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백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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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차 인천백북스 정기모임에서 미처 못다한 이야기를 약간(?) 보태서 발제 후기를 작성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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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차 인천백북스 정기모임의 선정 도서는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이었고,

이번 발제는 <제1부 과학지식의 본질을 찾아서>를 중심으로?한 학습의 성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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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아마와 프로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와 프로의 차이는 "돈을 쓰면 아마, 돈을 벌면 프로!"라고 희화적으로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프로의 세계는 속성상 이익 집단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익 집단에서는 수익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므로 이를 위해 나름대로 수익에 대한 규정을 합의물로 갖출 수밖에 없게 됩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수익성이 아마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종종 프로의 세계가 간과하고는 '들먹이기'와 '거들먹이기'로 혹시라도 우쭐대지는 않나?하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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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와 프로의 차이를 좀더 진지하게?이야기해 본다면,?아마의 세계는?개념의 이해가 중요한 세계이고,?프로의 세계는 개념의 이해보다는 기법의 습득이?더 중요한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아마의 세계에서는 (물론 기법까지 갈?수도?있겠지만)?개념만으로?충분합니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에서는 (거의 개념과 상관없이) 기법을 모른다면 생존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개념만이 문제된다면 전문 분야와 관련해서도 아마들 또한 충분히 그들만의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게 됩니다.?그래서 여기가 바로 저자가 새롭게 제안하는 실천적 차원의?'상보적 과학'으로 이어지는 길목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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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이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그의 저술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과학자라는 전문가 집단이 다름 아닌 프로의 세계입니다. 진리의 추구를 목표로 하는 숭고한(?) 과학자 집단이 한낱 이익 집단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된다면 무언가 심각한 심적 갈등이 내재할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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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과학이란 무엇일까요?

과학이란 좁게는 자연과학을 일컫는 말이지만 넓게는 과학적 방법론을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과학적 방법론은 흔히 객관성에 기초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객관성을 정의하기란 그리 녹녹치 않아 보입니다. 어찌 보면, 객관성이란 말은 진리라는 말과 흡사한 느낌을 갖게 하는데 두 개념 모두 인간을 초월한 그 무엇처럼 보입니다. 실재론의 입장이라면 이러한 개념들을 당연시 여기겠지만, 그 반대의 입장이라면 "인간을 초월한 그 무엇을 인간이?과연 알 수 있는가?" 하는 의문부터 제기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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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본질을 생존이라고 볼 때 생존이 꼭 번식을 함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생존의 의미는 안생(安生) 즉 편안한 삶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간에게 있어서도 편안한 삶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을 것입니다. 육체적으로 편안한 인간의 삶은 '기술'이라는 수단을 통해 추구되고?이렇게 기술로 인해 육체적으로 편해진 인간은 여유를 갖게 되었을 것입니다.?이러한 여유는 다시 정신적인 편안함을 추구토록 했을 터인데 정신적으로 편안한 인간의 삶은 '철학'이라는 이름 아래 추구됩니다. 한편 자연으로부터의?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자연철학은 후일 "Scientia est potentia.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명제를 통해 마침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정립됩니다. 그리고는 오늘날 과학은 기술을 밀어내고는 장자 행세를 하기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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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기준은 편의성에 있으므로 진보의 개념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한편 철학의 기준은 가치성에 있다고 보아야 하는데 어인 일인지 실재의 문제로 인한 닦달에 시달립니다.?이에 비해 늦둥이인 과학의 기준은 엄밀성에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 진리의 문제와 엮이는 바람에?가끔 방향을 잃은 느낌이 들게 하곤 합니다.?그리고 종교의 수명이 ~2000년인데 비해 과학의 수명이 최근 들어?~2000년에서 ~200년으로 줄어들었음을 감안한다면 인간의 삶에 있어서 과학보다는 종교의 영향을 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듭니다.?그리고 종교의 문제야말로 패러다임의 관점에서 다루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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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과학과 철학의 만남>은 중요한 문제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과학'이란 무엇을 말하며 또한 '철학'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만남'이란 어떤 형식의 행위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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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라는 실체와 '철학'이라는 실체가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하는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과학'과 '철학'이라는 개념은 라일이 제기한 '범주의 오류'에 속하는 문제라는?생각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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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출신이 과학을 바라본 포퍼의 과학철학은 반증을 중요한 수단으로 여기고,

과학자 출신이 철학을 바라본 쿤의 과학철학은 검증을 중요한 수단으로 여깁니다.

