 한다. 특히 <도덕의 정치>는 강추!


은유“때문”이 아니고 은유“덕분”에 깊이 이해하고 사고할 수 있었었었다는 걸 오늘에야 깨달았다. 그리고 은유의 함정들에 대해서도 잘 골라낼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도 배우게 되었다.

멋진 강연 들려주신 나익주 박사님 고맙습니다.


2012.06.29.



덧말 :


- 시골서 올라왔다고 책까지 선물해주신 이병록 제독님! 고맙습니다.
이름표도 만들어주시고 책없다고 강연자료까지 챙겨주시는 세심함. 대단하셔요^^ 


- 연탄 이정원님의 떡도 내려오면서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반가운 얼굴들이 많아서 기차시간 쫓겨 내려오는 게 내내 아쉬웠습니다.
다음엔 시간 넉넉히^^ 뒷풀이까지 갈래요.ㅎㅎ


  • ?
    이기두 2012.06.30 11:10
    윽 !
    새벽 두시,
    아마 도착하자 마자, 올린 듯,
    그리고 완벽한 후기, 놀랍네요.
    은유보다 신비로운 후기 고마우어 ~~~~Eo.

    그리고, 쌍둥이 맘,
    백일떡 감사해요.
    애기 잘 키우세요.
    다음에 예쁜 애기 사진좀 보여주시길 ^ ^
  • ?
    우현종 2012.06.30 11:10
    와우..! 꼼꼼하게 기록 고마워요.
    일찍 내려가셔서 얼마나 서운하던지 ㅎㅎ

    남수씨 글에서도 언급한 바로 '객관적 유사성(objective similarity)',
    시어는 객관적 유사성을 발견하려는 노력이나 위대한 능력이 아니고

    시어는 은유를 사용하는
    개개인의 '인지된 유사성(perceived similarity)'에 근거한 의미의 전이라고 정리하셨네요.

    너무나 당연한 은유의 성질을 확인한 시간이었네요.

    소소하게 적어가는 자신만의 글들이
    누군가에게 꼭 이해되어야하는 객관적인 글이어야할 필요가 없다는 위로가 당연시된 시간이었네요.

    반대로 말하자면, 시를 읽는 독자 역시 꼭 객관적 기준 내용으로 음미해야할 필요 없이 자신만의 인지로써 은유할 수 있겠지요.

    비도오고 밤깊어 자정이 되어가는데
    나익주 박사님은 서울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셨겠지요.

    보내드리기 전까지 정성스런 이야기 그리고 겸손하신 모습에 감사드립니다.

    처음으로 저 스스로 저자에게 사인을 받고싶었고,
    좋은 글귀 받았습니다.
  • ?
    이병록 2012.06.30 11:10
    모임, 뒤풀이에 이어 후기로 완성되는 행사의 종결.
    종결자 정남수 회원님의 후기로 복습의 완성,
    가뭄을 끝내는 비가 쏟아져서 어수선했지만
    자발적 뒤풀이를 원하는 회원님들의 열기도 좋았습니다.
    뒤풀이에 동참을 못해 아쉽습니다.
  • ?
    나익주 2012.06.30 11:10
    정남수 님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써주신 후기 덕분에 '어제 강연에서 죽을 쑤지는 않았나 보다'라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개념적 은유에 대한 정확한 평을 해주셨습니다.

    레이코프의 저작 중에서 제(나익주)가 번역한 것은 <삶으로서의 은유> <몸의 철학> <프레임 전쟁> <자유 전쟁>(저의 의지와 상관 없이 출판사에서 마음대로 <자유는 누구의 것인가>로 제목을 바뀌었음), <폴리티컬 마인드>입니다. 모든 저작을 번역할 때 최선을 다했지만, 저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책은 <자유 전쟁>이었습니다. 하지만 제목을 출판사에서 마음대로 바꾸어 이제는 꼭 제 책 같지 않습니다. 그래도 내용은 바뀌지 않았으니, <자유 전쟁>이라는 제목을 떠올리면서 읽으시면 됩니다. <폴리티컬 마인드>는 그제(2012.06.27)에사 나왔구요. 독자에게서 어떤 평을 들을지 모르겠습니다.

    <도덕의 정치>(손대오 역, 백성 출판사)는 번역에 정말 문제가 많습니다. 번역 오류에 대한 아무런 수정 없이 제목만 바꾸어 <도덕, 정치를 말하다>(손대오 역, 김영사)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고요. 개념적 은유 이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번역을 하여 원문을 심하게 훼손하는 곳이 너무 많습니다. 차라리 원서(Moral Politics)를 읽으십시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는 비전공자가 옮겼지만, 좋은 번역입니다.

    저 자신은 <삶으로서의 은유>와 <자유 전쟁>을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폴리티컬 마인드>에도 새로운 내용(신경과학적인 증거)을 담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초청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나익주
  • profile
    김형태 2012.06.30 11:10
    정남수 회원님의 순수한 열정과 나익주 박사님의 지식기부 실천이 백북스의 위상과 품격을 올려 주셨습니다.
    인천에서도 두 분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마음의 감사장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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