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학습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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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시는 분도 계시겠습니다만, 저희 문경수 총무가 우리들의 학습탐사를 돕기위해 호주 사전 답사를 나섰다가 사막에서 조난을 당해 죽을 뻔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천만 다행으로 다친 곳 없이 그 험난한 오지를 벗어나는데 성공했다고 하더군요. 생생한 자연현장에서 벌어진 귀한 체험이라서 제가 원고 청탁을 부탁해 '과학동아'에 글을 기고하시도록 했습니다.

본래 인터넷에서는 유료회원만 보도록 한 글입니다. 하지만 저희 100북스 이야기도 나오고 하니 이 곳에서는 공유하는 것이 옳을 것 같아 회사 몰래 올립니다. ^^

편집 및 교열 진행에는 박근태 기자님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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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호주 사막 조난기
| 글 | 문경수 과학독서 모임 백북스 총무 일러스트 남현지ㆍ software.ecologist@gmail.com , love3175@empal.com |












호주 서북쪽 지방 킴벌리의 날씨는 전형적인 열대기후를 띤다. 4~9월 건기와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우기로 뚜렷이 나뉠 만큼 극단적이다. 땅 위에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 같은 건기엔 뜨거운 북풍이 말라비틀어진 유칼립투스 나무와 만나 숲에 자주 불이 난다.

반면 우기에는 하늘에 구멍이 난 듯 엄청난 비가 쏟아진다. 하지만 이 불모의 땅은 천문과 지질을 연구하는 과학자에겐 최상의 연구지로 손꼽힌다. 과학탐사 지도를 만들기 위해 지난 여름 이 지역을 찾았을 때 겪은 웃지 못할 얘기다.











2009년 8월 8일 늦은 오후 필자와 동료 한 명은 킴벌리 서쪽 관문 더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시작하는 ‘깁강(Gib river)’ 도로는 이 지역을 횡단하는 유일한 길로 총 길이가 670km에 이른다. 도로는 우기를 제외한 건기에만 열린다. 킴벌리는 지형이 너무 험하고 외져 있어 호주 사회에도 1980년대 후반에서야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퍼스를 비롯해 서호주 일대가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곳은 아직 미개척지로 남아 있었다. 지금도 진입로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구간은 비포장 상태다. 오후 6시 반. 하루치 분량의 식량과 기름을 차에 싣고 도로에 진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하루 반이면 탐사를 무난히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오히려 도심에서 수천km 떨어진 오지에서나 만끽할 수 있을 절대 적막을 체험한다는 기대감에 마음은 한껏 부풀었다. 밤 11시쯤 차를 세우고 남반구 밤하늘에 떠 있는 별자리를 찾아보겠다는 기대감 속에 잠이 들었다.























서호주 킴벌리의 전형적인 지형. 지속적인 풍화작용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나타난다(위). 길 주변에는 이 지역의 명물 바오밥 나무도 자주 눈에 띈다.

남반구 밤하늘 보며 잠들다

이튿날 아침. 동이 틀 무렵 눈을 떴다. 사방은 깊은 협곡과 바오밥 나무로 가득했다. 2008년 개봉한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에 등장한 웅장한 모습 그대로였다. 밤새 울부짖던 들소 떼도 멀지 않은 곳에서 잡초를 뜯고 있었다. 한적한 모습이었다. 밤에 피운 모닥불에 묻어둔 감자로 허기를 달래고 출발 준비를 서둘렀다.

저 멀리 나이가 수백 년은 족히 돼 보이는 바오밥 나무 두 그루가 시야에 들어왔다. 호주 킴벌리는 물론 아프리카 건조 지역에 자생하고 있어 대륙이동설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물이기도 하다. 나무의 생김새를 더 자세히 보려고 20m 정도 앞으로 전진시키자 갑자기 차체가 주저앉으며 ‘쉬익’ 하는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허둥지둥 내려 바닥을 살펴보니 앞뒤 타이어가 타고 남은 나무 등걸에 찍혀 펑크가 났다. 차에는 타이어 한 개의 여유가 있을 뿐이다. 나머지 한쪽은 손 쓸 수가 없는 상황이다. 70km 떨어진 곳에 정비소가 있다고 하지만 이곳은 한나절에 차 한두 대와 마주칠까 말까 한 곳이다. 전전긍긍하며 1시간쯤 보냈을까.

