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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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북스 모임에 참여하려고만 하면 주변 상황이 좀 복잡해지는군요 ㅠㅠ; 초자연적인 법칙, 섭리, 미신 등을 믿고 싶어하는 저의 우뇌는 이걸 액운이라고 부르지만 과학주의자인 좌뇌는 그런 걸 믿지 않으니까 고전 읽기 모임에라도 충실하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먼산).

 

그리고, 대표적으로 한 권을 선정해서 제안하고 있지만 관련된 다른 책들을 언급하는 건, 좋은 의견이 있다면 다른 책들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입니다. <일상생활에서의 자아 표현> 대신에 베블렌의 <유한 계급론>을 읽어도 무방한 거죠. 아니면 <직업으로서의 학문>을 읽어도 좋고.

 

 

(10) 호이징가, <중세의 가을>

 

우리가 알고 있는, 즉 국내에 번역된 책 중에서 중세에 관한 개론적인 역사서로 가장 좋은 두 권의 책은 자입트의 <중세의 빛과 그림자>와 자끄 르 고프의 <서양 중세 문명>일 겁니다. 자입트의 책은 교과서적인 서술이기 때문에 권할만하고, 르 고프는 누가 뭐래도 조르쥬 뒤비와 더불어 (블로끄 이후로) 최고의 중세 사가일 테니까요. 혹시 이런 평가에 문제가 있다면 역사 전공자 분들은 지적을 해주세요.

 

하지만 학술적인 역사 저술(논문이나 연구서등)의 전통과는 다른, 문필가적 역사라고 할 만한 전통이 존재합니다. 역사적 사료의 정확성과는 관계없이 그 글을 읽는 즐거움 때문에 읽게 되는 그런 역사적 저서들 말이죠.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흥망사>가 거기에 속하겠죠. 철학자 데이비드 흄이 필명을 날린 것은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가 아니라 <영국사>의 뛰어난 필력 때문이었고, 프랑스 혁명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은 (물론 들라크루아나 신고전파의 뛰어난 회화작품도 있지만) 미슐레의 저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 우리가 알고 있는 르네상스의 이미지는 부르크하르트의 저작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구요.

 

이런 흐름의 한 가운데 <중세의 가을>이 있습니다. 공부나 지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서 읽는 역사라는 걸 염두에 두고 한 번 읽어보심이 어떨런지요. 이 책을 읽는 의의는, <역사는 내러티브다>라는 것과 함께 <어떻게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을 이해하는 게 가능한가>란 문제의식을 심화시키기 위한 것.

 

* 미시사나 심성사 쪽 저술을 읽어볼까 했는데, 그 전에 "고전적인" 저술들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사기>나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같은 책들을 더 앞에 두어야겠지만, 근세의 역사 저술들로부터 출발하는 게 덜 딱딱하고 더 잘 와닿지 않을까 싶어서요. 카를로 진즈부르크의 <치즈와 구더기>는 미시사의 고전적인 저술이고,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은 심성사 계열의 수작이죠. 이런 책들의 장점은 '잘 읽힌다'는 겁니다. 이들에 비하면 아날학파의 고전적인 저술들 <봉건사회><물질문명과 자본주의><라블레와 무신앙의 문제> 등은 방대할 뿐더러 '읽는 재미'는 좀 덜하죠. 아무튼 이런 책들을 다 읽고 난 뒤에 헤이든 화이트의 책을 읽음으로써 내러티브와 역사의 관계, 흔히 말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역사학 또는 메타 히스토리의 문제까지 넘어가면 비 전문가로서는 조금 지나칠 정도로 역사학에 발을 들여놓는 셈이 되겠죠 (신경제사 같은 전문적인 방법론에는 발을 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요). 아무튼 늘 그렇지만 이건 단지 제안일 뿐이고, 좋은 책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11) 엘리아데 <영원 회귀의 신화>

 

왜 이 책이냐는 질문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얇기 때문이죠. <성과 속> <종교 형태론> <세계 종교 사상사> 등 그의 저술이 많지만 이 책이 '입문'으로서는 가장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좋은 의견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종교 사상사>는 같이 읽기엔 너무 방대해요 ㅠㅠ.

