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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2015.12.09 01:11

<통찰의 시대> 에릭 캔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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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릭 캔들)는 통찰의 시대(The Age of Insight)의 단초를 1900년 전후의 오스트리아 빈(vienna)의 시대적 상황에 맞추고, 이 시기 부터 전개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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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은 세기말적 현상과 모더니즘의 꽃봉오리가 막 피려는 시기였다.

특히 당시의‘빈(vienna)’은 미술, 음악의 예술, 물리학, 의학의 과학, 철학분야가 용해되는 용광로였고, 이를 새로운 문화로 정제하여 유럽과 신대륙에 공급하는 모더니즘의 수도꼭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새로운 지성의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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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돌연히‘바바리 맨’이 나타났으니, 크게 놀란 빈(vienna)의 고상한 지성들은 경악과 함께 눈을 감았으나, 이내 실눈을 뜨고 이 도발자를 응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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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깊은 도시사회에 갑자기 등장한‘바바리 맨’은 다름 아닌 전통 회화의 개념을 파괴하고 등장한‘구스타프 클림트, 코코슈가, 에콘실레’와 같은 일련의 표현주의 미술가들 이었다.

세기말 모더니즘과 함께 등장한 표현주의는 자연과 모델의 외형을 그대로 재현하는 기존 회화방식을 거부하고, 오로지 내면에 있는 지각과 감정을 포착하여 캔버스에 표현해 내고자 하였다.

표현주의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클림트는 생물학적 도식(정자와 난자)을 패턴화하여 화려하게 장식하고 성적ㆍ공격성의 내면 세계를 관능적 오브제를 통해 충격적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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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전후 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모더니즘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되는데,

첫째 인간의 내면정신(무의식)의 비합리성 발견으로, 이는 근대 시대 이성과 계몽정신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진다. 둘째 인간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분석과 성찰적 노력, 셋째 다양한 새로운 지식을 통합해 내려는 일련 정신으로 정의된다. 특히 프로이드에 의해 성욕구와 공격충동의 본능 즉,‘무의식 정신세계’가 머리뼈 아래 감춰진 불편한 진실처럼 폭로되면서 지성계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예술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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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영향을 받은 표현주의자들은 인간 정신세계의 겉옷을 활짝 열어 제치고, 내면에 은폐되어 있던 본능의 실체를 관람자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시도를 한다.

코코슈가는“우리는 모두 프로이드 주의자이자 모더니스트다. 우리 모두 겉 모습 아래 깊숙이 들어가고 싶어 한다.”라고 말해 표현주의자들이 프로이드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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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프로이드는 많은 정신질환자의 임상진료를 통해 다단계적 정신체계를 확립했는데, 특히 내면 무의식은 외부로 표현되는 의식 행동을 결정하며, 이 무의식 정신세계는‘성적욕구’와‘공격충동’이라는 본능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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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프로이드 연구는 빈(vienna)의 용광로 속에 같이 끓고 있던, 다윈 진화론의 영향을 받았다.

프로이드는 유전자가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유전자를 섞어 다양화를 시도하는데, 이를위해‘성(性)결합’이라는 전략적 기제를 만들어냈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진화과정에서 뇌 무의식에‘성욕구’알고리즘이 코딩되었다고 생각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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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본능’또한 성욕구 충족을 위한 일종의 전략으로 보여지는데, 사실 공격성 기원은 3억 개의 성세포(정자)가 체외로 나와 생존 경쟁하는 시점부터 시작된다. 또 수정에 성공한 생명체 역시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지구상에 한정된 자원을 놓고 평생 치열한 생존혈투를 벌이는데, 진화과정에서 이때 필요한‘공격본능’이 뇌에 새겨진 것이다.

표현주의 미술가들은 이와 같은‘성욕구’와 공격성’본능이야 말로 인간 정서와 감정의 실체로 보고 이를 표현해 내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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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당시 모더니즘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던 빈 미술사학파(알로이스 리글, 에른스트 크리스, 언스트 곰브리치)는 표현주의를 적극 지지하며 나섰는데, 알로이스 리글은“미술은 역사와 그 시대의 문화 속에서 창조되며, 관람자의 지각과 감정의 참여가 없는 미술은 영원한 미완성”라고 강조한다. 이는 미술사상 처음으로‘관람자’를 예술의 주체로 끌어들이는 순간이다.