때마침 지나는 호주 대학생 커플이 차를 세웠다. ‘그레디’라고 하는 남학생은 기계공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그는 한국에서는 정비사가 갖고 있을 만한 정비 도구를 갖고 있었다. 커플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정비소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정오쯤 정비소에 도착했지만 주말이라 문을 열지 않았다. 주말엔 여기서 100km 더 나아간 곳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여유 타이어가 없는데다 타이어 한쪽마저 펑크가 난 상태에서 450km를 더 간다는 것은 무리인 듯했다. 달려온 길을 돌아가거나 동쪽으로 난 사막 지역을 통과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아웃백’으로 부르는 호주 내륙의 사막은 넓고 사람이 거의 살지 않기로 악명이 높다.

그래도 몇 십km라도 가까운 아웃백 도로를 선택했다. 지도로 도로를 확인한 뒤 길을 잡았다. 사막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이 길은 서호주 지역의 전형적인 지질 구조를 보여주는 지질 박물관이다. 서호주는 지질 구조가 안정돼 있고 지속적인 침식 작용을 받아 왔다. 대부분의 산은 해발고도가 400~500m 정도로 낮고 평평한 모습을 하고 있다. 땅의 생김새가 책상처럼 생겨서 ‘탁상지’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 일행이 택한 도로 이름도 ‘테이블 랜드 로드’였다. 평평한 고원이 끝없이 펼쳐졌다. 산 전체는 일부러 가꾼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수많은 바오밥 나무로 가득했다.

사막 깊숙이 들어갈수록 붉은색을 띠던 흙도 메마른 회색으로 바뀌었다. 회색빛 개미집은 시멘트로 만든 조형물 같았다. 해질 무렵 지도상에 표시된 원주민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애버리진’으로 불리는 호주 원주민의 조상은 17세기 유럽인이 처음 오기 훨씬 전인 4만 년 전 이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천천히 마을로 들어가자 어디선가 백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 나가라고 한다. 상황을 설명했지만 “애버리진 마을이니 서둘러 이곳을 나가라”는 원칙적인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마을에서 쫓겨난 우리는 길이 확실한 곳에서 캠핑을 하기로 하고 더 움직이기로 했다. 원주민 마을에서 40km쯤 더 달렸을까. 순간 차량이 헛바퀴를 돌더니 엔진마저 멈췄다. 두 번째 낭패였다. 이번엔 양쪽 뒷바퀴가 모래구덩이에 반쯤 빠져 버린 것이다.






차 잃고 길도 잃고 맹수에 둘러싸여

교대로 밤을 새워 모래를 퍼냈다. 페트병을 반 토막 내 도구로 썼다. 하지만 퍼내고 퍼내도 모래는 도로 제자리로 흘러내렸다. 돌을 아무리 받쳐도 차는 요지부동이다. 바퀴 주변을 넓고 깊게 판 끝에 11시간 만에 차를 모래 수렁에서 꺼냈다. 하지만 1km 앞 도로가 같은 지형이라 더 전진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옆쪽 목초지대로 찻길을 만들어 빠져나가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목초지대는 반복해서 일어난 불로 나무가 더는 자랄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바닥에 남아 있는 뾰족한 나무가지에 찔리면 또 다시 펑크가 날 것만 같았다. 뾰족한 나뭇가지에 찔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차를 바닥이 튼튼한 위치까지 옮겼다. 돌길을 따라 산 정상이 평평한 고원으로 올라갔다.























(위)사막 곳곳에 듬성듬성 서 있는 개미집. (아래)'악몽의 시작'. 두 사람이 번갈아 모래를 퍼낸 끝에 11시간 만에 차를 모래 수렁에서 꺼낼 수 있었다.

