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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서 생명으로>베른트 하인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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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트 하인리히의 <생명에서 생명으로>는 생명의 위대한 순환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금년도(2016) 내가 읽은 최고의 책이다.

왜 이 책이 내게 깊이 다가왔는가 생각해보니 첫 번째로, 내가 10년 동안 어설프지만 농사도 짓고, 숲에서 산책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경험한 하루 하루, 그리고 매년 변하는 숲과 자연의 변화, 집 주변의 새들과 곤충들과 벌레들의 삶과 죽음의 순환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경험했고 받아들였기에 하인리히의 자연관과 일치했기 때문이고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로 하인리히는 <생명에서 생명으로>에서 생명을 순환의 관점에서 보면 (실제로도 그렇지만) 삶과 죽음은 존재의 두 측면이고 그렇게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온 몸으로 설파하고 있고 숲 속의 생활에서 나도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변화와 생명의 순환을 온 몸으로 체화했기에 더더욱 리얼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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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먼지에서 왔고, 삶과 죽음은 별개의 것이고, 죽음은 두렵고 무서운, 우리 삶과는 다른 세계라고 우리는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교육받아 왔다. 우리 기억 속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 죽음은 두렵고 무서운 것이었다. 그러나 베FMS트 하인리히의 생태적 자연관은 죽음이 그렇게 두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삶의 또 다른 측면임을 섬세한 자연 관찰과 사색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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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으로 생명은 원자의 재배열이고, 생명은 쉴 곳을 찾아 헤매는 전자에 불과하고, 죽음은 전자와 양성자의 흐름의 중단일 뿐이라는 물리 화학적 표현은 왠지 드라이하지만, 생태학적으로 보면 우리는 자연과 무생물, 다른 생명으로 가는 정거장이고 통로이며, 생명은 다른 생명에서 온다는 생각은 생명의 순환과 사슬이 끝없이 이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기에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해주고 두렵게 다가오게 하지도 않는다.

하인리히의 책 <생명에서 생명으로>는 이런 의미에서 내게 커다란 설득력으로 다가왔고 내게는 커다란 수확이었다. 내가 왜 양평 숲속으로 가야하는지, 숲 속에 있을 때 왜 편안하고 좋은지, 숲속에서 유유자적하게 하는 내적인 동기를 주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나는 꿈꾸는 자연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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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우리는 먼지에서 오지 않았고, 먼지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우리는 생명에서 왔고, 우리 자신이 곧 다른 생명으로 통하는 통로이다. 우리는 비할 데 없이 멋진 식물과 동물에서 왔고, 나중에 그것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도 우리가 내놓는 쓰레기는 딱정벌레와 풀과 나무로 재순환되고, 그것이 또 벌과 나비로, 딱새와 되새와 매로 재순환되었다가, 다시 풀로 돌아오고, 이윽고 사슴과 소와 염소와 인간으로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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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물은 탄소와 탄소가 결합한 화학물질을 재료로 만들어졌고, 탄소는 나중에 분해되어 이산화탄소로 배출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 역시 다른 생명을 ‘먹고 산다’고 말할 수 있다. 식물이 공기에서 받아들여 제 몸을 구성하는 데 쓰는 이산화탄소는 세균과 균류의 작용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과거와 현재의 모든 생명이라는 거대한 집합체가 막대한 규모로 흡수하여 그동안 보관해왔다. 데이지꽃이나 나무의 기본 구성 단위인 탄소는 여러 곳에서 공급된다. 일주일 전에 아프리카에서 죽어 썩어가는 코끼리로부터, 한 달 전에 흙으로 돌아간 북극 양귀비로부터. 바로 어제 공중으로 배출된 분자라도, 분자 자체는 수백만 년 전에 살았던 동식물에게서 왔다. 모든 생명은 세포 차원의 물리적 교환을 통해 하나로 이어져 왔다. 그런 교환의 결과로 오늘날 우리가 아는 대기가 생겨났으며, 요즘도 기후는 그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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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의 몸도 훨씬 이전에 살았던 생물들의 생명으로 만들어졌다. 우리 DNA에는 우리 종이 탄생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계통의 유산은 물론이려니와 다른 계통들의 생명도 담겨 있다. 우리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는 탄소화합물을 연소함으로써 우리가 식물에게서 빌려 왔다고 말할 수 있는 탄소-탄소 결합에 담긴 에너지를 끌어내는 발전소다. 몰론 미토콘드리아는 과거에 우리 세포 속에 터전을 마련했던 세균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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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숲을 사랑한다. 숲에 있으면 편안하다. 숲은 틀림없이 나보다 더 오래 살 것이기 때문이다.

