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빼주세요

by 이병록 posted May 1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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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을 정리하다 몇 년전 교보문고 지하에서 열심히 독서운동하던 시절의
임재용 회원의 명함을 발견하였다.
지금은 활동을 안 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당시  두서너번 보고서도 재기발랄하다고 느끼던 청년이었다.
전화를 하니 반갑게 맞으면서 종로에 좋은 집이 있는데 식사도 사고
좋은 사람도 소개시켜 주겠다는 것이었다.
약속을 잡아 놓고는 설날 고향에 내려가는 문제로 내가 약속을 파기하였다.
그리고 몇 달이 흘러 다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팔판동의 '큰 기와'집에서 박용태 피디와 주인이면서 요리 등 여러 방면의 전문가인
한ㅇㅇ씨와 맛 있는 식사를 하고 3층에서 여러가지 귀한 차를 마시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유익한 밤이었다.

대화 중간에 주인장이 자리를 잠깐 비우면서 임재용씨에게 "차茶를 빼주세요"하고 나갔고
임재용씨가 쾌히 답하는 것을 들으면서, 젊은 두 사람이 손발이 잘 맞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임재용씨가 차茶를 빼는 것이 아니고 밖으로 나가더니 한참 있다 돌아오는 것이었다.
차車를 빼러 나갔다는 것이다.
임재용씨의 실수는 젊은 사람이 너무 완벽했으면 밋밋했을 만남에 일종의 청량제 역할을 하였고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담화 중에
"서양에 와인이 있다면 동양에는 보의차가 있다"
"서양의 음악을 흥을 돋우는 것으로 비유하자면, 동양의 음악은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