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과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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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니가의 "윤리적 뇌"는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관련하여 9개의 질문(4장과 5장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요약될 수 있기 때문)을 던지고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9개의 질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하고 저의 생각을 간단히 덧붙이는 식으로 이번 모임 내용을 정리할까 합니다.


1. 배아는 인간과 동일한 도덕적 지위를 가지는가?
배아는 수정란이 발생을 시작하고 약 8주가 경과할 때까지를 이르는 용어입니다. 9주차부터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태아라 부릅니다. 배아에 대한 도덕적 지위를 묻게 된 계기는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줄기세포때문입니다. 아시겠지만 줄기세포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예를 들면 심장근육, 연골,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군 등을 만들어 치료 목적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은 기술적으로 몇가지 방법이 있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수정란을 만들고 이를 배아로 발생시킨 후 얻게 되는 배아줄기세포입니다. 배아줄기세포를 얻기 위해서는 배아를 희생시켜야 하는데 배아는 적당한 조건하에 있다면 결국 아기로 자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한 아기를 희생시켜 치료목적의 줄기세포를 얻는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배아에 인간과 똑같은 도덕적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지 즉 배아를 사용하여 줄기세포를 얻는 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결론은 배아(보통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배아는 발생 후 14일까지)는 단지 세포덩어리에 불과하며 결코 인간과 동일한 도덕적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아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그 아이를 대통령으로 대접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논리로 말입니다. 대신 저자는 신경과학자답게 어느 정도 기능적인 뇌를 가지는 약 23주는 되어야 인간과 동일한 도덕적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약 23주된 태아는 적어도 유해한 자극에 반응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이와같은 문제 즉 "발생의 어느 시점부터 인간으로 볼 수 있는가?"와 같은 문제에 과학이 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수정으로부터 시작되는 한 인간의 일생은 연속적인 과정이며 결코 과학적으로 어느 시점부터 도덕적 지위를 부여받을 자격이 있는 인간이다라는 근거를 제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시점을 제시하든 그것은 임의적인 것이며 자연적인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과학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한걸음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사회문화적 합의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문제를 섣불리 해결한답시고 끼어들어서는 과학 자신에 상처만 입힐 것이기 때문입니다.


2. 뇌의 노화나 질병으로 의식을 잃었거나 자아감을 상실했을 때,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구체적으로 식물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또 중증 치매환자가 계속 살아가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하는 질문입니다.
책 내용 일부에서 저자의 심중을 언뜻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치매환자)은 세계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 어떤 무시무시한 의미에서 보면, 정신적 수행 능력에 대한 기초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고 할 경우 치매에 걸린 이들은 더 이상 우리 인간 종의 구성원이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그런 생각을 부정하려고 매우 열심히 노력한다." p54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치매환자는 더 이상 인간이라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자의 생각은 치매환자나 식물인간과 같은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것입니다. 안락사는 그래도 한때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던 존재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겠지요.


저는 우리 인간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서는 결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인생에 하찮은 의미조차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찌 하루라도 살아갈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자신과 자신의 삶을 자각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특징이자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자신과 자신의 삶을 자각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심한 치매환자나 식물인간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고 오직 고통뿐인 말기암환자와 같은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명예롭게 죽을 수 있는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생명공학기술을 사용하여 원하는 형질을 가진 아이만을 선택적으로 낳거나 그런 아이를 만들어 낳는 것은 문제가 없는가?
우리는 최근 매스컴을 통해 무슨 암유전자는 물론이거니와 비만유전자, 동성애유전자, 잠꾸러기유전자, 인지기능유전자 등이 새로 발견되었다는 보도를 수없이 접하고 있습니다. 상상을 이어보면 똑똑해지는 유전자, 키크는 유전자, 빨리 달릴 수 있는 유전자 등도 발견될 것입니다. 그럼 이런 유전자를 수정란에 넣어 똑똑하고 키도 크고 예쁜 아이를 얻는다면 그것이 문제가 될까요?


