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과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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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슨은 그의 <행위, 이유, 원인>이라는 논문이 의도적인 행위를 그 동기나 이유를 가지고 설명하면 그것은 이유와 행위를 원인과 결과로 보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널리 받아들여진 주장에 대한 반발이었다고 술회합니다. 이 논문에서 그는 행위에 대한 목적론적 설명은 법칙이 없어도 된다는 점에서 자연과학에서의 설명과는 다르다는 견해를 얘기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두 종류의 설명 모두 인과관계를 써먹을 수 있고 또 자주 써먹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단상-3을 올린 뒤에 인간의 이유-행위와 관련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제안을 발견했습니다. 지난 200011월에 존 써얼이 한국에서 행한 다산기념 철학강좌의?강연 내용에 합리성이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인간의 이유-행위의 관계에 대해?설명하려는?시도가 들어 있습니다. 써얼의 합리성 모형은 그가 제안한 '간격 논제'를 기초로 이루어지는데 인간의 의사 결정과 수행 사이에는 세 종류의?'간격'이 존재한다는 모형입니다. 써얼의 강연을 보면 이유는 원인과 다르다는 점?그래서 이유는 원인과 다른 방식으로 물리적 인과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간격'이라는 개념을 설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써얼이 이렇게 '간격 논제'를 제안함으로써 인간의 의사 결정과 행위 사이에 개연성이 개입할 수 있는 기회로서?'간격'이라는 여지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과관계와 논리관계 만을 사용하고 있어 아직도 무언가 미진한 구석이 남아있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합니다.?

써얼의 강연을 번역한 <합리성의 새로운 지평>이라는 책에서 그는 '간격'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
내가 말하는 간격은 의식적 지향성의 특징이다. 일정한 행위를 귀결하는 것이 그 지향적 상태가 되기 위한 조건인 경우에 조차도, 이러한 간격의 특성 때문에 그 지향적 상태는 결정과 행위를 위한 인과적으로 충분한 조건으로서 경험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의 의식 경험에 관한 한, 믿음, 욕구, 그리고 다른 이유들이 한 결정(선행 의도의 형성)을 위한 인과적으로 충분한 조건들로서 경험되지 않을 때 그 간격이 발생한다. 그리고 의도적 프로젝트의 시작이 그것의 지속 또는 완성을 위한 충분조건을 결정하지 않을 때 또한 그 간격이 발생한다."?

계속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
인과적 간격은 설명적 간격을 함축하지 않는다. <왜 당신은 그것을 했는가?>라는 질문은 <어떤 원인들이 당신의 행동을 결정하기에 충분한가?>를 묻지 않는다. 그 대신 <합리적 자아로서 당신은 어떤 이유에 작용하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떻게 그 행위가 한 자연적 사건으로서 선행 원인들이 주어졌을 때 불가피했는가를 보여줌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한 합리적 자아가 그 간격 속에서 활동하는가를 보여줌에 의해서 설명한다. 비트겐슈타인의 어조로 말한다면, 이것은 행위를 설명하는 언어 게임이 행해지는 방식이며, 고전 역학적 설명의 언어 게임 규칙들에 의해서 행해져야만 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이유를 제시함으로써 행위를 설명하는 언어 게임이 다른 이유는 이 언어에서 사용되는 진술들이 기록하는 실제 사실들은 일상적 인과적 진술들과는 다른 논리적 형식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데이빗슨으로 돌아와서, 데이빗슨은 인과관계를 이루는 원인과 결과가 '사건'이라고 봅니다. 데이빗슨의 사건은 특정한 시공간을 점유하는 '특수자'입니다. 그런데 '사건'이 존재하는 세계를 살펴보면 인과관계에 의한 필연성에 바탕을 둔 물리적 세계 즉 현실세계 외에도 논리관계에 의한 필연성에 바탕을 둔 명제의 세계 즉 추상세계의 두 종류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단상-3에서 얘기했듯이 사건의 관계에는 인과관계와 논리관계 외에도 제 3의 관계인 유결관계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유결관계를 갖는 사건은 어느 세계에 존재하는 것일까요? 유결관계의 한 예인 이유-행위의 관계가 인간의 신체와 관련됨을 생각한다면 유결관계가 존재하는 세계는 추상세계가 아니라 현실세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인간이 일상에서 접하고 있는 현실세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 인과관계로 이루어지는 <실제현실 세계>와 유결관계로 이루어지는 <가상현실 세계>가 겹쳐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가상현실 세계의 구성은 언어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모든 동물에 공통인 '의식'에 의해서는 실제현실 세계의 구성이 가능한 반면, 인간만이 보유하고 있는 독특한 기능인?'마음' 즉 언어가 추가된 의식에 의해서는 가상현실 세계의 구성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일찍이 인천모형이라는 이름으로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때 실제현실 세계라는 지칭은 흔히 물리적 세계라 부르는 존재이고?가상현실 세계라는 지칭은 이른바 심리적 세계라 부르는 존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현실 세계가 <실제자극-실제반응>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가상현실 세계는 <가상자극-실제반응>으로 이루어집니다.?여기서 '가상자극'이라는 개념은 인체에 반응을 야기시키는 실제자극이 유입되는?감각 통로가 닫힌 상태에서도 자극의 역할을 대행하는 기제를 뜻합니다. 인천모형을 통해 얘기했듯이 <실제자극-실제반응>의 관계에는 '비/의식'이 관여하는 반면, <가상자극-실제반응>의 관계에는 '마음'이 관여합니다.?그런데?<가상자극-실제반응>이라는 기제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단상-3의 끝에 첨부했던 "인간이 생각만으로 화학 작용을 조절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의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팔을 들어 올리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팔에 닿아서 팔을 들어 올린다면 이 경우의 '팔을 들어 올림'<동작(motion)>으로 정의됩니다. 하지만 회의에서 안건에 찬성한다는 뜻으로 팔을 들어 올린다면 이 경우의 '팔을 들어 올림'<행위(action)>로 정의됩니다. <동작>으로 정의되는 '팔의 들어 올림'<실제자극-실제반응>의 관계인 인과관계입니다. 그러나 <행위>로 정의되는 '팔의 들어 올림'<가상자극-실제반응>의 관계인 유결관계입니다.?이렇게 <가상자극-실제반응>이라는 유결관계의 작용으로 인해 일어나는 '팔의 들어 올림'이라는 현상은 인간의 신체 내에서 일련의 화학 반응을 포함하는 생화학적 과정이 인간의 생각 즉 '마음'이라는 기전에 의해 조절됨으로써?나타나는 산물인 것입니다.?

