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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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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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길었으나 아직 글을 올리신 분들이 없네요.

저도 글을 쓰며 계속 드는 상념에 아직 정리를 못하고 있습니다.

연휴 내내 유전학과 미술책, 동양철학 사이를 누비며 자아분열의 극치를 달리다가 2008년 공부 계획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곧 공지 올리지요.

 

이런 저런 글들을 뒤져보다가 벨름 플루서의 재미있는 글을 발견했습니다.

 

환경주의자들이 말하는 '신석기 이후의 농경문화'가 과연 우리의 대안일까? 에 대해 막연한 회의에 시달린지 한 몇년되는데 이도 아직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가 요즘 들어 조금 갈무리 되는 것 같습니다. 점차 자연과 생명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대해 끼어들 정도로 생각이 정리되면 한차례 정리해 올리겠습니다.

 

생각의 탄생이 좀 지루했더라도 새로운 마음으로 다음 주에 첫모임 가져보았으면 합니다. 글도 주말까지 다 올려주시구요. 각자 관심 있게 읽어와서 뽐낼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책 추천도 부탁드립니다. 저도 한트럭? 아니 한다스! 정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들 겨울잠 주무시고 계신 것은 아니겠죠?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 주 월요일 뵙길 앙망하겠습니다.

 

가시연 (파일첨부 기능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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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관하여






빌렘 플루서




왜 개는 아직 붉은 점에 푸른 털을 갖고 있지 않으며, 왜 말은 아직도 저녁 초원 위로 형광 색채를 발산하지 않을까? 왜 동물의 사육은 여전히 주로 경제적 관심사일 뿐, 미학의 영역으로 옮겨오지 않았을까? 신석기 시대에 라이프스타일의 혁명이 일어난 이후로 인간과 생물학적 환경 사이의 관계에는 마치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북미와 서구는 오늘날 우리가 소비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음식을 생산하고 있으며, 우리는 또한 우리 자신의 프로그램에 따라 식물과 동물의 종을 창조하는 것을 상상 가능하게 해주는 테크닉을 습득해왔다. 그저 버터와 햄의 산, 우유와 와인의 강을 갖고 있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인공적인 생명, 살아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가 선택만 한다면, 이러한 발전들이 합쳐져 농경은 거의 사멸한 계급인 농민들로부터 토끼처럼 번식하며 먹성이 좋은 예술가들의 손으로 옮겨질 수 있을 것이다.




몇 천 년에 걸친 유럽 풍경의 역사를 관객의 편의를 위해 반 시간으로 압축해서 영화로  만든다면, 그것은 이런 얘기를 보여줄 것이다. 먼저 추운 초원지대가 나타나고, 거기에 반추동물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봄에는 북쪽으로, 가을에는 남쪽으로 이동한다. 이들의 뒤에는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들이 따라다니며, 거기에는 인간도 포함되어 있다. 이어서 점점 울창해지는 숲이 나타나난다. 거기에는 더 이상 유목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석기와 불을 사용하여 개간한 경작지에서 일을 한다. 그 다음에는 먹을 수 있는 곡식의 들판, 먹을 수 있는 동물의 목초지로 이루어진 매우 친숙한 장면이 나타난다. 남아 있는 숲들은 그저 인쇄용지의 원료로 생존할 뿐이다. 그리고 당신이 영화 카메라를 가까운 미래로 투사할 수 있다면, 일개 대륙 크기의 디즈니랜드를 보게 될 것이다.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자동화 덕분에 일주일 동안에 아주 짧은 기간만 일을 하고, 지루함으로 죽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오락을 즐긴다. 문제는 이것이다. ‘누가 미래의 디즈니가 될 것인가?’ 내 생각에, 그 혹은 그녀는 아마 분자생물학자일 것이다.

 

지구의 모든 유기체들은 색채를 갖고 있다. 우리 모두는 피부 위에 염료를 분비하고, 이 염료는 중요한 기능을 발휘한다. 그것들은 개체(보호색)만이 아니라 해당 종(성적 신호)도 지원한다. 우리는 이 분비물들의 화학적, 생리학적 과정들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것들을 지배하는 법칙들을 정식화할 수 있게 되었다. 분자생물학자들은 머잖아

화가오일과 아크릴을 다루듯이 다소간 피부색을 다루게 될 것이다.