저자는 앞으로 이런 기술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인간의 모든 형질들이 유전자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분별있는 인류는 이 기술을 남용하지는 않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저도 인간의 모든 형질들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유전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 이상, 태어나는 후손에게 좋은 형질을 가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다면 그것을 마다할 부모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그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를 보세요. 물론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키 큰 사람", "예쁜 얼굴", "감성적인 마음" 등을 선택합니다. 이런 특징들이 어느 정도 유전적 토대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후손들에게 특정한 형질을 물러주기 위한 유전적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장차 생명공학기술의 발달은 이러한 유전적 선택에 새로운 방법을 추가할 것입니다. 미래에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하여 원하는 아이를 디자인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나쁠 것도 없고 막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관련하여 두가지 문제점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우선 만약 아이를 똑똑하고 예쁘게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그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면 돈있는 사람들만이 그런 아이를 가질 것이고 그런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하여(물론 꼭 똑똑하고 예쁘기만 하면 사회적으로 성공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부를 축적한다면 사회는 더 불공정하고 불평등해질 것입니다. 두 번째 아이를 디자인하는 비용이 별 것 아니라면 저는 저자의 생각과는 달리 그 기술이 남용될 소지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하지만 요즘에도 세상에는 좋은 난자와 정자를 사서 아이를 가지려는 사람들도 있지 않습니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느 가정이나 비슷비슷한 아이들을 갖게 되지는 않을까요? 즉 인간 사회의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유전적 다양성은 인간의 생존과 진화의 중요한 토대입니다. 이것이 흔들린다면 분명 인류에게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4. 일상생활에서 정상인이 정신기능향상제를 복용해도 괜찮은가? - 정신기능향상제는 세상을 더 평등하게 만들까?
똑똑해지는 약, 가능할까요?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약은 상당한 수준까지 연구된 것 같습니다. 기억에 관한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유명한 에릭 캔달도 회사를 차려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약을 개발 중이라고 하니...
지능은 좀 더 복잡한 문제이겠지만 언젠가는 지능향상약, 지능개선드링크가 나오겠지요.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나는 자동적 기량(운동 기량)을 증진시키는 신체 기능 향상제는 부정행위라고 생각하지만, 어디에 차 열쇠를 두었는지를 기억하게 도울 수 있는 정신 기능 향상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전자의 경우 경쟁자와의 사회적 계약이 깨지지만, 후자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자연인을 응원하면서도 우리 내면의 소리를 조심스럽게 들어야 할 것이다." p103
 
저는 이에 대해 대학자의 생각치고는 너무 순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신기능향상제가 어떻게 사회적 계약의 파기가 아닌가요? 더구나 현대는 육체적 능력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정신적 능력으로 경쟁하는 시대인데. 정신기능향상제는 이러한 경쟁에서 부정행위이며, 더구나 정신기능향상제가 매우 비싸다면 사회적으로 부의 세습, 권력의 세습은 더욱 공고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래에 있을 그런 추세를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즉 제약회사들은 기억력향상제와 지능향상제를 개발해 대박을 터트리려 할 것이고 그 약들은 물론 매우 비쌀 것입니다. 부유한 사람들은 자신과 자식들을 위해 그 약을 구입할 것이고 세상은 더욱 불평등해질 것입니다. 우리의 지혜가 필요하겠지요.