식물은 물, 햇빛, 몇 가지 미네랄을 이용하여 대기의 이산화탄소로부터 얻은 탄소로 제 몸을 만든다.

식물은 우리가 흙으로 돌아가고 흙에서 나오는 재순환 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맡은 행위자이므로 식물의 재순환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재순환도 이해할 수 없다. 식물도 동물처럼 번식하고 성장하며 DNA에 새겨진 유전부호를 자연선택을 통해 발달시켰다.

나무는 죽어도 피를 흘리거나 고약한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나무는 여러 해에 걸쳐 곤충에게 야금야금 먹히면서 죽어갈 수도 있다. 죽은 뒤에는 딱정벌레, 균류, 세균의 활동을 통해서 수선스럽지 않게 천천히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이런 재순환 덕분에 모든 생명이 살 수 있으며, 이런 과정 역시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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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이 우주를 잇듯이, 현재 우리 몸을 구성하는 분자들이 과거에 우주에서 폭발했던 별들과 우리를 잇듯이, 우리는 우주와도 이어져 있다. 우리가 지구의 생물권과, 또한 서로와 이어져 있는 것처럼. 우리가 지구 생태계의 일부라는 이런 비유는 단순한 신념이 아니라 현실이다. 우리는 이 굉장한 체계에 포함된 작디작은 점이고, 무언가 거대한 것의 작은 일부이다. 생명이 지구에서 시작된 뒤 지금까지 ‘배운’ 모든 것, DNA에 유전자로 암호화하여 태양이 꺼질 때까지 후대로 전수할 모든 것, 그것의 일부이다.

확연하게 드러나는 물리적-생물학적 연결성을 차치하더라도, 우리는 옛 생명들의 혼합물이다.

결국 생명은 다른 생명을 재활용함으로써 존재한다. 생명은 생명에서 오고 생명으로 이어진다. 모든 생물 개체는 그 연쇄에서 하나의 사슬이 될 때 가장 충만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잇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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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동물인 송장벌레 구더기, 딱정벌레, 큰까마귀 독수리 모두 재활용전문가이다.

결국 생명은 다른 생명을 재활용함으로써 존재한다. 생명은 생명에서 오고 생명으로 이어진다. 모든 생물 개체는 그 연쇄에서 하나의 사슬이 될 때 가장 충만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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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는 모든 것이 있다. 생명이 있다. 나는 그것을 경험하고, 기억하고, 일부가 된다. 자연과 언쟁할 순 없다. 자연은 생활의, 또한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의 일차적인 맥락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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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도 동물이고, 생명 순환의 일부이고, 먹이 사슬의 일부라는 사실을 부정한다. 우리 역시 만찬의 일부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그런 과정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지려고 한다. 막상 우리는 수십억 마리의 동물을 죽이고 그 밖에도 더 많은 생명이 의지할 수 있는 자원을 영구적으로 제거하면서, 우리가 죽은 뒤에 다른 동물이 우리를 먹는 것은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벌레들에게도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인간을 자연과 다른 생명들과 이어주는 새로운 청조설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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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묻히고 싶은가? 나는 포름알데히드를 거부하겠다. 그것은 살생제니까. 죽이는 물질이니까. 하지만 내 몸의 어느 부분이든 그것이 필요한 다른 남자, 여자, 아이, 아니면 래브라도 개에게 주어서 계속 살게 하는 것은 좋겠다. 사람 중에 받을 이가 없다면 내 심장을 큰까마귀에게 주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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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현실의 궁극적 기준이고, 지금까지 밝혀진 바를 보건대, 온 세상이 하나의 생물체나 마찬가지다. 그 속의 어느 부분도 정말로 분리된 것은 없다. 우리가 아는 한 우주에서 가장 장엄하고, 크고, 현실적이고, 아름다음 것, 곧 우리 자연의 생명과 내가 이어져 있기를 바란다. 지상 최대의 쇼가 벌이는 파티에 나도 끼기를 바란다. 영원히 지속되는 생명에.......“-<생명에서 생명으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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