 

어쨌든 종교학계의 수퍼스타(?) 엘리아데는 한 번쯤 읽어야겠지요. 종교인류학의 핵심은 "성스러운 것"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데 있는 것 아니겠어요?

 

* 이게 우리 모임의 약점이기도 할 텐데요, <공산당 선언>이나 <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은 같이 읽을 수 있어도 <자본>을 같이 읽긴 어려운 모임으로 보여서요.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문명/역사적 자본주의>는 같이 읽기에 좋지만 <근대 세계 체제>를 같이 읽는 건 좀 부담스럽죠. 그러다보니 엘리아데 역시 얇은  책으로밖에 접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는 거죠. <세계 종교 사상사>를 읽으신 분이 참석해서 다른 분들의 눈을 띄워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자고 같이 읽는 거니까요.

 

** 이쪽 라인의 책이라고 해야 하나요, 엘리아데, 조셉 캠벨은 읽었지만 제가 융은 잘 모릅니다. 융의 저작에 대해 정통하신 분이 있다면 짧고 얇고 전체를 조망하기에 좋은 책이나 글이 무언지 귀띔해주세요 ㅠㅠ;;

 

*** 르네 지라르의 책들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폭력과 성스러움>이 좋긴 하지만 너무 두껍고, 그 이후 저술들은 동일한 주제의 반복에 지나치게 기독교적이어서 좀 주저하게 되고, 그래서 넘겼습니다.

 

 



(12) 롤랑 바르뜨 <밝은 방(카메라 루시다)>

 

왜 갑자기 왜 갑자기 홀랑 바흐뜨(!!)가 생각났을까요. <글쓰기의 0도>나 <신화론>, <텍스트의 즐거움> 등이 있지만 문득 이 독특한 사진론을 읽고 싶어졌습니다. 예전에 Classical Essays on Photography라는 책을 본 적이 있어요. 사진의 초창기에 사람들이 사진에 대해 쓴 에세이들을 모은 책이었죠. 번역하고 싶었는데 팔리겠나 싶어서 포기했죠. 에드거 앨런 포우, 벤야민, 보들레르 등의 글이 실려있었죠. 이런 전통에 바르뜨와 손택의 사진론이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라는 소설을 보면 야구를 배우기 전에 야구의 격언을 많이 외우는 것부터 시작하는 아이가 등장하거든요. 비슷한 발상인지 모르겠지만 바둑을 배우기 전에 바둑 격언집부터 샀던 저인지라 <~에 관한 잠언/격언들>을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사진을 찍는 법을 배우기 전에, 사진에 관한 글부터 보라, 뭐 그런 겁니다. 그다지 실용적이지는 않지만요. 그런 의미에서라면 바르뜨의 사진론은 20세기에 씌어진 예술론 중에서 손꼽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파리의 댄디한 게이 바르뜨의 책들이나 뉴욕 지성계의 여왕 수전 손택의 책들은 이론적 텍스트라기보다는 (배경지식이 조금 필요할 때가 많지만)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글쓰기를 보여주죠. 바르뜨가 조금 현란하고 문학적이고 손택은 좀 더 전방위적이고 진지하지만 말입니다. 손택의 <해석에 반대한다>도 같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긴 한데, 아무래도 조금은 시의성이 떨어지지 않나 싶고 조금 무거운 듯 싶기도 하고. 보다 감성적인 접근이 가능한, 그리고 금방 적용이 가능한 바르뜨의 사진론을 골라 봤습니다. 이거 보고 나서 "내가 뽑은 한 장의 사진", 혹은 사진 몇 장 앞에 놓고 "내가 생각하는 이 사진의 푼크툼/스투디움" 이런 거 이야기하면 재미있을지도.