또한 곰브리치는 작가의 애매한 표현이 심화될수록 작품에 대한 관람자의 창의성을 자극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작가와 관람자와의 긴밀한 관계성을 분석해 냈다.

이렇게 관람자의 인식과 감정이입을 유도함으로서 표현주의는 미술의 인지심리학 출현을 견인하고 후에 미술과 뇌신경학의 연결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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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전반부에서는 이상과 같이 표현주의 미술이라는 시각적 재료, 감정ㆍ본능으로 이루어진 마음, 관람자의 지각과 공감 같은 인지심리학적 소재를 이끌어 낸 후, 책 중반부터 이런 소재들이 우리의 뇌 속에서 연결되고 처리되는 과정을 뇌신경학적 관점에서 구체적이고도 흥미롭게 분석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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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소개된 개략적인 시각처리 과정은 다음과 같다.

눈 망막을 통해 이미지 정보가 뇌 중심 아래쪽 시상(외측무릎핵)을 거쳐 후두엽의 1차 시각피질 영역으로 전송되고, 이는 다시 몇 차례의 중계지점에서 통합되어 측두엽과 두정엽, 전두엽 등 뇌피질 영역으로 전달되는데, 이 영역들은 해마,선조체,편도체 등과 연결되어 기억,경험 그리고 감정과 깊이 관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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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러한 시각처리 메카니즘을 예의 전문적 지식을 동원하여 상세히 설명하는데, 특히 시각처리과정을 1.상향처리 과정과 2.하향처리 과정으로 나누어 미술의 인지 메카니즘을 새로운 관점에서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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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상향처리란 망막에서 들어온 이미지가 선, 색체와 같은 기본적인 형태로 해체된 후, 부호화되어 해당 뇌 영역으로 전송ㆍ통합되는데, 이때 게슈탈트 규칙(각 부분이 통합되어 새롭게 인식되는 과정)과 과거 기억 등이 참여하여‘보편적 이미지’를 만드는 낮은 수준의 시각처리 과정이다. 여기까지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보여지는 객관적 이미지 상이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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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더욱 중요한 하향처리는, 상향처리가 끝난 이미지에 경험과 감정이입 등을 더해 내적 표상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이때 비로소 이미지에 대한 완전한 인지가 이루어지는데, 이때의 이미지 상은 개인의 경험과 감정에 따라 매우 주관적인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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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생리학을 연구한 헬름홀츠는 뇌가 눈에서 들어온 정보에만 의존하면 시각처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뇌의 기억과 경험 그리고 감정이입 등을 수반하여 결과적으로 이미지가 무엇인지 추론한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잘 알려진 라마찬드란 박사의 뇌신경과학 저서‘뇌 속의 유령’에 소개된‘카그라스 증후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이 증후군은 시각에 대응하는 뇌 감정영역의 신경회로가 손상될 경우, 이를테면 부모를 사기꾼으로 인식하게되는 정신병리적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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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같이 헤름홀츠는 모든 시지각과정은 우리의 뇌가 시지각 정보를 분류하고 해석하는 과정이라고 했으며, 미술사학자 곰브리치는 우리는 물질세계에 직접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빚어낸 환상을 보는 것이라고 까지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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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나름대로 부언해 보자면,

우리가 중고등학교 미술시간에 한두번 실습해 본 데생이나 소묘 작업의 경험 또는 화가가 사실화를 그리는 과정을 보면, 작가는 회화 대상을 재현하기 위해 순간적인 기억에 의존하여 모델과 캔버스를 수없이 번갈아 보며 사진 찍듯이 그려간다.

이때 망막에서 들어온 시각 정보를 뇌에서 이미지 형태로 재현하는 단순 과정만을 반복하게 되는데(주로 눈과 손 기능에만 의존), 이런 기법은 19세기 인상주의 전까지 지속되었던‘자연의 재현’에 충실한 회화개념으로 당시의 미술은 주로 성화나 역사적 사건기록과 같은 기능의 한 종류로 취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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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후의 회화에서는 위와 같은 뇌의 상향처리 과정(낮은 수준의 시각처리)을 통해 통합된 객관적 이미지에 주관적 경험, 감적이입 등 하향처리 과정을 더함으로서 관람자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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