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과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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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매우 흥미로운 책을 한 권 발견했습니다.
도널드 데이빗슨의 <행위와 사건>이라는 논문집입니다. 이 책은 물리적 인과와 심적 인과의 관계인 이른바 "심신문제"에 대해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는?논문들의 모음입니다. 이 책을 중심으로 심신문제를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그런데 심신문제로 들어가기에 앞서 제가 인천백북스 게시판에서 제안했던 인천모형을 참고삼아 심리철학의 몇몇 개념을 미리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워낙 심리철학이라는 분야가 인간이라는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인 만큼 먼저 생명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세포들의 집합체인 생명체가 생존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요?
아마도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자극과의 상호작용이 가장 큰 문제일 것입니다. 즉?첫째 무엇보다도 주어지는 자극을 변별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주어지는 자극이 뭔지 알아야?자극에 대한 대응 방법을?강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변별된 자극을 세포들의 집합체인 생명체 전체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극을 따라서 접근하든가 아니면 자극으로부터 회피하든가 등의 구체적인 행동을 하나의 개체로서 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세포들의 집합체인 생명체의 생존 전략으로는 자극의 변별을 위한 수단과 자극의 공유를 위한 수단 이렇게 두 가지가 필수 요소로 보입니다.?

자극의 공유라는 생존 전략과 관련해서는 제가 인천백북스 게시판에 올린 글이 있습니다.
세포들의 집합체인 생명체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자극을 생명체 전체가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비로소 개체로서의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얘기였습니다. 자극의 공유를 위해서는 <자극공유 시스템>이라는 기제가 필요한데 이러한 기제는 먼저 세포들 사이에 신경망이 형성되고 이어서 신경계가 집중화됨으로써 공유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것입니다.?

결국 <자극공유 시스템>의 실체는 다름아닌 '뇌'라는 이름의 조직이며
또한 <자극공유 시스템>의 발현은 '의식'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자극의 변별이라는 생존 전략을 살펴보면 생존을 위한 변별력에서는 작은 자극의 차이라도 쉽게 판별해낼 수 있는 분해능과 자극의 실체를 빠른 시간 안에 판정해야 하는 판단력이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습니다.?한편 생명체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자극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극의 종류를 국소적(local) 자극과 전역적(global) 자극으로 나누어 대응하는 방식이 최선으로?보입니다. 즉 국소적 자극의 변별과 대응에는 "비의식"이라는 기전의 사용이 효율적으로 보이는 반면 전역적 자극의 변별과 대응에는 "의식"이라는 기전의 사용이 적절해 보입니다.?

그런데 의식이 전역적 자극을 빠르고 정확하게 효율적으로 변별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가능할까요?
전역적 자극이 감각기관에 일으키는 반응이 감각이고?감각이 의식에 의해 지각되어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여기서 느낌이란 감각질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느낌 또는 감각질이란 요소는 생명체가 진화 과정에서 효과적인 생존을 위해 자극에 대한 감각작용의 효율을 극대화시킨 결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감각작용의 효율이 극대화됨에 따라 자극의 변별 또한 그 만큼 빠르고 정확해집니다. 즉 느낌이란 기능은 다름아닌 일종의 조기 경보 장치라는 이야기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다마지오의 <스피노자의 뇌>에 나오는 '느낌'에 대한 관점 또한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개체의 자극 수용 방식은 개성의 바탕을 이루게 됩니다.


결국 감각질이란 생명체로 하여금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빠르고 정확하게 가장 효율적으로 변별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극의 효율적인 변별 수단인 감각질이 서로 다른 생명체에서도 모두 동일한 양상으로 나타날까요? 이른바 퀄리아 문제와 관련해서는 목적과 효과가 동일하다고 해서 굳이 과정과 결과까지도 동일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쨌든 세포들의 집합체인 생명체의 감각질은 한 차원 더 발전되어 그 생명체의 취향이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추론은 흥미롭게도 인간들의 집합체인 종족/사회에 대해서도 적용이 가능해 보입니다.?한 종족/사회가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대한 변별력과 대응력을 높일 때 그 종족/사회의 생존율 또한 높아집니다. 인간들의 집합체인 한 종족/사회에 있어서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대한 변별 수단은 진화 과정 속에서 민족성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매김 합니다. 그리고 민족성은 한 차원 더 발전되어 마침내 문화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다음 글부터는 본격적으로 데이빗슨의 인간의 행위에 대한 탐구를 중심으로 들여다 볼 생각입니다.

  • ?
    엄준호 2014.07.26 01:28
    좋은 글을 늦게 보았네요^^
    의식을 생명체가 자극을 변별하고 공유하는 수단으로서 진화시킨 메카니즘으로 보시는 것 같습니다. 자극을 변별하고 공유하기 위해 의식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것이 늘 따라다니는 질문입니다.
    효율적으로 빠르게 하기 위해?
    ???
  • profile
    주민수 2014.07.26 01:28
    <자극-반응> 기제를 가진 생명체라는 집합에게 문제가 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1) 세포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생명체
    (2) 비슷해 보이지만 매번 다른 외부 자극
    (3) 단편적인 그래서 주관적인 사건의 기억
    -------------------------------------------
    (1)의 경우: 세포의 집합체가 자극에 반응하기 위해서는 집합체 전체의 동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2)의 경우: 위험한 자극에도 종류가 많으므로 어떤 자극이든 매번 같은 대응 방식을 취할 수가 없어 보입니다.
    (3)의 경우: 과거의 사건에 대한 기억이 미래의 자극에 대한 반응의 중요한 토대가 되겠지만 사건의 체험이라는 게 워낙 주관적인지라 사건의 기억 자체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
    예컨대 '국가'로 존속하려면 '국가'라는 존재를 전체로서 통제하는 <무엇>인가가 필요하게 됩니다.
    '의식'에 관한 대부분의 일반적인 견해 또한 이와 유사한 방식의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profile
    김형태 2014.07.26 01:28
    엄준호 박사님 반갑습니다. 인천 들르시게 되면, 기별 주셔요..
  • ?
    엄준호 2014.07.26 01:28
    김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계속 인천에서 활동하시는걸 보니 반갑습니다. 인천모임에 가게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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