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북스

2011.05.30 03:12

부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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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모임에서 여성 회원 한분이 언젠가 Time지에 epigenetics에 관한 기사가 표지기사로 실렸다고 말씀하셔서 찾아보았습니다. 2010년 1월 6일자에 실렸네요. 제목은 "Why your DNA isn't your destiny? 제목으로 추정컨대 "사람의 유전정보가 곧 그 사람의 운명 전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내용이 되겠지요. 실제 내용도 그러했습니다.


이보디보 만큼 흥미로운 최신 생물학 분야를 소개하고 있으니 서울백북스 회원님들이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붙임 참조)



읽으시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좀 설명을 붙이자면,



epigenetics는 DNA 염기서열을 변화시키지는 않지만 유전될 수 있는 유전자 발현 변화를 연구하는 생물학 분야입니다. DNA 정보를 바꾸지 않았는데 어떻게 유전자 발현이 변화되고 또 그 변화가 어떻게 유전되는 것일까요? 제가 금요일 모임에서 발생 관련 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하는 요소들 중 하나로 epigenetic factor를 말씀드리면서 DNA methylation pattern과 histone 단백질의 modification을 예로 들었는데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즉 DNA 염기서열은 그대로 이지만 DNA의 시토신 염기에 메틸기를 붙이거나 히스톤 단백질에 아세틸기를 붙임으로써(epigenetic marking) 유전자 발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epigenetic marking의 변화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환경 경험에 의해 유발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 극심한 기근을 경험했다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과식을 했다거나 아니면 담배를 피웠다거나 하는 경험이 있으면 그것이 epigenetic marking 변화 형태로 기억되고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어 결국 어떤 형질 발현 예를 들어 질병 유발이나 수명 단축과 같은 표현형의 변화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듯이 결국 우리 자신이 지금 지니고 있는 특징(형질)은 DNA상의 유전정보(본성)와 경험한 환경(양육)이 상호작용한 결과인데 epigenetics가 바로 그 연결고리를 발견한 셈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님니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가 경험한 환경에 의한 새겨진 epigenetic mark들이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바로 획득형질이 유전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진화론을 이야기할 때 늘 실패담으로만 언급되었던 "라마르크의 아이디어"가 맞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전통 유전학에서도 우리의 일생 경험 중 생식세포의 유전자에 영향을 줄 정도의 것은 다음 세대로 유전될 수 있다고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확률적으로 매우 낮습니다. 생물은 유전정보의 변화 즉 변이를 원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는 매우 탁월한 복구 장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생 경험 특히 어린시절의 경험에 의해 유발된 DNA methylation pattern 변화와 같은 epigenetic factor의 변화는 유전자 발현 변화를 통해 형질을 변화시키고 세포 즉 DNA가 복제될 때 그 pattern도 그대로 복제됩니다. 따라서 생식세포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주류 생물학에서는 형질 변화 즉 적응은 유전자 변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된 결과로만 설명하였습니다. 그런데 epigenetics는 생물이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적응적 형질을 획득할 수 있고 또 이러한 형질을 다음 세대로 전달할 수 있는 기작을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관련하여 이런 재미있는 실험도 있습니다. 쥐를 가지고 한 실험에서 한쪽은 매우 다양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환경에서 키우고 다른쪽은 평범한 환경에서 키운 후 장기기억 능력에서의 차이를 측정해 보았다고 합니다. 당연히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쥐들이 장기기억 능력이 뛰어났지요. 문제는 이 능력이 다음, 다음 세대까지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획득형질의 유전", 이제 epigenetics로 말미암아 다윈의 진화론은 수정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epigenetics는 제가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발생과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발생과정에서 세포가 분화됨에 따라 epigenetic pattern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그동안 전통 유전학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웠던 문제들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왜 일란성 쌍둥이가 똑같지 않은가?


복제한 고양이의 털색이 왜 달라지는가?


성체줄기세포는 왜 배아줄기세포와 똑같지 않은가?



답은 "epigenetic pattern"의 차이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이 epigenetics가 진화론, 발생학 그리고 질병 유발 등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Human genome project" 이후 가장 큰 프로젝트의 하나로 세계적 협력을 통해 "Human epigenome project"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람의 모든 세포 종류에 대해 각각의 epigenome을 해독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제가 세미나에서 genome(게놈)의 개념, genetics(유전학)와 genomics(유전제학)의 차이를 설명드렸으니 연장선상에서 epigenome과 epigenomics는 이해하시리라 믿고 설명은 생략합니다)




추신) 이일준님에게


"DNA methylation pattern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DNA 복제시 어떻게 정확하게 copy되는가와 관련하여서는 몇가지 DNA methyltransferase들과 유전자들이 알려져 있지만 기작에 대해서는 연구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제가 아직 못 찾았을 수도 있고...최신 분자생물학 책을 좀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DNA methylation pattern의 copy 과정은 당연히 complemenatry strand가 아니라 parent strand를 template로 사용하는 어떤 기작이 있겠지요.


또 한가지 좀 어려운 이야기가 될 것 같아 위의 설명에서는 생략하였는데 사실 변화된 DNA methylation pattern이 생식세포를 통해 온전히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수정 후 zygote는 물려받은 DNA의 methylation을 모두 지우고 새로운 methylation pattern을 만듭니다(de novo methylation). 이와 같은 지우기 과정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이전 세대의 methylation pattern 일부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것입니다.


  • ?
    김금순 2011.05.30 03:12
    오래전에 부터 의구심을 갖었던 부분을 오늘에서야 이지면을 통해 또 해결했읍니다.

    모든것이 때가 있는것 같읍니다 . 이말씀을 한달전에 쓰신것 같은데요?

    감사 합니다. 오늘에서야 제시야에 들어와서 아~~~~하 가 그냥 나오네요....

    (고맙습니다) 설명부분에 자세한 안내가 도움이 됐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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