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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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7 01:50

인문 고전 모임 후기

조회 수 2205 추천 수 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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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일 오후 2시, 풀로엮은집>이라고 공지를 내보냈지만 급작스럽게 모임 장소를 변경해야 했지요. "모임도 사람의 일이라 계획할 때에 미리 뜻대로 되지 아니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당황스러웠습니다. 전날 밤까지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죠.


 


12시 경 집에서 출발해 근처의 북카페란 북카페, 조용해 보이는 다 돌아다녔습니다. 대부분 토요일 오후가 손님이 북적거리는 시간대인지라 적당한 장소가 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10여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구석진 자리를 갖추어 놓은 카페가 보여서 일단 예약을 해놓고 풀로엮은집으로 갔습니다.


 


혹시나 몰라 약도와 안내의 내용을 A4 용지에 써놓고 풀로엮은집 앞에서 어슬렁거리면서 직접 풀로엮은집을 찾아오신 분들을 맞이했습니다. 다른 분들이 오실 때까지 잠깐씩 이야기를 나누며 두어 분씩 약속 장소에 미리 가 계시도록 안내를 하다 2시 30분쯤 저 역시 카페로 갔지요. 한참 자기 소개를 하고 나면 또 새로운 분이 오시고, 또 오시고 해서 자기 소개만으로 3시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쯤해서 참석한 분들을 살펴보면

 

이지홍님, 김주희님, 정광모님, 김송숙님, 권형진(+1)님, 강혜정님, 박현숙님, 이치욱님, 그리고 저 모두 10명이었습니다.

 

큰 욕심 안 내고 인문학 책 읽는 훈련을 하려고 한다, 만일 이 모임이 잘 되면 2기, 3기 계속 이어질 수 있겠지만 그것마저 제가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책을 한 권 다 끝내겠다든가 누군가의 사상을 정리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함께 책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이런 식으로 취지를 소개한 뒤에 대뜸 돌아가며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말씀하셨듯이 한 단락씩 읽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이 코멘트를 하는 방식이었죠.

 

이런 식으로 책을 읽으면 더디 읽게 되기는 하지만 (참석자의 열의에 따라) 책을 충분히 깊게 파고들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지신 분들이었지만 인문 고전 모임의 참가하신 분들은 모두 다행스럽게 열의가 넘치는 분들이셨구요.

 

 

우리는 <합리적>이라든가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습니다. <비합리적><비이성적>이라는 평가를 누군가에게 내릴 경우,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 보시면 우리가 이 단어들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이성>은 여러가지 관점에서 이해할 수가 있을 겁니다. 여러 가지 종류의 합리성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이성에 대한 이해도 달라질 테니까요. 화이트헤드의 <이성의 기능>을 굳이 읽은 것은, 화이트헤드가 생명(유기체)의 자연적인 기능의 일부로 이성을 이해하려고 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사실과 가치, 가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가로지르는 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거짓 대립이죠. 자연과학 역시 해석과 가치가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며, 가치에 대한 논의가 사실에 대한 지식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것만도 아닙니다. 좀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지만, 저는 그런 직관을 갖고 있습니다.

 

화이트헤드는 그 대립을 객관적 지식을 추구하는 이론 이성과 삶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천 이성 사이의 균열과 거리로 봅니다. 그것을 통합하는 것이 철학적 문제라고 보고 있죠.