5. 자유의지가 환상이고 실제하지 않는 것이라면 우리는 범죄자를 처벌할 수 없는 것인가?
이런 질문이 제기된 것은 1980년대에 Benjamin Libet이 행한 유명한 실험들에 의해서입니다. Libet은 실험을 통해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느끼기 약 0.5초전에 이미 뇌에서 이런 선택과 관련된 신경활동(readiness potential)을 검출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우리가 무엇인가를 우리의 의지에 의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믿음에 의문을 던졌습니다. 즉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행동은 사실 그 전에 일어난 어떤 뇌 신경활동의 결과물일 뿐 이라는 것이죠. 우리는 자동적인 기계일 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자동기계에 불과하다면 즉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면 어떻게 범죄자를 처별할 수 있을까요? 범죄는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존재하는 가정을 전제로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뇌는 자동적이지만 사람들은 자유롭다.(p137)"고 말합니다.
무슨 말일까요?
“자유라는 것은 사회의 상호 작용 안에서 발견되는 것이다.(p137)”
“...책임이라는 것은 뇌에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부여하는 것 p140”
“... 사회 규칙 안에서 만들어진 책임이라는 개념은 뇌의 신경 구조 안에는 없다. p140”
위와 같은 언급을 통해 제가 이해하는 바는 저자는 뇌는 자동적이지만 자유, 책임이라는 것은 사회내에서의 관계(상호작용)를 통해 형성되는 개념이니 뇌의 자동성과는 관계가 없다것입니다. 따라서 범죄도 뇌의 자동성과 상관없이 처벌 가능성하다는 논리인 것 같습니다.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인간이라는 자동기계는 사회 속에서만 자유와 책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는 제가 아는 자유 그리고 자유의지 개념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저자의 생각과는 달리 숲에서 혼자사는 사람, 사고로 무인도에 고립된 된 사람들도 자신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따라서 저는 "자유의지"에 대해 저자와는 달리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유감스러운 말이겠지만, 저는 "자유의지" 즉 "내가 무엇인가를 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느낌은 "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한순간도 쉼없이 가해지는 내,외부의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자동기계"일 뿐입니다. 이와 같은 자극은 "물리적 자극"일 수도 있고 사회문화적 약속인 "개념 자극"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자극에 반응할 뿐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누가뭐래도 "내 스스로" 그리고 "내 맘대로" 무엇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고 느낌니다. 이런 느낌이 그냥 느낌일 뿐 자유의지란 없는 것이라면 왜 우리는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이런 부수적인 느낌을 갖는 것일까요? 제 생각에 그 이유는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회를 이루어살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들이 어떤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마구잡이로 행동한다면 사회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사회이건 규칙을 어기는 구성원은 있기 마련이고 사회유지를 위해 이런 구성원은 마땅히 처벌받아야 합니다. 이런 일련의 사회적 과정들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 저는 우리가 "자유의지"라는 환상을 가지도록 진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즉 구성원들 각자가 "나"라는 존재가 있다고 느끼고 내가 하는 행동들은 "내 스스로", "내 의지에 따라" 한다고 느낄 때, 사회는 더 효율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처벌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사회를 이루기위해 "자유의지"라는 환상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없이도 개미는 상당히 복잡한 조직을 이루어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자아감"과 "자유롭다는 느낌"은 개미 사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복잡한 사회 조직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인류가 뇌를 통해 이런 느낌을 갖게 된 것은 "우연과 필연"의 산물이며 인류 진화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6. 기계로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기계로 어떤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을 뇌스캔이라고 합니다. 미래에 이런 것이 가능할까요? 그렇게 된다면 정말 사생활이란 없어질 것 같습니다. 마음대로 상상도 할 수 없으니...
저자는 이런 기술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 ...이 기술은 마음을 읽는 장치가 아니다. 게다가 뇌파에 대한 정보를 사용해서 어떤 사람의 생각과 의도에 대한 이야기와 이론을 만들어 낼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 뇌파 정보로부터 만들어 낸 이야기는 기껏해야 상황적 증거이거나 소문이고, 법정에서 어떤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은 과학을 오용하는 것이다. 신경과학은 두뇌나 뇌파검사 기록에서 생각들이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증거들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모든 생각은 뇌 안에서 만들어지지만 우리는 그런 생각들을 아예 읽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p154-155"