진리의 존재를 굳게 믿은 포퍼는 "진리가 승자다."라고 주장하는데 반해,

객관성에 회의를 품은 쿤으로서는 "승자가 진리다."라고 주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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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성 [accuracy]에 집착하는 포퍼의 입장은 '유혈 계승'으로 과학왕국에서 왕의 교체를 의미하지만,

정밀성 [precision]을 주장하는 쿤의 입장은 '무혈 혁명'으로 과학왕국에서 왕조의 교체를 의미합니다.

포퍼의 주장이 치열한 반정을 연상케 하는 반면, 쿤의 주장은 반란임에도 대체로 평온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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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은 이론에 의존한다는 '관측의 이론적재성'과 관련해서 관측은 실재 그 자체의 순수한 표현이 아니라 이론에 의해 매개된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어쨌든 전칭명제의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에서 포퍼의 반증주의는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끝없는 반증을 통해 과연 포퍼가 주장하는 진리에 도달할 수는 있는 것인지 의문이 남습니다. 저자는 '진리'라는 개념보다는 '진상'이라는 개념을 통해, 그리고 '실재론'의 입장보다는 '실재주의'라는 입장을 통해 자연을 이해함으로써 포퍼와 쿤의 마찰을 줄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피력합니다.?여기서 '진리'는 '지도원리'라는 의미로 그리고 '진상'은 '사실관계'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이해가 쉬울 듯 싶습니다.?또한 저자는 자신의 입장이? '진보적 정합주의'라는 입장인데?과학의 진보 문제는 '인식적 반복'에 의한 '진보적 정합주의'를 통해 가능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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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토대를 이루는 귀납의 문제는 순환 논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러한 순환의 고리를 저자는 '인식적 반복'이라는 제 3의 축을 이용하여 끊고자 합니다. 그런데 의미가 불분명한 제 3의 축이라는 개념보다는 '공리적 가정'이라는 논리의 정지선을 이용하여 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후자의 관점에 의하면 - 저자가 제안하는 입체적인 형태의?'상승형 나선모형' 대신에 - 평면적인 형태의?'수렴형 나선모형'의 설정이 가능해지는데 이러한?수렴성을 통해?패러다임 내의 발전적 속성에 관한 설명이?가능해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패러다임 간의 이동 문제 [paradigm shift]'와 관련해서는 미시적 형태의 수렴형 나선 구조를 갖는 개별 패러다임들이 '패러다임의 패러다임'이라는 거시적 형태의 수렴형 나선 구조를 갖는 <메타패러다임>을 따라 이동한다는 패러다임 간의 진보성을 갖춘 새로운 모형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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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의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은 그 적용 과정에서 용어의 정의 문제로 인해 많은 혼란을 야기시킵니다. 혼란이 올 때는 아래의 네 가지 경우 중 어디에 속하는지를 살펴보면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1) 같은 현상을 같은 입장에서 보기?????? (2) 같은 현상을 다른 입장에서 보기?