 

아무튼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부분까지 나가기도 전에 시간의 문제와 토론 환경의 악화(옆테이블!)로 책을 덮어야 했지만, 이성이란 <삶의 기술을 증진시키는 것>이며 이때의 삶의 기술을 증진시킨다는 것은 단지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잘 살기, 더 잘 살기>와 관련된다는 것, 이 문제를 놓고 각자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 반추해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유기체론의 관점에서 삶을 통합적으로 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감을 잡자고 던진 화두가 <꿈과 욕심의 차이>였습니다. 꿈이건 욕심이건 사람의 지향과 욕구를 나타내고, 이것은 순전히 정신적인 관점이나 전략적인 측면에서만 논의될 것은 아니라는 거죠. '몸과 마음'을 모두 고려하는 통합적인 시각에서 이해해보자, 라는 의미로 던진 화두가  <꿈을 꾸면 몸이 건강해지지만, 욕심을 자꾸 부리면 몸이 고달프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요는 우리가 <이성>이니 <철학>이니 이런 식의 고담준론을 이야기할 때 자꾸 형이상학과 추상의 <희박한 공기 속으로 Into the thin air> 올라가지 않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였습니다. 주저리주저리 사족이군요 ^^;;;

 

이지홍님이 중대한 가정사를 위해 일찍 가셔야 해서 아쉬웠지만 다른 분들과는 근처 순두부 집에서 식사를 하며 못다한 이야기의 일부를 이어갔습니다.

 

 

다음 번 모임에는 뚜 웨이밍(두유명)의 <뚜 웨이밍의 유학 강의>(청계)를 읽겠습니다. 무엇보다 "제1장 어른이 되는 방법(예의 현대적 이해)"을 다 함께 읽는 것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각자 함께 읽어보고 싶은 구절을 추천해서 같이 읽어보는 시간도 갖겠습니다 (제 경우는 이 책의 후반부에 실린 중용 해석론을 몇 구절 같이 읽고 싶습니다).

 

책을 같이 읽고 생각을 나누실 의향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다음 번에는 <책읽는사회 운동 본부>의 세미나실에서 뵙겠습니다. 박용태 PD님이 섭외에서 다리를 놓아 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Who's 김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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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 imaginatio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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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승철 2008.12.27 01:50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고 후기만 봐도 좋습니다. 책을 읽고 사유와 토론을 이어가는 신선한 분위기.. 정말 오랫만에 보는것 같습니다. 한가지 궁금한게 있습니다. 이성의기능 에서 "이성"대신 손(신체) 이나 뇌(신체+?)를 넣어도 to live 잘살기, 더잘살기 라는 결론이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말장난 수준이지만 이성대신 "신" 이란 개념을 써도 똑같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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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홍 2008.12.27 01:50
    중대한 가정사 ^^;; 는 잘 치뤘답니다. 맛난 순두부 찌개를 드셨다는 이야기 전해 들었구요. 다음에는 뒤풀이에도 참가해서 못다한 이야기를 더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뚜 웨이밍의 유학 강의> 책은 선정도서 중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책인데, 이번 달에 함께 읽게 되어 좋네요. ^^

    인문학을 접하기, 그러다보니 내 삶에 대해 좀더 생각해보고, 적용시켜보고,
    다른 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들어보고,
    한 테이블에 둘러 앉아 얼굴을 맞대고 책 읽고 이야기하고.

    그동안의 백북스 모임과는 또 다른 색깔의 모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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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모 2008.12.27 01:50
    ㅎㅎ 정말 좋았습니다....준비한다고 고생많았습니다...유학 강의 책을 보다 보니..정말 사서 삼경 중 원전으로 전부 읽은 책은 하나도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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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기 2008.12.27 01:50
    부연. 화이트헤드의 생물학 이해는 20세기 전반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화이트헤드의 철학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그의 문제제기, 철학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한 것이고, 따라서 우리는 우리 시대의 생물학과 대면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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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숙 2008.12.27 01:50
    “이성의 목적은 안정이 아니라 진보이다.
    진정한 안정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은 단지 비교적 점진적인 부패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삶의 의미와 목적을 묻게 되나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진리를 필요로 하며 거짓표상으로서라도 자신을 위로하게 되나 봅니다
    삶의 혼란과 무의미성은 우리를 진보시키는 전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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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혜정 2008.12.27 01:50
    뚜 웨이밍 유학 강의가 도착했습니다~~ 다음 인문 모임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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