저는 좀 달리 생각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뇌파와 같은 신경활동의 산물 또는 어떤 특정 신경세포들의 활동 자체가 특정 마음을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마음은 특정 신경세포나 신경활동에 귀속된 것이 아니라 뇌와 몸 그리고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본질적으로 마음은 신경전달물질, 시냅스에서의 활동, 신경세포의 발화 등으로 환원되거나 반대로 그런 것들로부터 연역되어 예측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미래의 언젠가 우리는 뇌 활동을 탐지하여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기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좀 어렵고 적절하지 않은 비유일지도 모르지만 이 상황과 관련하여 생각나는 비유는 이런 것입니다. DNA의 염기서열은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규정합니다. 그리고 아미노산 서열 즉 단백질의 1차구조는 그것의 3차구조를 규정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는 단순히 물리법칙과 수학을 사용하여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단백질 3차구조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생물학자들은 현재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매우 타당한 단백질 3차구조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특정 아미노산 서열과 단백질의 특정 구조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방대한 DB(경험)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생물학자들은 확보된 아미노산 서열을 가지고 물리법칙을 적용하여 단백질 3차구조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그것을 해내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상황이 뇌스캔장치에도 똑같이 일어나리라 생각합니다. 신경전달물질과 뇌파로부터 물리법칙에 의해 마음을 읽을 수는 없지만 상관관계에 대한 데이터의 축적은 결국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것입니다. 미래사회에서는 아마 사생활보호를 위해 뇌스캔을 차단할 수 있는 뇌스캔방지장치를 모자처럼 쓰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7. 불완전한 기억이 계속 법적 증거로 타당할 수 있을까?
기억의 불완전성은 신경과학 연구를 통해서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경험에 의해서도 너무 명백합니다. 더구나 나이가 들면 기억의 부정확성은 더욱 증가합니다. 마땅히 증인의 기억은 많은 증거들 중 하나로 그것도 매우 주의깊게 취급되어야 할 것입니다.


8. 종교(믿음)는 뇌 기능 또는 특성의 산물인가?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믿음을 만드는 기계(p211)라고 말입니다. 저도 저자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현재 많은 종교적 체험들이 뇌과학적으로 설명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과학적 설명과는 별개로 종교 또는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우리 곁을 떠나리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가진 어떤 것의 적응적 잇점은 꼭 사실 여부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지나치고 맹목적인 종교와 종교적 행위는 개인은 물론 인류의 생존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종교가 관대하고 겸손할 수만은 없는 것일까요?


9. 신경과학적 발견에 기반하여 인류가 의존할 수 있는 보편윤리를 찾을 수 있는가?
저자의 생각은 다음 글에 잘 나타나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견고한 진리들로 만들어지는 보편 윤리가 아니라, 맥락적이고 감정에 영향을 주고, 생존을 돕게끔 고안된 구체적인 상황들로부터 만들어지는 보편윤리를 찾아야 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고 의존해서 살아갈 그런 절대적 진리에 도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도덕이란 것이 맥락적이고 사회적이며 신경 메카니즘에 기반해 있다는 것을 알면, 윤리적 문제들을 다루는 방식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신경윤리에 있어서 필수적인 사항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뇌의 신경구조를 바탕으로 사물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주어진 특정 맥락에서 가장 좋거나 논리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직관적 본능을 논의하는 것이다."  p229


정리하자면 절대적 보편윤리 즉 도덕적 진리란 것은 없지만 그것이 왜 불가능한지를 이해하면 그래도 차선책 윤리는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것입니다. 저자와 같은 신경윤리학자들은 도덕적 진리라고 말하는 것이 결국 따져보면 감정과 연관된 도덕적 직관에 근거하고 있는데 감정이라는 것이 사회문화적 영향을 받음은 물론 비합리적인 면도 있어 도덕적 직관에 근거하는 도덕적 진리란 보편적일 수 없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윤리학은 철학분야에서도 역사가 오래되었고 수 많은 철학자들이 보편윤리에 대해 나름의 답을 내놓았을 것 같은데 저의 지적 한계로 이를 개괄해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다만 언젠가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할까하고 고민하다가 “이타적 합리주의”를 지향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린 기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래되어 논리도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뭐 대단한 철학도 아니니... 아마 우리 사회가 적어도 합리적인 범위내에서라도 좀 더 남을 배려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을 읽었지만 어쩌다보니 결국 생각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더 늦으면 이마저 기억이 나지 않을 것이고 회원님들과의 약속도 있고 하여 이렇게 부족한 글을 올립니다. 부디 회원님들의 많은 조언과 의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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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12.03.06 01:19
    책을 읽는 내내 자동차와 속도를 뇌와 마음(의식)에 빗대어 생각해 봤습니다. 급발진하는 자동차의 경우,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가 해결되지 못했듯, 설명할 수 없는 우발적 범죄행위에 대해 누가(나 자신? 뇌? 사회?) 책임을 져야 하는가도 생각해 볼 수 있었구요.
    종교는 어떤 집단의 이익의 결과라고 생각하지만(독실한 신자분들께는 죄송. 그런 분들은 종교인이라기보다는 신앙인이라고 이름붙여드리고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에게 신앙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확율과 통계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성형이 경쟁력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부각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입니다. 결국 개인 선택의 문제겠지요. 정상분포에 걸릴 확율과 모든 것을 잃을 확율 사이에 도박하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능향상 약물 복용의 시대가 오면)

