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과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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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의 <물질의 꿈>에 이어....)




[화이트헤드의 과학철학 노트]



“궁극적인 형이상학적 진리는 <원자론>이다. 피조물은 원자적이다.


이 (유기체 철학) 강의의 적극적인 학설은, 생성한다는 것the becoming, <현실적 존재>의 관계성the relatedness of ‘actual entities’이라는 것을 문제삼는다. <현실적 존재>는 데카르트적 의미의 진정한 사물res vera이다. 그것은 데카르트의 <실체>이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제1실체>는 아니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그의 형이상학설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성질>의 범주를 <관계성>의 범주보다 우월한 것으로 내세웠던 주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강의에서는 <성질>보다 <관계성>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모든 관계성은 그 기초를 현실태의 관계성에 두고 있다.



현실 세계actual world는 과정process이라는 것, 그리고 과정은 현실적 존재의 생성becoming이라는 것.


현실적 존재가 어떻게 생성되고 있는가how an actual entity becomes라는 것이 그 현실적 존재가 어떤 것인가what that actual entity is를 결정한다는 것. 따라서 현실적 존재에 대한 두 가지 기술은 서로 독립해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 존재의 <있음>은 그 <생성(生成)>에 의해 구성된다. 이것이 <과정의 원리>이다”(PR 23).



<현실적 존재>―또는 <현실적 계기actual occasion>라고도 불린다―는 세계를 구성하는 궁극적인 실재적 사물real thing이다. 보다 더 실재적인 어떤 것을 발견하기 위해 현실적 존재의 배후로 나아갈 수 없다. 현실적 존재들 간에는 차이가 있다. 신은 하나의 현실적 존재이며,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는 텅 빈 공간에서의 지극히 하찮은 한 가닥의 현존도 현실적 존재이다. 그런데 비록 그 중요성에서 등급이 있고 그 기능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현실태가 예증하는 여러 원리에서 볼 때 모든 현실적 존재들은 동일한 지평에 있는 것이다. 궁극적 사실은 이들이 하나같이 모두 현실적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현실적 존재들은 복잡하고도complex 상호 의존적인interdependent 경험의 방울들drops of experience이다.“(PR 18)


 


<물질적 원자>에서 <유기체적 원자>으로



수학자로 출발했던 화이트헤드가 아인슈타인을 만나 상대성 원리를 논의하기도 했던 물리학 탐구의 중기 시절에는 <존재>being를 <사건>event으로서 이해했었다. 그러한 중기 때의 <사건> 개념이 나중에 하버드 교수를 맡았던 말년의 후기 철학의 시기에 이르러선 <현실적 존재>actual entity(또는 현실적 계기actual occasion)라는 개념으로 매우 정교화되어서 제시된다.

화이트헤드의 철학 역시 일종의 철학적인 원자 개념을 상정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존의 원자론이 아니라는 점에서 새로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화이트헤드의 원자 개념은 “이 세계를 구성하는 궁극적 사물”로서 이를 <현실적 존재> actual entity 또는 직접 경험의 내용을 <현실적 계기>actual occasion라고 불렀다. <현실적 존재>는 화이트헤드가 말하는 <진정한 사물>res vera로서 이는 그의 철학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개념에 해당한다.



화이트헤드의 철학 체계에선 관계성의 범주가 성질의 범주보다 우위를 차지한다(PR ⅹⅲ). 화이트헤드가 말하는 ‘현실적 존재’들은 복잡하고도 상호 의존적인 경험의 방울들drops of experience이며, 과정process의 미시적 단위들이다(PR 18)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기조차 힘든 지극히 초마이크로한 순간의 사건을 기술하는 용어인데, 사실 현실적 존재를 기술하는 화이트헤드의 이 같은 표현을 어떻게 쉽게 설명한다는 것이 한편으론 위험하면서도 참으로 막막한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알듯 말듯 하면서도 아리까리한 이 같은 표현은 머리속에 실날같은 번쩍임처럼 떠오르기 때문에 쉬운 설명이란 게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이트헤드 철학에 있어서 현실적 존재라는 개념은 아주 중요한 핵심적 용어이기에 만약 현실적 존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화이트헤드 철학 전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이것을 쉽게 이해하고자 한다면, 일단은 현실적 존재가 ‘과정의 미시적 단위’라는 점에 먼저 주목해 주길 바란다. 이 점을 인지한다면 화이트헤드에게서의 현실적 존재는 곧 <현실적 계기>actual occasion와도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는 용어임을 이해해볼 수 있겠다.