어느새 지형은 모래땅에서 거친 퇴적암이 뒤섞인 땅으로 바뀌었다. 길은 있지만, 달리는 내내 차 한 대도 마주치지 못했다. 게다가 도로 상태는 점점 거칠어졌다. 주변은 또 다시 TV에서 보던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갈대숲에 두 줄로 난 타이어 자국만 보였다. 유칼립투스 나무와 듬성듬성 솟아오른 개미집을 보며 한참을 더 달렸다. 간혹 보이는 강은 거의 메말라 있었다. 먹을 물을 얻지는 못하지만 차가 지나가기엔 이상적이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목적지에서 70km 떨어진 위치를 가리키고 있을 때쯤 세 번째 위기가 닥쳤다.

오르막길 중간에 패인 물웅덩이를 통과하기 위해 기어를 저단에 놓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부릉거리며 물웅덩이를 건너 막 오르막에 오르려는 순간 엔진이 멈췄다. 속수무책이었다. 다시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일수록 타이어는 웅덩이 안으로 더 깊이 빠져들었다. 두 시간 동안 사투 아닌 사투를 벌였지만 성과는 없었다. 고민 끝에 차량을 포기하고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차를 꺼내는 데 너무 많은 힘을 들였더니 체력은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4~5시간 뒤면 해가 지기 때문에 서둘러 움직이면 내일 오전쯤 목적지에 닿을 것 같았다. 황급히 짐을 꾸렸다. 촬영 장비와 침낭, 잔여 식량, 버너, 옷가지만 챙겼다.






그늘 하나 없는 서호주의 날씨는 상상을 초월했다. 한 시간쯤 걷자 동료가 탈수증을 호소했다. 차를 웅덩이에서 꺼내려다 체력을 다 써버린 게 문제였다. 잠시 나무 그늘 아래서 배낭을 베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한 개 남은 오렌지를 먹였더니 의식을 다시 회복했다. 하루치 식량을 갖고 온 터라 오렌지 껍질도 봉지에 싸서 다시 넣어뒀다. 걸어가는 중간 중간 나뭇가지를 꺾어 이동 구간을 표시했다.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히지 않아 걸어온 길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물도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힘을 아끼려고 대화는 최소화했다. 대신 가벼운 수신호로 상대의 상태를 파악했다.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두 발의 움직임만 의식했다. 5시간쯤 걸으니 날이 어두워졌다.

잠시 멈추고 GPS로 위치를 확인했다. ‘허걱!’ 지도와 비교해보니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30km나 걸어온 것이 아닌가. 상황은 최악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GPS 배터리도 마지막 좌표를 찍고 수명을 다했다. 날이 밝아도 더 이상 전진은 불가능했다. 되돌아가는 게 최선책이었다. 서둘러 시야가 잘 확보된 곳에 모닥불을 피웠다. 한 개 남은 통조림으로 허기를 달랬다. 불가에 최대한 붙어 잠을 청했다. 달이 떴는데도 은하수가 선명하게 보였다.























(위)초원에 사는 들소 똥은 불쏘시개로 요긴하게 사용했다.(아래)물웅덩이에 빠진 차를 버리기 직전 ‘기념촬영’을 했다.오른쪽이 필자다.

차를 버리고 하는 노숙이 편할 리 없었다. 추위에 몸을 뒤척이다 잠에서 깼다. 달의 위치가 서쪽으로 반쯤 기울어져 있었다. 새벽 4시가 조금 안된 시각. 오랜 정적을 깨고 딩고(늑대개)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러자 어둠 저편에 숨죽이던 다른 동물들도 함께 울부짖는다.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몇 초간 심장이 정지된 느낌이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둘러 불을 피웠다. 불이 동물의 접근을 막아준다고는 하지만, 불을 보고 우리 위치를 파악하는 건 아닌지 혼란스러웠다. 호주 대륙 유일의 맹수 딩고는 캥거루와 양을 잡아먹을 정도로 힘이 세다. 마지막 방어벽이라고 생각하고 불을 크게 피웠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이동은 더 위험했다.

다행히 땔감으로 쓰는 유칼립투스는 기름 성분이 많아 불 피우기에 좋았다. 들소의 마른 똥도 좋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여명이 밝으면 바로 떠날 수 있도록 짐을 꾸렸다.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짐을 최소로 줄였다. 노트북과 카메라에서 메모리와 하드디스크만 분리했다. 맥가이버 칼이 있어 손쉽게 하드디스크를 분리할 수 있었다. 도구 하나가 사람 한 명 이상으로 든든했다.