    토론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늦게라도 의견을 공유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 선정되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추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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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준호 2012.03.06 01:19
    의견 감사합니다. 꼭 만나지 않더라도 이렇게 같은 주제에 대해 다른 분의 생각을 접할 수 있는 것이 저는 좋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의견주세요^^

    그리고 설사 자유의지라는 것이 없더라도 사회가 나쁜 행동을 한 자동기계 뇌를 벌준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급발진한 차는 분명 수리를 하던지 폐차를 시켜야 하잖아요.다시 말해 자유의지가 있건 없건 우리는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죠.
  • ?
    김제원 2012.03.06 01:19
    자유의지에 대해, 그런 건 없다. 반응할 뿐이다. 라는 견해는 저로선 첨 들어보는 견해이지만, 설득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동물로써, 사회적 약속을 준수하게하고 또 적절히 처벌하기 위해 '자유의지'라는 느낌을 고안해 냈다...

    요약과 견해를 읽어보니, 책 한권 내용이 단번에 들어오네요, 잘 읽었습니다.
  • ?
    임석희 2012.03.06 01:19
    결정론과 자유의지가 약간 헷갈리게 언급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책을 잘못 읽었을 수도 있고..) 우리 시대가 결정론의 시대라는 점에서.. 자유의지 같은 건 없다는 부분.. 거의 대체로 맞는 얘길겁니다. 오히려 '자유의지'라는 느낌을 고안해냈다는 말이 설득력 있었습니다. 정말 재밌는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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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남수 2012.03.06 01:19
    방대하고 깊이 있는 있는 내용을 자세히 꼼꼼하게 정리해주셨네요.
    아홉가지 질문 모두가 두고두고 생각해볼 이슈들이고요.
    저는 한 번 읽어서는 이해가 안되가지고^^
    자꾸 들어와서 여러번 읽고 또 읽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이기두 2012.03.06 01:19
    결정론과 자유의 의지의 문제는 형법학의 행위론과 형사정책적인 문제도 되는 것 같습니다.
    현대 법학에서 처벌형주의에서 교육형주의로 형사정책이 바뀌었는데,
    뇌과학, 인지과학 등의 제기로 교육형으로 가능한가 하는 문제가
    자유의지와 관련되어 의문이 됩니다.

    불능(뇌기능 장애, 착오 등의 문제), 미수(실행되지 못한 범죄)의 문제로 형사법학에서 다루어 지고 있기는 합니다.
    저는 김갑중 원장님께 형사정책과 관련하여
    교육형주의로 불가능한 영역에 대하여,교육형주의 보다 치료형주의가 더 실효성있는 것이 아닌가 질문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치료감호소 제도가 있기는 한데, 오히려 인권 문제가 제기 됩니다.
    교육형을 받고, 추가로 치료감호를 받아야 하는 문제 등 때문인 것 같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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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과학이라는 이름의 미신? 17 주민수 2012.03.27 2664
78 철학사상에 관한 자료 공유 6 우현종 2012.02.11 2649
77 과학과 철학에 대한 단상 6 주민수 2012.03.18 2624
76 주민수 박사님께 6 file 엄준호 2014.08.20 2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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