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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호, 도정일, 최재천의 《뇌 생각의출현》에 관한 대담




1. 왜 과학 공부일까요?









박문호 과학책을 읽기 시작한 계기는 우선 책이 좋아서였습니다. 70~80년대 나온 《춤추는 물리》,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같은 책이 그것이죠. 소설이나 철학에 관한 책도 읽었는데 그러면서 점차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30년간은 경제발전 속에서 그렇다면 ‘우리의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었으며, 이 사회를 이끈 거대한 흐름은 문학, 철학, 종교 등에서 나타났고, 세부적으로는 건강 붐, 심리학의 붐 등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거대한 흐름에서 우리가 놓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과학’입니다. 과학은 이러한 흐름에서 소외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과학도로서 과학에 대해 더욱 주목하게 되었습니다.백북스 클럽 역시 과학책과 인문학 책의 50:50 균형독서를 모토로 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사회에서 과학의 중요성에 대해 질문할 수 있습니다. 얼마만큼의 합의를 보았냐는 것이죠. 이에 대한 답을 내려주신 분이 계십니다. 김재권 선생님은 이 질문에 대해  “이만하면 됐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의 영향력을 보면 이 정도면 자연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답을 찾은 것이라고 보신 겁니다. 저 역시 같은 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도정일 박문호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자연과학에 대한 관심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도식적인 50:50이나 70:30 등의 과학, 인문학의 비율은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최재천 과학도 사실 언어로서 하는 것이지요. 또한 19~20세기 자연과학이 없었으면 지금 논의되는 언어와 문화가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왜 자연과학을 같이 주목해야 하는지 말해줍니다.








2. 대칭과 대칭의 붕괴는 변화의 힘입니다.












박문호 《뇌, 생각의 출현》의 핵심은 대칭과 그것의 자발적 붕괴에 의해 의식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대칭은 태초의 상태라고 볼 수 있고, 이것이 분화되면서 진화되어오는 것이지요. 즉 대칭이 붕괴되면서 차이(균열)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차이가 없다면 인식론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애덜먼 역시 물리학에서의 대칭의 붕괴와 심리학에서 인식론의 유사성에 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회의 예로 들면, 이 사회에 ‘통섭’이란 말이 던져지면 의식 속의 베타들이 하나의 단어로 모아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통섭’은 새로운 아이콘이 되고, 이러한 단어(책, 담론)가 아이콘이 되면서 사회는 새로운 대칭을 형성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앞으로도 나의 과제는 이러한 대칭과 비대칭에 관한 공부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연구가 공부할 방향입니다.












청중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묻고 싶었던 것이 바로 대칭과 비대칭의 문제였습니다. 지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발적 대칭 파괴로 진화가 이어져왔다고 생각됩니다. 차이가 있어야만 존재가 가능한 것으로, 진화적인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다윈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다양성의 가치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다양성이야말로 진화와 변화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만들어가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앞으로의 연구가 더 기대됩니다.












3. 인간의 영혼은 DNA를 통해서 후손에게 연결된다고 봅니다.









박문호 자아의 사라짐이 영혼의 사라짐일 수 있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개체의 죽음은 영혼과 자아의 죽음이라고 봅니다.



최재천 나는 예전 《대담》이라는 책에서, 영혼은 DNA의 산물일 것이라는 위험한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죽고 나면 다시 원소로 분해돼 생태계로 돌아가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내 자식의 몸으로 나의 DNA가 들어갑니다.






그러한 DNA의 유전은 영혼 역시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혼의 획득은 의식이 생기는 순간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영혼은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자식에게 남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후손에게 연결되는 것이지요.












도정일 문학하는 사람들에게 영혼은 은유적인 것입니다. 한 개인이나 집단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이것을 혼이라 부릅니다. 이것이 다음 세대에 전달될 수 있습니다. 즉 문화적으로 전승되는 것이지요. 《파우스트》등의 소설을 보면 영혼을 팔았다, 등의 표현이 나옵니다. 일상세계에서 흔히 쓰는 말이기도 하지요. 이런 일상에서의 혼의 개념은 은유적으로 쓰이는 것입니다. 문화적으로 전승되는 것이 사회적, 예술적 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문호 사실 최재천 선생님 도정일 선생님 그리고 저의 얘기는 다 같은 것입니다. 다 맞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만큼의 범위를 말하느냐의 차이라고 봅니다. 나는 개체 하나로서 영혼의 범위를 보았고 최재천 선생님은 개체의 연속으로서 살펴본 것이고 도정일 선생님은 개체의 연속의 집합으로서 영혼의 문제를 고찰하신 것입니다.







4. 나는 신을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립습니다









도정일 나는 신을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립습니다. 그리움의 대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늘 변하고 일시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 것이 대한 강력한 욕망이 있습니다. 여기서 신에 대한 욕망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즉 인간의 머리는 종교적 성향이나 믿음을 가지려 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어 온 것 같다. 인간에게는 이러한 불멸의 것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의미 없는 곳에서 의미를 찾아내려고 진화된 성향이 존재합니다.



이런 성향이 신도, 미신도, 예술도 만든 것입니다. 반면에 과학은 확실성의 세계입니다. 인간에게 무엇이 옳은지를 가려주는 것이지요. 요즘 세상은 과학적 사고가 만연해 있습니다. 하지만 더욱 강한 미신에 대한 믿음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것은 과학과 신은 대척점이 아니라 신 역시 인간의 진화의 일부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박문호 신의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뇌는 신의 존재를 인식하게끔 진화해왔다는 것입니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상적으로 신은 분명 존재합니다. 있다 없다의 문제를 명확히 말해주는 게 과학이 아닙니다. 우리는 행복을 모릅니다. 행복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는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이 지점을 봐야합니다.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게끔 진화해 왔습니다. 신의 문제도 같은 것입니다.






여기에는 과학에 대한 방법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실체가 무엇인가, 실체가 있는가 없는가를 묻습니다. 이제 이러한 질문은 지양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만드는 현상입니다. 현상으로서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무엇이 그것을 있게 만드느냐 입니다. 현상에 관한 이유를 묻는 것이 과학입니다. 전 이러한 것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패턴에 주목해야 하는 것입니다.












5. 《뇌 생각의 출현》 북포럼을 정리하면서









대담을 듣고 정리하면서 난해한 개념들을 많이 단순화시켰습니다. 무지한 정리자의 한계 때문에. 그래서 오해가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사실 전 옆에서 《뇌, 생각의 출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솔직히 편집의 과정 외에는 내용 등에 크게 관심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여기 세 선생님들이 말한 과학에 무관심한 자 중의 1인의 마인드였겠죠.(사실 인문학에도 약하긴 합니다.)


그런 대담을 듣고 정리하면서 제가 얻은 것이 있습니다. 과학을 보는 시각에 관한 것입니다. 인문학은 현상의 문제지만, 과학은 당연히 있음과 없음에 답을 내려주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과학 역시 현상의 문제이자 언어의 문제라는 얘기를 하시네요. 신의 존재에 대해서 답할 수는 없지만, 그 현상에 대해서 묻고 답해야 하는 건 과학자, 인문학자 공통의 과제라 말입니다. 그 현상을 바라보는 방법론의 차이가 아닐까 봅니다.


이런 오해와 편견이 박문호 선생님이 비판하시던 일반인의 자연과학에 대한 무관심을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 연말과 내년에는 꼭 과학책을 읽어 보면 어떨까요.



휴머니스트 유은경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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