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차 서울백북스 후기 : 삶으로서의 은유 - 나익주 박사님

by 정남수 posted Jun 30,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영화 일포스티노(Il Postino)는 시인 파블로 네루다에게 우편물을 배달해주다가 그와 친구가 되고 시를 알게 되는 시골청년 마리오의 이야기이다. 영화 속에서 마리오는 입버릇처럼 때로는 마법의 주문처럼 메타포(metaphor, 은유)를 잡고 지낸다. 메타포는 그를 시인으로 만들고 연애의 달인으로 만들고 혁명가로 만든다. 알다가도 모를 메타포 또는 은유.


그동안 시를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어렵다고 느낀 이유가 은유“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시어로 표현된 의미를 읽어내고 싶어도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들 때마다 시인의 위대함은 넘사벽이라며 좌절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올라온 강연 자료를 보고 시골청년 마리오의 마음으로 때는 이때다싶어 냉큼 서울로 달려갔다. 다행스럽게도 나익주 박사님의 강연을 듣고 난 후 마음이 가벼워졌다. 시인들의 시어는 객관적 유사성을 발견하는 그들의 특출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A is B라고 표현했어도 객관성 유사성이란 말에서 객관성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표현한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시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도 비난할 이유도 없다. 쌀쌀맞은 애인을 냉면에 빗대듯이 때로는 봄날의 새끼곰만큼 사랑한다고 표현할 수 있듯이, 은유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삶을 통해서 얼마든지 쓰일 수 있다.


은유란 하나의 개념영역을 다른 개념영역을 통해 구조화하고 이해하는 사고과정이다. A를 B의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마음을 호수로 표현하고 사랑을 눈물의 씨앗으로 비유하듯이, 추상적인 개념을 인간이면 누구나 경험하는 신체적 기반에 둔 체험을 통해서 이해한다. 은유는 사고과정과 이해과정에서 나타나는 개념적 과정에서 일어나고, 은유가 개념의 문제이고 사고의 문제라면 바로 삶의 문제가 된다. 텍스트의 제목 “삶으로서의 은유(Metaphors we live by)"는 ”우리의 삶을 주도하는 은유“를 의미한다. 은유가 곧 우리의 삶이다. 강연자료에 들어있는 수많은 예들을 보고 있자면 은유가 아닌 것이 없을 정도다. 우리는 은유에 의해서 살아간다는 말이 맞다.


은유와 더불어 낱말의미의 본성을 밝히느라 동원된 개념인 “프레임”도 대상의 개념을 구조화하는데 쓰인다. 예를 들어 ‘종합부동산세 대 세금폭탄’에서는 “폭격 프레임”이 쓰여 폭탄에 대한 이미지로 인해 서민들도 부자감세에 동조하게 된다. “선진화 프레임”의 경우는 선진국은 성인이고 후진국은 미성년이라는 개념으로 선진국의 횡포를 수용하게 된다. 은유와 프레임이 문학에서나 존재하지 정치나 사회현상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싶지만 위에서 “삶은 은유”라고 말했듯이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We live by metaphors. We even die by metaphors."가 성립되는 무시못할 상황이 생긴다. ^^

텍스트의 저자인 레이코프는 언어학자로서의 은유 이론을 법, 정치, 음악, 신경과학, 수학, 교육 등에 적용하였다. <도덕의 정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프레임 전쟁>, <자유 전쟁>, <정치와 마음, 뇌> 등의 저서에서 확인~ 박사님께서 원저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심혈을 기울여 번역하셨다고 한다. 특히 <도덕의 정치>는 강추!


은유“때문”이 아니고 은유“덕분”에 깊이 이해하고 사고할 수 있었었었다는 걸 오늘에야 깨달았다. 그리고 은유의 함정들에 대해서도 잘 골라낼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도 배우게 되었다.

멋진 강연 들려주신 나익주 박사님 고맙습니다.


2012.06.29.



덧말 :


- 시골서 올라왔다고 책까지 선물해주신 이병록 제독님! 고맙습니다.
이름표도 만들어주시고 책없다고 강연자료까지 챙겨주시는 세심함. 대단하셔요^^ 


- 연탄 이정원님의 떡도 내려오면서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반가운 얼굴들이 많아서 기차시간 쫓겨 내려오는 게 내내 아쉬웠습니다.
다음엔 시간 넉넉히^^ 뒷풀이까지 갈래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