그리고 난 후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를 한번 떠올려주길 바란다. 바로 여기서 화이트헤드의 현실적 존재는 데모크리토스의 원자와 달리 사물에 대하여 ‘구성적 위치’로서 점하고 있는 게 아니라 ‘관계적 위치’로서 점하고 있다는 점과 매순간 과정으로서 생성 소멸한다는 사실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겠다. 불교식으로 쉽게 비유해서 표현한다면, 찰나생 찰나멸 한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물론 화이트헤드는 현실적 존재를 언급함에 있어 모든 현실적 존재들이 동일한 지평에 있는 것이라고 해도 그 중요성에서는 등급이 있고 그 기능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PR 18/73).



이러한 현실적 존재들은 연속적이면서 동시에 불연속적인 성격을 가진다. 이것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움을 낳는다는 측면에서는 불연속적이지만, 동시에 현실적 존재가 객체적으로 불멸하여 끊임없이 영향을 끼치는 측면에서는 연속적인 성격을 갖는다. 현실적 존재는 연장적 연속체를 ‘원자화’시킨다(PR 67).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화이트헤드가 말한 현실적 존재는 현대 물리학이 말하는 빛의 파동성과 입자성과도, 양자역학이 얘기하는 물질의 비물질성과도 대응된다고 할 수 있겠다.


화이트헤드가 아인슈타인과는 다르게 철학적 분석에서 필연적으로 귀결되는 일반상대성 이론을 보여줬던 것처럼, 그가 전개하는 유기체의 철학은 어떤 면에서 현대 양자물리학의 형이상학적 해석으로도 볼 여지가 많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두 책을 참조.
1) Timothy E. Eastman (Editor), Hank Keeton (Editor), Physics and Whitehead: Quantum, Process, and Experience [Suny Series in Constructive Postmodern Thought] (New York: Suny Press, 2009) ;
2) Michael Epperson, Quantum Mechanics and the Philosophy of Alfred North Whitehead (Fordham University Press, 2004).



관계가 성질의 범주를 구성한다는 사실과, 과정으로서의 생성이 곧 존재(being)라는 사실이 화이트헤드가 궁극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실재(reality)의 참모습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고정된 실체로서 경험하는 존재들 혹은 인식들은 그 배경에 이러한 실재의 참모습에 기반되어 있는 가운데 저마다 형성되거나 감각 측정되어질 뿐이라는 것이다. 화이트헤드는 실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반실재론>이 아니다. 또한 모든 존재들은 결코 고립되어 있지 않기에 실재의 참모습은 <관계적>이라고 본 것이다.



"우리는 그 어떤 존재를 완전히 고립된 상태에서 고찰하기 위해 그 존재로부터 우주를 사상(捨象)해 버릴 수는 없다. 우리가 어떤 존재에 대해 생각할 때면 언제나 우리는 그것이 무엇과 어울리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모든 존재는 저마다 세계 전체에 널리 스며들고 있다.”(PR 28)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을 규정짓는 특성 중 하나는 “<실체는 다른 주체에 내재하지 않는다is not present>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언명을 정면에서 파기한다”는 점이다. “그와는 반대로 이 원리에 따르면 현실적 존재는 다른 현실적 존재에 내재한다. 사실 우리가 다양한 정도의 관련성 및 무시할 수 있는 관련성을 참작한다면 모든 현실적 존재는 다른 모든 현실적 존재에 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유기체 철학은 <다른 존재에 내재한다>는 관념을 명확하게 밝히려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결국은 고정된 실체가 아닌 <관계적 과정으로서의 생성 사건>이 현실태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물질의 선차성을 주장했던 <유물론적 원자> 개념이
이제는 <유기체적 원자> 개념으로 전환됨으로써
세계와 존재를 이해함에 있어 사유의 기초 바탕을 터놓고 있는 것이다.


  • ?
    엄준호 2013.07.31 06:5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며칠간 휴가를 보냈습니다. 휴가는 항상 왜 그리 짧은지...
    이번주 화이트헤드 강의가 많은 분들이 참석하셔서 좋은 토론이 되었으면 합니다.
    뵐 때까지 건강조심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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