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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고전 모임 읽기 정식 발족

by 김원기 posted Dec 0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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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인문 고전 읽기 모임 발족의 변

 

백북스의 모토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균형있는 독서"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자연과학 독서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곳에 왔다고 말을 합니다. 그렇다면 굳이 인문 독서 모임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게다가 깃대를 들게 된 제가 "책 좀 읽었습니다"라는 말 외에는 어떤 학위나 지위도 갖고 있지 않은 직장인이라는 것도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일이니 이제 어떻게 충실하게 이 모임을 운영하고 어떤 성과를 얻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더 현명한 일이겠지요.

 

저는 이번 모임을 "인문 고전 독서를 위한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제1기"라고 부르겠습니다. 제2기가 과연 만들어질지, 누가 그 모임을 주도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1기 모임은 함께 논의하면서 각자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데 그 목표를 두겠습니다.

 

 

1. 모임의 형태와 일시, 장소

 

매달 1회씩 모여 발제, 발췌독, 토론의 형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현재로서는 매달 3째주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의가 있으시면 2째주 토요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장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울 합정역 근처(합정역과 상수역 사이)에 있는 문화단체인 <풀로 엮은 집>에서 갖겠습니다.

 

    - 일시 : 12월 20일 토요일 오후 2시(매월 3째주 토요일)

    - 장소 : 풀로엮은집 2층

 

 

2. 읽을 책

 

제1기는 5권의 책을 읽습니다. <인문학적 독서의 기본기를 다져, 한 권의 고전을 내 식으로 읽어내 본다>는 목표를 가집니다. 그 순서와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화이트헤드, <이성의 기능>

    (2) 마샬 버만, <현대성의 경험>

    (3) 브루노 스넬, <정신의 발견>

    (4) 뚜 웨이밍, <뚜 웨이밍의 유학강의>

    (5) 마키아벨리, <군주론>

 

왜 이 책을 읽는지,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겠습니다.

 

화이트헤드 --- 인문학, 이성, 사유에 대한 원론

버만, 스넬, 뚜웨이밍 --- 텍스트를 읽는 사례들(모더니티, 그리스, 고대 중국)

마키아벨리 -- 고전과의 정면 대결 혹은 진검 승부

 

(1) 인간의 삶과 이성 -  사유하는 삶의 가치와 의미

인문학이란 반성적 사유를 그 본질로 합니다. 그래서 "사유한다는 것, 반성한다는 것", 즉 이성의 활동이 인문학을 이끄는 힘이죠. 길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성에 대한 과도한 기대나 거부는 인문학, 더 나아가 우리의 삶에서 균형감각을 잃게 만들겠죠. 화이트헤드는 자연주의적 이성, 유기체의 삶 속에서 통합된 이성의 상을 그려보려고 합니다. 그것이 옳건 그르건, 우리의 삶(문화, 사회, 혹은 인간의 진화의 역사 등등)에서 "생각하며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할 텍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에서 영문으로 구할 수 있으며 원문으로 100페이지가 안되는 짧은 책입니다. 통나무에서 김용옥씨의 영한 대역(과 그의 해설)의 형태로 출간되었습니다.

 

(2) 사회학적 독서 - 주관적 경험과 객관적인 제도 사이

종종 '골방의 철학자'들이 헛똑똑해지는 이유는, '사회 속의 개인'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은 폭이 좁은 데다가 왜곡되어 있기 쉽습니다. 주관적인 경험과 객관적인 제도, 개인과 사회를 연결시켜 생각하는 사유가 필요합니다. 버만의 책은 번역에 문제가 많지만 이러한 측면을 잘 보여주는 탁월한 사회학적 독해의 모범입니다. 현대미학사에서 나온 번역본이 유일하며 개정판도 문제가 많습니다만, 오역을 교정해가며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3) 언어와 사유 - 언어를 통해 사유를 발견하는 문헌의 고고학

문헌학, 필롤로기는 제도로서의 인문학의 근간을 이루어 온 학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표현을 통해서 사유에 접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도상학 책을 읽자고 제안했던 것이지만요). 브루노 스넬의 <정신의 발견>은 그리스 문헌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우리는 인문학을 통해ㅓ 우리와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텍스트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때 언어만이 그들의 사유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됩니다. 브루노 스넬을 통해서 우리는 그리스인들의 사유를 접하는 동시에 <언어를 통해 정신을 포착하는 것>의 방법론을 접하게 될 것입니다. 김재홍씨의 번역으로 까치에서 나왔습니다.

 

(4) 사유의 재구성 - 현대적인 독해란 무엇인가

고전읽기가 문헌학에서만 끝난다면 그것은 아무래도 무언가 부족한 것이겠죠. 현대 신유학의 대가인 뚜 웨이밍은 문헌학적 독법을 넘어서 고전의 정수를 이해하고, 그것을 현대적인 맥락에서 창조적으로 재구성하는 모범적인 독해를 보여줍니다. 그것이 고전을 읽는 이유이고 힘이죠. 한편으로는 고대 중국의 사유의 한 정수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덤입니다. 청계출판사에서 나왔고 아직 절판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5) <나의 마키아벨리> -- 나는 군주론을 이렇게 본다

훈련을 했으면 시험을 봐야죠. <군주론>은 목적이 매우 명확한 정치적 저작이지만 저자의 세계관이 드러나는 철학적 저술이자 문학적 저술입니다. 마지막 모임은 마키아벨리를 <내 관점>, 특정한 토픽을 주제로 읽고 그 생각을 아티클/에세이의 형식으로 정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이 백북스 게시판을 통해 공개함으로써 제1기 모임의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습니다.

 

 

3. 참가의 조건

 

특별한 조건은 없습니다. 단 (1) 책을 읽지 않으면 안됩니다. (2) 읽지 않았다는 핑계로 중간에 빠지는 것은 안됩니다. (3) 토론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마지막으로 정리된 글을 쓰셔야 합니다.

 

참여의 진정성을 위해서, 라는 핑계로 (실제로는 장소 대여비, 간식비, 자료 복사비 등 운영비를 위해서) 회비를 걷겠습니다. 회계 내역은 공개하고 남는 돈이 있으면 서울 백북스 운영비로 환원하겠습니다.

 

회당 1만원, 총 5만원을 첫 모임에 가져오셔서 제게 주시면 됩니다.

 

 

참여할 생각이 있으신 분은 리플로 의사를 표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