달이 서쪽으로 넘어갈 무렵 우리가 가는 방향과 구조 메시지를 남겨 놓고 길을 떠났다. 딩고 떼가 쫓아올 수 있다는 생각에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뛰는 듯 얼마를 더 걸었을까. 저 멀리 우리가 전날 버리고 온 차량이 처량하게 서 있었다. 다시 한 번 차를 꺼내볼 생각에 1시간을 쏟았다. 웅덩이 물을 퍼내고 지렛대로 움직여 봤지만 헛수고였다. 짐을 더 버리고 다시 길을 떠나기로 했다. 더위를 막아줄 긴팔 옷을 제외하고 모두 버렸다. GPS가 꺼져서 눈으로 시간을 가늠했다. 태양의 위치를 보니 오후 두 시쯤 돼 보였다. 우리가 걷는 곳은 찌는 듯 뜨거웠다. 숨이 턱까지 찼다.






20km쯤 걸었을까. 이번엔 내가 탈수증상을 보였다. 물보다 비타민 섭취가 필요했기에, 어제 남겨둔 오렌지 껍질을 씹었다. 아직 수분이 남아 있었다. 차량을 꺼내는 데 힘을 써버리지 말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떨어져 30km밖에 걷지 못했다. 잘 곳을 찾던 중에 물웅덩이를 만났다. 가까이 가서 웅덩이에 돌을 던졌다. 건기의 더위를 피해 민물 악어가 서식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악어는 없었지만, 모기유충이 득실거렸다. 끓여 먹을 요량으로 물통에 물을 가득 담았다. 문제가 또 생겼다. 버너 토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불 없이 추위나 동물에 대비할 방법이 없었다. 동료는 나뭇가지로 마찰을 일으켜 불을 만들겠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버너를 한번 분해해보기로 했다. 호주머니 칼로 버너 몸체를 천천히 분해해 먼지를 털어냈다. 불이 다시 켜진다. 떠온 물에 분말 스프 한 봉지를 넣고 끓여 나눠 마셨다.

이날 밤도 주변을 서성이는 정체 모를 들짐승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뜬 눈으로 지샜다. 교대로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동쪽에서 뜬 달은 서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북반구의 겨울철 별자리 오리온자리도 남쪽 하늘에 변함없이 떠있었다. 달 위치와 별자리를 보니 방향은 대강 맞는 것 같았다.






조난의 끝에 만난 친절한 원주민들

예정대로면 한국에서 탐사 여행에 참가하는 선발대가 오는 날이다. 며칠간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라 조바심이 났다. 어떻게든 마을까지 가서 연락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간편한 차림으로 출발을 서둘렀다. 이 일대를 얼마나 맴돌았는지 익숙한 지형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목초지로 접어들자 더위는 극에 달했다. 물을 마신 지 5분도 안 돼 입술이 바짝 마른다. 더위보다 더 큰 적은 파리 떼다. 손사래를 쳐도 날아가지 않고 머리와 눈, 귀에 인정사정없이 달라붙는다. 푹푹 빠지는 모래 때문에 걸음을 옮기기도 힘들다.

정오 무렵에는 사흘 전 빠진 모래 구덩이에 도착했다. 이제 30~40km만 더 가면 마을이 있다는 희망에 마지막 사력을 다했다. 서너 시간을 더 걷자 멀리 수풀 사이로 펄럭이는 깃발이 눈에 들어온다. 3일 만에 다시 본 사람의 흔적이나 다름없다. 보기에는 가까워 보였지만 그로부터 2시간을 더 걸은 뒤에야 마을 어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막에서의 3일째 밤. 필자(위)와 동료 전재영 씨가 초췌한 표정으로 모닥불 가에 앉았다.
거의 기다시피 마을 주민에게 다가가 물과 음식을 호소했지만 본척만척했다. 계속 누군가를 찾는 눈치였다. 얼마 뒤 부족장으로 보이는 원주민 노인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곳에 오게 된 이유와 정황을 물었다. 얘기를 듣던 그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젊은 아내에게 음식과 물을 내오라고 했다. 족장의 아내는 땅에 묻어 놓은 화덕에 팬케이크와 고기를 구워줬다. 우리는 피자만 한 팬케이크를 순식간에 4개나 먹어치웠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무렵 원주민 한 사람이 자신이 웅덩이에 빠진 차를 꺼내보겠다고 한다.