(3) 다른 현상을 같은 입장에서 보기?????? (4) 다른 현상을 다른 입장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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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태도를 정상과학이라 본다면 (2)의 태도는 패러다임에 해당할 것입니다. (3)의 태도 또한 패러다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 마치 라카토스의 '연구프로그램'이라는 개념을 연상케 하는 -??'실천체계'라는?개념을 새롭게 제안하고 있는데 위의 보기 중 (2)와 (4)의?태도를 실천체계라는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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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이즈 컬처: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라는 책의 기획자인 애덤 블라이는 서문에서 "오늘날의 키워드는 '과학은 문화' 이다."라고 이야기하면서 현대의 기술 발전과 맞물려 아마의 참여가 일각을 이루는 '시민과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합니다.?이렇게 과학 또한 하나의?문화 활동이라는 시각을 감안한다면 과학에서의 다양성이 매우 중요한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과학이라는 세계에는 '정상과학'이라는 프로의 세계만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실천적 차원의 '상보적 과학'이라는 아마의 세계도 가능하다는 고마운(?) 제안을 합니다.?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협력적 관계로 이루어지는 패러다임 다원주의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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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은 태생적으로 '통약불가능성 [incommensurability]'이라는 본성을 지니고 태어납니다. 따라서 패러다임 간에는 경쟁적 관계만이 존재할 뿐 협력적 관계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통약불가능성'이라는 개념을 '비정합성'이라는 혼동스러운 이름으로 부름으로써 오해의 소지를 남기고 있는데 이것은 썩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또한 패러다임 간의 협력적 관계를 주장하기 보다는 차라리 저자 자신이 제안하고 있는 '실천체계'라는 개념으로 대체함으로써 아예 실천체계 간의 협력적 관계로 새롭게 정립하는 편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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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벽두에 양자론이라는 물리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한 플랑크가 젊은 시절에 전공 학과의 선택을 놓고 고민하고 있을 때 물리학과의 한 교수로부터 물리학은 이미 끝난 학문이니 다른 학과를 선택하라는 충고를 들었다고 합니다. 과학사에서는 이와 같이 모든 게 막바지에 이르러 끝이다 싶을?때?새로운 과학관의?등장으로?또다시 물꼬가 트이곤?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저자는 21세기에 들어선 오늘날의 물리학이 우주의 구석구석 모든 신비를 거의 다 벗겨낸 듯이 의시대고 있지만 이 또한 언제고 뒤집힐 수 있음을 인정하고 겸허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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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은 이렇게 말합니다. "철학자들은 늘 서로 다른 관념을 가지고 싸운다. 그런 관념을 일반인들에게 적당히 끼워 맞춰서 이야기한다고 해서 일반인들에게 무슨 영향이 생기겠는가?" 또한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개기 일식 관측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내 이론은 옳다." 저자는 특히 아인슈타인의 오만한 발언에 실망하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과학은 인간을 초월하는 진리의 추구가 아니라, 인간들이 인간적으로 자연을 깨쳐나가는 문화적 과정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과학은 자연 앞에서 겸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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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이 했던 의문에 대한 충고를 되새겨 봅니다. "우리는 여전히 그리스인들과 똑같은 철학적 문제들에 사로 잡혀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언어는 우리를 계속 미혹시켜서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하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충고는 <왜의 남용>이라는 증세에 대한 진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언어를 습득한 이래 '왜'라는 개념을 남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가 사용되는 의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계절의 변화는 왜 생길까?"와 같은 자연적 의문과 "병속의 새는 어떻게 꺼낼까?"와 같은 인위적 의문의 두 종류가 있음을 알 게 됩니다. 때로는?과학에서조차도 인위적 의문이 설침을 보고 놀라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의문에 부딪칠 때마다 그것이 과연 자연적 의문인지 아니면 인위적 의문인지의 구별을 통해 <논리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비로소?안생(安生)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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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적 과학'이 가능하다면 '상보적 철학' 또한 가능하리라는 생각을 끝으로 맥루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구라는 우주선에 승객은 없다. 우리 모두는 승무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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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영준 2015.02.19 07:09
    좋은글 감사드려요!
    대구에 와있어 참석치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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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찬 2015.02.22 03:44
    주민수 박사님 발제와 후기까지 부탁 드려 죄송합니다.
    후기를 아주 자세하게 정리하여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제64차 모임에는 모두 9분이 참석하여 주셨습니다.
    간식을 준비하여 주신 이영미 선생님 고맙습니다.
    다음주 서울시립대학교에서 2번째 박사학위(사회복지분야)를 영득하실
    유문무교수님, 보통사람은 박사학위 하나도 어려운 일인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다음 제65차는 3월16일 박제윤교수님께서 발제하여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백북스 회원 여러분 을미년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원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profile
    김형태. 2015.02.22 04:23

    안희찬 회장님/ 인천백북스 회계 잔액은 말씀하신대로,?

    김영미 신임총무님 계좌로 17일에 이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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