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과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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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앞서 엄준호님과의 논의에 있어 약간의 보론이자 연장선상에 있는 글임..)


 [몸학 그림] 발췌 인용



이미 <홀아키>라는 개념을 알고 있는 몇몇 식자들도 있겠지만, 이 용어 자체는 헝가리 출신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아서 케슬러(A. Koestler)를 통해 비롯된 개념으로 전체(holos)와 부분(-on)을 함께 뜻하는 ‘holon(홀론)’과 위계를 의미하는 ‘-archy’의 합성어를 뜻하는데(Koestler, 1967), 오늘날에는 통합사상가인 켄 윌버(Ken Wilber)가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하면서 좀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실정이다. 

결국 <홀아키>라는 개념은 존재가 전체이면서 부분이 되고 있는 홀론적 성격이 진화하는 자연의 모든 계층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에 기인한다(BHE, 24-5 ; MSS 역, 118-119). 이는 진화하는 생명의 구조가 이전의 하위 구조를 포함하면서 이후의 상위 구조로 초월하려는 그러한 포월적 전개의 과정적 구조라는 점을 함의해주고 있다. 이는 일종의 <내포 위계>nested hierarchy를 의미한다. 이것은 저명한 물리학자인 리 스몰린(Lee Smolin)이 『우주의 생명』the Life of the Cosmos에서도 언급했던 “자기조직화된 계의 차례로 포개어진 위계”라는 개념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바로 이러한 내포 위계, 곧 홀아키로서의 몸 구조를 갖고 있다. 물론 인간의 몸도 예외 없이 홀아키 구조를 지닌다. 

앞서 말했듯이 현재 인류의 몸은 137억 년 동안 진화한 이 우주의 구조와 패턴들이 함께 녹아 있으면서, 동시에 다음 세대의 새로운 몸을 향하여 그 밑거름이 되고 있는 과정상의 몸이기도 하다. 그러한 과정에서 인간의 몸은 이전 생물과는 달리 결코 단조롭지 않은 복잡다양성과 경험의 강도가 깊은 면면들까지 보여준다. 인간의 몸이 다른 동식물의 몸보다 고등한 질적인 차이를 갖는 이유도 바로 이 점에서다. 동시에 인간의 몸에는 137억 년 우주 진화의 과정 없이는 성립될 수가 없는 몸의 구조가 내함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선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서 편입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사회가 형성하는 문화와 문명은 자연의 그것과는 또 다르기에 자연을 포월하는 <제2의 자연>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137억 년 전, 우리의 우주시대가 태동된 빅뱅의 순간에 곧바로 DNA가 생겨난 것도 아니며, 진공 상태에서 별안간 유인원이 창조되어 나온 것도 아니다. 137억 년 동안 진화해 온 이 우주는 크게 물리학적 지평에서 생물학적 지평으로 그리고 심리학적 지평으로 더 나아가 세계 문화적 지평으로 나아갈 때마다 이전의 단계를 포함하면서 이후의 단계로도 끊임없이 초월하고 있는, 너무도 장대한 시간의 긴긴 여행을 계속적으로 해왔던 것이며, 그럼으로써 이전으로 환원될 수 없는 그 포월적 양상의 <새로움>novelty 역시 지속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자연세계의 이러한 특성을 가리켜 흔히 <창발성>emergence이라고도 애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과거적 사실을 껴안지만 과거적 사실만으로 설명되어질 수 없으며, 현재 안에는 새로운 미래로 비상하려는 창발적 몸부림도 함께 깃들어 있다. 부분의 합은 언제나 전체 그 이상이며, 우주의 진화는 영원한 현재 진행형(-ing)일 뿐이다. 몸은 137억 년 동안 포월적으로 진화하면서 홀아키 구조를 형성해왔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몸은 언제나 과거 전체를 껴안은 채로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현재 진행형으로서의 몸형성 과정이었던 것이다. 

