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과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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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마음의 오랜 진화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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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hard Roth,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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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수 박사님의 글을 보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먼저 저자의 이력이 이런 책을 쓰기에 딱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철학박사학위를 받은 후 생물학으로 방향을 틀어 신경생물학으로 두 번째 박사학위를 받고 뇌과학 분야의 연구를 꾸준히 해오신 분이 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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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앞부분에는 유익한 정보들이 많이 담겨 있었습니다. 신경계의 진화를 세균에서부터 시작하여 척추동물 특히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까지 개괄한 부분이 좋았습니다. 이 내용 중에는 다른 뇌과학 책에서는 보기 드문 무척추동물의 뇌 신경계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세균과 같은 단세포생물들도 비록 신경계를 진화시키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자극-반응 기구를 사용하여 지구 환경에 훌륭하게 적응한 생물군이라는 점이 언급되어 있고 세균 세포에서 이미 신경세포 출현의 싹이 될 분자적 기구가 나타나고 있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런 언급들은 아마 저자가 생물학 전공자이기 때문에 가지는 통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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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뇌과학 관련 교양서들과 마찬가지로 아쉬운 부분은 역시 의식을 언급한 내용입니다. 의식과 늘 함께 나오는 주제인?마음에 대한 저자의 정의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저자는 마음을 지능 즉 문제해결능력이라고 봅니다. 이에 대해서 저도 의견을 같이 합니다. 물론 마음에는 의식이 있는 마음과 의식이 없는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생명체가 생존?번식하기 위해 자극 즉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체계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넓게 정의한 마음은 지능이나 문제해결능력과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음을 이렇게 정의하면 모든 생명체 즉 포유류를 포함한 동물은 물론 세균과 식물까지도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저는 모든 생명체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들의 마음은 우리와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마음과 달리 의식과 관련된 내용에서는 저자의 생각에 수긍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의식의 발생기작을 설명하는 부분은 저자의 견해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의식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에 즉 의식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생기는지 관심이 많기 때문에 뇌과학 책을 사면 항상 그 부분부터 읽어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우선 저자는 우리 인간의 의식 더 정확하게는 유인원의 의식이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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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대부분은 아니라도 다수의 척추동물(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에 초점주의와 같은 어떤 형태의 의식이 있겠지만, 자기자각이나 추리와 같은 고등한 형태의 정신활동은 (일부) 조류와 포유류에, 어쩌면 유인원에만 국한될 것이다.”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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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 인간만이 유인원 중에서 고차의식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고차의식은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유인원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한편 저자는 인간이 유일무이한가?”를 묻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특성 중 조상 동물에게서 기초적인 형태라도 찾을 수 없는 특성은 없기 때문에 진정으로 유일무이한존재는 아니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애매하게 이미 존재했던 특성들의 유일무이한 조합으로라고는 언급하고 있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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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열심히 찾아보았음에도 인간에게 다른 동물에 비해 진정으로 유일무이한특징은 적어도 인지영역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인간의 진화에서 전단계가 없거나 더 이상의 진화를 위한 창출적응의 역할을 할 수 없었던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인간은 손의 사용, 직립보행, 일반적 지능을 높일 수 있는 큰 뇌, 매우 효율적인 음성 교신 방식과 같은 조상에게 기초적인 형태로나마 이미 존재했던 특성들의 유일무이한 조합으로 특징지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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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아마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한 이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일부에서는 인간이 특별한 존재라는 언급에 대해 지나치고 편협한 인간중심적 사고라고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인간이 최고이니 다른 생명체는 무시해도 좋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인간은 지구의 생물사에서 너무도 특별한 존재라 생각하기 때문에 감히 지구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라 언급해도 지나친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들 중에는 거칠게 말해 짐승만도 못한 사람”, “벌레만도 못한 사람이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법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최고의 지성들과 총체로서 인류 지성이 이룬 성과는 정말 지구생물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40억년의 지구생물사에서 어떤 생명체도 자신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묻고 우주를 탐구하고 지구를 벗어나 저 멀리 다른 행성을 향해 나아가려는 마음을 가져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인류와 다른 생명체간의 간극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저는 감히 인간은 지구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라 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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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좀 옆길로 샜네요^^ 다시 의식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저자는 의식의 유일한 공통점은 주관적 자각이라고 말하며 다양한 의식상태를 나열합니다. 일반적 의식상태(각성, 피곤함, 어지러움, 불안함, 배고픔...), 특정한 유형의 의식상태(사고, 기억, 상상, 계획, 정서...), 몸 동일성 자각(body identity awareness), 자서전적 의식(autobiographic consciousness), 실재 자각(reality awareness), 운동과 행동을 내 마음대로 통제한다는 자각, 내가 내 사고와 행동의 지은이(주인)라는 자각, 자기 자각(self awareness) 등등