 

** 현대 예술론이라는 관점에서 고른 책. 비판적 문화론은 굳이 안 건드려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쪽 책은 마음이 심란한 분들을 위한 책은 아니니까요.

 

 


(13) 한비자의 <해로, 유로>편

 

한 칼에 두 가지를 해결해보자, 라는 얄팍한 생각으로 골랐습니다. 하나는 한비자를 읽는다, 라는 거죠. 최근에 경제경영서를 빙자한 한비자 관련 서적이 나와서 좀 읽는 사람이 늘었을지 모르지만, 한비자는 원래 사람들이 잘 안 보는 책 중 하나였잖아요? 마치 묵자의 책처럼 말이죠.

 

또 하나는 직하학파-황로학파 계열의 노자 이해를 접해보자라는 의도도 있습니다. 사실 노자라는 텍스트가 매우 흥미로운 것이어서, 어떻게 보면 도가 수행에 관한 텍스트로 읽힐 수도 있고, 자연/도덕 경계를 넘나드는 형이상학적 저술로도 읽힐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처세술 서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죠. 한비자는 우리가 흔히 아는 <도덕경>이 아니라 <덕도경>의 순서로 노자를 해석하니까 (마왕퇴 죽간의 순서기도 하고) 흔히 알려져 있는 것과는 다른 노자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 그런데 정말 생각나는 대로 책을 언급하다보니 산만하긴 하네요 ㄷㄷㄷ. 요절한 천재 왕필의 주해본을 보든가 아니면 왕부지 주석을 보든가 하는 게 더 뽀대는 나겠지만, 우리가 전공할 것도 아니니. 사실 어떤 식으로든 뻔히 정해진 고전의 텍스트에서 어떻게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내는가, 라는 게 동북 아시아 해석학의 놀라운 저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마루야마 마사오가 <일본 정치사상사 연구>에서 다루는 오규 소라이 등의 유학 해석이 그러하고, 정약용 선생의 경학도 그렇고요. 여기에 대진의 <맹자자의소증>과 같은 불후의 명저를 언급할 수도 있겠지요. 사실 이런 걸 놓고 같이 이야기해야 재밌는데 말입니다. 주와 소를 함께 놓고 보는 재미가 동북 아시아 고전 읽는 재미의 대부분이다,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14)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계몽의 변증법>

 

아하핫, 지금까지 나온 책 중에서 가장 심란하고 머리 아픈 책이 될 듯 합니다. 도전정신을 가지신 분들이 있다면 아래 댓글로 적어 주세요.

 

간단하게 요약하면, 신화적 세계관을 극복하기 위한 계몽은 어떻게 그 자체로 신화가 되었는가, 라는 것? 비판 이론의 뿌리는 (칸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해서) 헤겔과 헤겔좌파, 마르크스 (더 나아가) 루카치로 이어지고 그 전통 속에서 "현대 비판 이론"의 기초를 세운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을 읽고 싶기도 하고, <역사와 계급 의식>의 한 장을 읽고도 싶지만, 앞의 건 본격적인 문학 이론이고 후자는 <친북좌파>(!!!)를 위한 책으로 비난받을까봐 두려워 이 책을 골랐습니다 ㄷㄷㄷ.

 


뭐 오늘은 여기까지. 좋은 아이템 있으면 추천 좀 해주세요 ^^;;;;;
  • ?
    강혜정 2008.11.06 01:21
    호이징가 <중세의 가을>,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읽고 싶습니다~
  • ?
    김미경 2008.11.06 01:21
    좋은 책을 소개해 주고싶어 하시는 김원기님의 노력이 보이네요....

    그런데....저는 창피한 일이지만
    본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책이 너무 많네요....
    이런 제가 한권이라도 끝까지 읽을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 ?
    정광모 2008.11.06 01:21
    계몽의 변증법을 제외한 나머지 책들은 다 좋을 것 같네요...^^ 문제는 시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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