마음이 주도하는 가상현실 세계에서는 '느낌'이라는 존재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느낌'과 관련해서 다마지오가 <스피노자의 뇌>에서 하는 얘기를 참고로 들어봅니다.

?

"느낌이 그 주인에게 자각될 경우, 삶을 관장하는 느낌의 절차는 더욱 개선되고 증폭된다. 느낌의 이면에 자리 잡은 장치가 특정 순간에 생명체의 각기 다른 신체 요소의 상태에 대해 명백하고 강조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생존에 필요한 생물학적 수정을 가능하게 해 준다. 느낌은 관련된 신경 지도에 '주의'라는 도장을 쾅 찍어 주는 셈이다."

  • ?
    엄준호 2014.08.15 09:57
    "마음 또는 생각이 (생)화학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가?"
    주 박사님이 던지신 이 질문에 답이 된건가요?

    팔근육을 움지이기 위한 신경펄스를 마음(생각)이 어떻게 일으킨건가요?
  • profile
    주민수 2014.08.15 09:57
    생명체의 생명 기전이 자극-반응의 기제로 이루어진다고 규정하기로 한다면,
    생각-행위의 관계에 있어서 '생각'이 자극이고 '행위'가 반응이라고 간단히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습니다.

    흔히 자극-반응 기제에서 자극이 곧 원인이고 반응이 곧 결과라고 naive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생명체의 자극-반응 기제는 단순히 원인과 결과 이렇게 두 단계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즉 자극과 반응 사이의 생리작용은 상당히 긴 여러 단계의 반응사슬로 이루어질 것이고,
    이렇게 실제자극-실제반응이 일어나는 긴 반응사슬을 풀어서 자세히 관찰해 본다면,
    반응사슬의 각 단계는 자극-반응 기제로의 진입이 가능한 일종의 node 또는 junction일 수 있습니다.

    인천모형은 이런 junction을 통해 '가상자극'이 중간진입하여 자극-반응 기제를 완성한다는 개념입니다.

    '생각'이란 존재 또한 모든 행위가 그렇듯이 결국 인체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생화학 작용입니다.
    인천모형 식으로 풀이할 경우 '생각'이란 존재를 '가상근육'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쉬워 보일 듯 싶습니다.
  • ?
    엄준호 2014.08.15 09:57
    비슷한 생각인 것 같기도 한데. 전 실제자극(내부 또는 외부)이 뇌로 들어오면 그 신호는 두가지 경로를 활성화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즉 의식경로와 비의식경로. 활성화된 의식경로는 때로 비의식경로를 억제하고 자신이 행위를 야기시키는 것이죠. 의식경로가 주 박사님이 생각하시는 생각 또는 마음일 것 같습니다. 물론 때로 생각/마음이 스스로 신호를 만들어내어(감각뉴런 보다 100,000배 많다는 연합뉴런이 자극이 없다고 놀고 있지는 않을테니^^) 행위를 일으키기도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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