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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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화이트헤드 <이성의 기능>

 

인문 고전을 읽을 때 "다 읽어보겠다"는 욕심처럼 허황된 것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화이트헤드의 책을 읽으려면 그의 주저들, 즉 <과정과 실재> <사고의 양태> <관념의 모험> <과학과 근대 세계> 등 묵직묵직한 책을 다 보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무리한 일일 뿐더러 허황된 발상이라는 거죠. 좋은 철학자는 마치 라이프니쯔의 모나드처럼 단편 속에서도 그의 전체적인 통찰을 드러냅니다 (철학자마다 틀리긴 하지만요. 이런 특징이 가장 두드러진 건 헤겔). 얇은 책 하나, 혹은 논문 하나라도 정해서 꼼꼼히 읽는 것에서 시작하는 게 좋아요. 그런 의미에서 고른 책.

 

* 자연의 쇠락(엔트로피)와 상승(진화) 사이의 모순이라는 건 전형적인 19세기 형이상학의 문제였습니다. 콜링우드("자연의 이념"), 베르크손("창조적 진화"), 화이트헤드 이런 사람들 모두 같은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죠. 빠스깔은 무한대의 우주 앞에서 전율을 느꼈지만 19세기의 사상가들은 우주론적 스케일 안에서 정신과 문명의 위상을 자리매김하려고 했어요. 그 형이상학의 거대한 교향곡을 느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되지 않을까 해요.

 

 

(4)  마키아벨리 <군주론>

 

이종필 박사님이 전략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해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읽을까, 아니면 <손자병법>을 읽을까 하다가 이 책 역시 언급만 될 뿐 실제로 원전을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골랐습니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 즉 <폴리테이아(국가)>, <정치학>, <니코마코스 윤리학> 등을 읽고 난 뒤에 읽어야 이 책이 얼마나 혁명적인 책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데요, 정치와 덕 혹은 "올바른 삶"의 관계가 끊어지는 역사적 순간이기 때문이죠. 政者正也. 이런 생각은 고대 중국에만 있었던 건 아니었고 고대-중세 문명의 공통된 특징이랄까, 그런 거였죠. 법가가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던 선을 명확하게 자르고 들어간 현실주의자가 마키아벨리였고, 이 책을 읽으면 "현대적"이라는 것이 실은 얼마나 오래 지속되어온 것인지를 느끼게 해주죠.

 

* 마키아벨리는 중세 이탈리아어로 글을 썼기 때문에 지금까지 제대로 번역된 적이 없었어요. 최근 기존의 번역을 원어와 비교해서 감수한 "대조/교정본"이라고 할만한 판본이 우리나라에도 나왔죠. 그런 겸사겸사해서 읽어보자는 것이기도 하구요. 근대의 정치철학 텍스트 중에서 로크의 <시민 정부에 관한 제2시론>은 좀 지루하고 홉스의 <리바이어던>이 그보다는 훨씬 재밌죠. 그런데 <리바이어던>은 워낙 방대한 텍스트여서 처음에 다루기가 좀 부담스럽다고나 할까요 (최근에 와서야 완역본이 나왔죠).

 

 

(5) 브루노 스넬 <정신의 발견>

 

가능하면 남들 안 읽는 책을 고르자, 라는 게 제 비뚫어진 심보이긴 합니다. 왠지 "CEO를 위한 인문학 강좌"처럼 되면 안될 것 같아서 말이죠.

 

이 책은 논문집이고, 논문 몇 편만 읽으려는 거에요. 문헌학이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을 알아보자, 라는 의도. 중국 격의 불교에 관한 연구서나 훈고학의 전통에 대한 개설서를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왠지 "고전" 급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아서요. 아무튼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리스어를 공부하고 싶어진다는 부작용과 함께 그리스 서사시와 비극을 (다시?) 보고 싶어진다는 효과를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까지는 아니어도 언어에 대한 자의식이 더 강화되겠죠. 구드리(거드리)의 <희랍 철학 입문>의 머리말도 같이 볼 생각인데요, 그러고 나면 왜 인문학도의 무기가 <언어>인지 공감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 막상 책 소개가 없었네요. 스넬의 책은 그리스 서사시-비극 시대의 문헌학적 연구의 고전이에요. 어떤 단어가 어떤 의미와 뉘앙스를 지녔고 그 함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죠. 이걸 보고 나면 왜 그리스인들의 도자기(키츠가 노래했던?)에 사람들 몸이 그런 식으로 그려졌는지 이해하게 되실 수도 있고, 박문호 박사님이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범주/개념"이라는 것이 언어를 통해 어떻게 포착되는지를 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6) 뚜 웨이밍 <뚜 웨이밍의 유학 강의>

 

가능하면 커리큘럼을 "체계적"으로 밟는 걸 피하자는 생각에 서양 고전 입문의 기초로 스넬의 책을 골랐다면 동양 고전 입문의 기초로 고른 책이 이 책이에요. 이 책은 "고전"급은 안되겠지만, 그래도 뚜 웨이밍 정도면 현대의 대유(大儒)급은 되니까요. 개인적인 편향이겠지만 서당식 방법으로 사서를 읽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사서를 읽을 수 있게 될 겁니다. 어차피 온지당같은 곳에서 정통으로 한학 공부를 하지 않으실 거라면, 유학에 대한 현대적 독법이 어떤 것인지 맛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 유학의 핵심을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뚜 웨이밍의 언어는 매우 탁월해요. 이렇게 쉽고 명쾌하면서도 깊이가 떨어지지 않는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넓고 깊게 배우는 까닭은 돌이켜 간략하게 말하기 위한 것이라는 맹자의 이야기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는 거죠. 아무튼 "신유학"의 텍스트 중에서 고른 것이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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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이 2008.10.30 16:12
    화이트 헤드 ㅡ.ㅡ;;; 이성의 기능이라... 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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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08.10.30 16:12
    제목과 인용만 수없이 들었던 군주론 한 번 읽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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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혜정 2008.10.30 16:12
    뚜 웨이밍 <뚜 웨이밍의 유학 강의>를 읽고 싶습니다...서당식 방법으로 사서를 읽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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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승철 2008.10.30 16:12
    군주론에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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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8.10.30 16:12
    한때 그리스어를 배우고 싶었던 적이 있었던 기억이...
    그래서, "정신의 발견" 공부하고 싶어집니다. 정말로 그리스어를 건드리게 될런지 궁금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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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모 2008.10.30 16:12
    유학강의와 정신의 발견...한 표 ^^한국사회는 자연과학도 잘 가리키지 않지만 동양의 고전과 서양의 고전, 깊이, 이런 것도 거의 챙기지 않고 문외한을 만드는 사회인 것 같습니다..
    가 시대정신인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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