저자가 생각하는 의식의 본질은 무엇인가? 저자는 의식을 특정한 정보처리 방식이라고 언급합니다. 저도 의식은 특별한 정보처리방식이며 정보의 grouping(binding)을 통해 의미(meta-information)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 의식의 발생 기작과 관련한 저자의 견해는 좀 문제를 피해가는 느낌입니다. 저자는 의식은 뇌가 만들어낸 어떤 구조물이고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절대 알 수 없다.” 라고 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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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저자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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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각하는(보고 듣고 느끼는) 세계는 실재 세계(물질 세계)는 아니다. 그것은 뇌가 만들어낸 지각경험일 뿐이다. 실재 세계가 그와 같은지는 결코 알 수 없다. 아니 다를 것이다. 하지만 어떤지는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마음(의식)이 뇌(뉴런)라고 하는 물질 세계로부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뇌라고 하는 실재 세계를 직접 알 수 없고 뇌(뉴런)라는 지각경험만을 알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눈으로 또는 현미경으로 보는 뇌(뉴런)은 지각경험이지 실재 세계가 아니다. (뉴런)라는 실재 세계에 우리는 접근할 수 없다. 따라서 뇌-마음 문제는 사실 뇌라고 하는 지각경험(현상)과 마음이라고 하는 정신적 경험(현상)간의 관계를 다루는 문제인 것이다. 즉 똑같은 뇌 구조물간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한 뇌 구조물이 다른 뇌 구조물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do not give rise). 따라서 뇌(뉴런)을 관찰한다고 해서 마음(의식)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알 수는 없다. 단지 상관관계만을 알 수 있을 뿐.... 이것이 우리가 빠지는 함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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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 저는 저자와 견해를 좀 달리 합니다. 물론 우리가 지각하는(보고 듣고 느끼는) 세계가 실재 세계(물질 세계)가 아니라는 저자의 생각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없다면 과학이 이룬 그간의 mechanism 이해와 설명은 어떻게 가능했겠습니까? 우리가 바라는 설명은 그런 정도의 설명이지 직접 알 수도 없는 실체로부터의 발생 기작이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저자가 의식의 발생 기작을 알 수 없다고 한 것이 이해가 가는 면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의식의 발생은 mechanics로만 이해되는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의식”(물론 고차의식)에 대해서는 이전 글(“의식이란 무엇인가?”, 김재권박사의 물리주의 발표자료)에서 꽤 자세히 언급한 적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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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책을 읽은 후 다시 의식, 마음, 자유의지 등등의 문제(답을 얻기 참 어려운 문제죠)에 대한 고민으로 돌아갔습니다. 특히 자유의지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자유의지 즉 내 맘대로 한다.

그럼 우선 가 있어야겠고... “란 무엇인가? “는 어디에 있는가?

생각해보면...

는 기억, 감정, 감각 등의 총체입니다. 그런 정보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메타정보 즉 하나의 커다란 의미가 아닐까요?

가 있으면 특히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로서의 인간에게 여러 가지로 유용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에서 이기적인 행동을 한 개체에게 사회구성원들이 행동의 책임을 물을 대상을 특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너 그러면 안돼. 넌 우리와 함께 할 수 없어라고 말입니다. ?또 스스로도 "이건 내 책임이다." 할 수 있고 말입니다.

개체 차원에서도 라는 것이 있어 몸으로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그 로 통합하여 연관지을 수 있다면 훨씬 더 효율적인 정보처리와 더 적절한 행위를 만들어 내는데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마치 어떤 조직의 비전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으면 조직의 일처리도 효율적이 되어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메타정보 즉 의미로서의 조직의 비전이 조직을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듯이 몸을 특정하게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어떨까요. 그게 자유의지의 실체라고...

물론 비전은 자신이 비전이란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지만 는 자각력이 있다는 차이가 있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는 물리적 실체는 아니지만 실재하고 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니 자유의지는 있는 것이고 는 물리적으로는 환원되지 않겠죠...

이 책 덕분에 어려운 주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역시 답은 아직 멀지만...

다음은 미치오 카쿠의 마음의 미래를 읽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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