모든 몸은 이전의 것들에 기반하면서도―적어도 이점에선 부분적 환원 역시 가능할 것이지만― 한편으로 이전의 것들로 환원되어질 수 없는 새로움의 그 무엇이기도 하다. 이전의 것들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존재의 몸은 <타자원인성>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이전의 것들로 환원되지 않는 고유한 새로움 또한 함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존재의 몸은 <자기원인성> 역시 지닌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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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영준 2013.03.18 20:00
    님의 글들을 읽다보면 재미있는 소설 읽듯이 빠져듬니다
    엄청난 내공으로 어찌나 매끄럽게 흘러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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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철순 2013.03.18 20:00
    미선님의 글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서 케슬러(A. Koestler)의 <홀아키> 개념에 대하여 너무 정리를 잘 하셨네요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전적으로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켄 윌버(Ken Wilber)의 AQAL 매트릭스 개념에도 동의를 하지만
    저는 이에 대하여 한편으로는 또 다른 종교적 신비주의로 흐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가지고 있습니다.
    켄 윌버의 사상의 참 의미는 보편성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인간들에게는 쉽고도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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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훈 2013.03.18 20:00
    도올 김용옥님도 몸철학에서 인간몸이 우주의 전 진화과정을 함축하고 있다고 하신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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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준호 2013.03.18 20:00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설명해주신 홀아키의 개념을 사용하면 자연과학적 현상은 물론 우리 인간사를 보는 견해에도 많은 통찰력을 줄 것 같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홀아키의 개념이 우리 미래에 대해 희망적으로 보는 것 같아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글 중에 다음 문장이 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현재는 과거적 사실을 껴안지만 과거적 사실만으로 설명되어질 수 없으며, 현재 안에는 새로운 미래로 비상하려는 창발적 몸부림도 함께 깃들어 있다."

    현대생물학에서는 굴드 등의 영향으로 진화의 방향성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생물학적 진화에도 방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생물의 다양성과 복잡성이 증가하는 것입니다. 홀아키 및 창발성은 이러한 견해를 지지해주는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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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준호 2013.03.18 20:00
    여러 가지로 공감이 되네요. 우리의 자유가 분명 관계 속에 놓인 "제한된 자유"이긴 하지만 현실이 부조리하고 불만족스럽다면 그래도 그것을 변화시킬 힘이 바로 그 제한된 작은 자유 속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간의 경우에는 창발성의 중요한 원동력이 바로 그 자유, 자유의지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에 저는 쉽게 자유의지를 놓치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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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영준 2013.03.18 20:00
    생각할 수록 부딪쳐 볼수록 늘 절묘한, 인간생활에서의 양 극성--
    그저 둘이 아닌 "본래 하나다" 라는 말로 설명이 다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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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준호 2013.03.18 20:00
    네 감사합니다. ^^ <자유의지는 없다>라는 책은 저도 소개글을 본 것 같습니다. 논지가 대략 예상은 됩니다만 한번 읽어는 봐야겠네요. 그리고 서울에도 생물학소모임에서 뇌과학을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모임에 언제 시간을 내어 한번 같이 참여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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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철순 2013.03.18 20:00
    미선님의 백두에 대한 철학을 철학의 1.0과 2.0으로 구분 하는 것은 매우 재미있고, 미선님의 명쾌한 표현에 저도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미선님의 혜안과 표현에 진심으로 존경심을 가집니다.

    문제는 2.0철학에서 근원적인 문제가 양자역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죠, 즉 위의 몸학 그림에서 원자와 소립자 그리고 궁극적 기초의 실재가 양자역학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견해로는 기존의 양자역학적 개념에 대하여 달리 풀이가 되어지고 있습니다.
    즉 장소와 시간문제에 따른 존재의 근원적 본질이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만 양자적 복잡성에 의하여 불확정성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확률적 존재개념과 양자적 얽힘 현상에 대하여 달리 해석을 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번 논의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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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주 2013.03.18 20:00
    안녕하세요^^ 백북스 강의 가끔 들으러 가는데, 과학철학에 관심이 있어서요..
    혹시 소모임 진행중이면 참여하고 싶은데... 대전에서 하는 소모임이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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