그러면 동물과 식물학의 내적 염료 중요한 새로운 기능을 획득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인간종으로 하여금 디지느랜드로서의 미래를 다양한 색채의 파우나와 플로라로 채움으로써 그들이 지루함을 견디고 살아남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이를 그저 환상적인 속임수로만 생각하지 말라. 대신, 스쿠버 기어와 랜턴을 들고 열대의 바다 속으로 잠수를 해보라. 그 깊숙한 바닷속에서 당신은 식물처럼 보이는 생물들의 들과 숲을 보게 될 것이다. 그 생물들의 붉고, 푸르고, 노란 더듬이들이 조류에 밀려 흐늘거리고, 거대한 무지개 색 달팽이가 풍경을 가로질러 기어가고, 그 위로 은빛, 금빛, 보랏빛 물고기들의 무리가 헤엄쳐 지나간다. 우리에게 친숙한 육지도 언젠가는 이렇게 보일지 모른다. 그 사이에 심해 동물의 색깔을 프로그래밍하는 유전정보를 지구 표면에 사는 동물들에게 옮겨놓는 것은 거의 실행 가능해졌다. 이 미래의 회화를 일종의 랜드 아트, 물론 우리가 아는 것보다 좀 더 복잡한 종류의 랜드 아트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천으로 바위를 덮어버리거나 불도저로 그 주위를 밀어버리는 대신에, 우리는 복잡한 생명의 게임을 컴퓨팅하고 작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오직 한 종류의 나비를 통해서만 수정을 하는 감자의 종류가 있다. 이 나비 자신도 오직 그 감자만을 먹고 산다. 나비는 감자의 생식기관이라 되고, 감자는 나비의 소화기관이 되어, 둘은 하나의 단일한 유기체를 이룬다. 이 독특한 공생관계에서 나비의 날개는 정확히 그 감자의 꽃처럼 파란 색이다. 날개의 색깔은 조그만 거울에 비친 햇빛을 반사한 결과로 생기는 반면, 꽃의 색깔은 클로로필의 변형을 통해 생기는 것이다. 그럼에도 둘은 잘 어울린다. 이는 피드백과 상호조정의 복잡한 진화적 연쇄의 결과할 할 수 있다. 미래의 디즈니랜드는 그런 효과를 임의적으로 프로그램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혹은 그녀는 아마도 끝없는 변형(뮤테이션)을 통해 자발적으로 진화해 나오는 엄청난 색채의 교향곡을 작곡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안에서 개개의 살아있는 유기체의 색깔은 다른 유기체들의 색깔을 보완해주고, 동시에 그것들을 반사하게 될 것이다.



거대한 살아있는 예술작품, 아직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풍부함과 아름다움을 가진 예술작품은 확실히 가능하다.



자신들을 고집스럽게 ‘그린’이라 부르는 오늘날의 환경주의자와 생태주의자들은 디즈니랜드, 예술작품으로 바뀐 풍경은 더 이상 “자연적”이지 못하다고 반발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초기의 인간들이 숲속에 경작지를 열었을 때, 그들은 이미 풍경을 “인공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들이 들판에 식물을 심었을 때, 그들은 인공성을 가속화했던 것이다. 미래의 디즈니랜드는 그저 이를 계속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어쨌든, 왜 자연에 정보를 집어넣으면(inform) 안 되는가? 우리가 왜 개가 붉은 점내 파란 색이면 안 되냐고 물을 때, 우리는 실은 가까운 미래에 예술의 역할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 그 미래는 핵과 인구의 폭발만이 아니라, 그와 동일한 정도로 지루함의 폭발로도 위협을 받고 있다.



 <출처 : 진중권 블로그 http://blog.daum.net/miraculi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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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08.01.04 20:57
    뭐가 인공이고 뭐가 인공이 아닌지, 뭐가 천연이고 뭐가 합성인지.
    그런 것들의 범주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고 나중에는 그런 구분조차 무의미한 시대가 올 것입니다.
  • ?
    이태조 2008.01.04 20:57
    hi~~ 생각의 탄생이후 어떤 책으로 선정되었는지요? 또 다음 모임날짜는 언제인지.. 아시는분 ..... 답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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