해질 무렵 원주민과 함께 여유 타이어 2개를 싣고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차가 멈춰선 곳은 마을에서 3시간이나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하지만 결국 차를 꺼내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버렸던 짐만 다시 챙겨서 마을로 돌아오기로 했다. 마을로 돌아오는 길. 일행은 또 다시 길을 잃고 말았다. 이곳 지형에 익숙한 원주민도 사막의 야간 운행은 매우 어렵고 위험한 일인 듯했다. 한참을 헤매던 원주민은 수시로 차에서 내려 타이어 방향과 발자국 방향을 확인했다.

4~5시간을 헤매다 다시 마을로 돌아왔을 땐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까지 흘러 내렸다. 원주민이 친절하게 안내해준 숙소에 침낭을 덮고 누웠다. 며칠간 밖에서 지낸 탓일까. 집안이 낯설게 느껴졌다. 수만 년 수렵 생활을 하며 아웃백을 누빈 호주 원주민의 삶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튿날 아침 부족장과 아내는 190km 떨어진 깁강 도로까지 우리를 데려다 줬다. 보답으로 연료를 채워주고 원하는만큼 식료품을 사주겠다고 말했지만, 그들은 필요한 만큼만 물품을 골랐다. 항상 필요한 만큼만 자연에서 얻어온 생활방식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 보였다. 문득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말이 떠올랐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인간사회의 대륙 간 불균형에 대한 이론들을 검증하는 결정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이곳의 환경은 가장 특이했고 인간 사회도 가장 특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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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윤 2010.01.03 19:18
    문경수,전재영 두 젊은이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냅니다.
    생사의 갈림 길에서 불굴의 투지와 기지로 생존 귀환한 백북스의 보배들 입니다.
    Mission impossible 100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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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10.01.03 19:18
    다시 읽어도 눈물이 납니다. 살아돌아와 주어 고맙습니다.
    두 청년과 백북스 전체에 좋은 교훈으로 남게 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호주회계도 마무리 될 수 있음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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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2010.01.03 19:18
    아니!!!! 그런 일이 있었군요,,,, 늘 이렇게 앞에서 희생하시는 분들 덕에
    백북스가 진일보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서울 지하철에서 출구만 잘못 찾아 나와도 급당황하는 제게 두 분의 경험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합니다.

    생사를 넘나든 힘든 경험이었겠지만 ... 시간이 지나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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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향수 2010.01.03 19:18
    생생히 떠오르는 그때의 절박함이 생각납니다. 정말 고맙다는 말밖에,
    새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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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10.01.03 19:18
    돈 주고 할 수 없는 좋은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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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윤경 2010.01.03 19:18
    정말 큰일 날뻔 했군요. 원주민분들의 도움으로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도...저도 서호주에서 잠시 예상치 못한 길에 접어들어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가민"이란 네비시스템이 알려준 비포장 길을 열심히 갔건만 막상 나타난 길은 황무지와 같은 농장(?) 울타리 옆에 난 농로 였지요. 그 길에는 두더지와 같은 땅속을 들락거리는 동물들의 구멍이 무수하고, 알 수 없는 넝쿨만이 뒹구는 그런 길... 그래서 그냥 네비를 끄고 순전히 동물적 감에 의지하여 한동안 돌았더니 다행히 인간 세상에 닿을 수 있었지요.나중에 보니 타이어가 아주 많이 닳은 상태여서 그 농로를 그냥 갔었다간 아마도 펑크나고 어쩌면 문경수 회원님과 같은 경험을 했을른지도 모르는 상태였죠...전 그래서 조그만 우리나라가 좋습니다. ^^;; 살아 오신게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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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숙 2010.01.03 19:18
    오랜만에 들어와 좋은글 읽고 갑니다.
    정말 아무나 할수없는 경험을 하셨군요.

    좋은 사람을 만나 무사히 돌아오셔서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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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다영 2010.01.03 19:18
    동아사이언스에코에 조난기 기사가 오픈됐습니다.

    http://eco.dongascience.com/board/article_photo/view/7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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