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공지
2008.03.17 07:22

신비한 경험

조회 수 4812 추천 수 0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난 일 주일간은 최근 들어 몸 상태가 최악이었던 것 같다. 독감에 식도염에 끊임없는 딸꾹질, 코도 막히고 목이 부어 말이 잘 안 나오고, 온 몸은 얻어맞은 듯 쿡쿡 쑤시고 전신이 아프지 않은 데가 없었다. 특히 화요일엔 코 먹은 소리로 독서클럽 사회를 보려니 목소리는 잘 안 나오고 온 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래도 임재춘 교수의 강의에 빠져 3시간이 휙 지나가고 피곤함도 잊은 채 글 쓰는 원리를 터득하는 즐거움에 빠져 있었다.







금요일까지 버텨 보았지만 이러다가 뭔 일 날 것 같아서 오후 수업이 끝나자 마자 박성일 한의원으로 달려갔다. 동네 약국에서 이 약 저 약 먹어봐야 별 소용이 없고 몸은 점점 쇠약해지고 있었다. 난 어린애처럼 박원장에게 내 몸을 맡기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홍채 진단이 끝나고, 침대에 눕히고 복부를 눌러본다. 복부에 특별히 통증이 느껴지는 곳은 없었다. 명치 부분이 좀 아팠을 뿐이다.





진단 결과는 기운이 너무 빠졌다는 것. 우선 어깨 결린 부분의 근육을 풀기 위해 침과 물리 치료를 받아야 했다. 신비한 경험은 그 다음 특이한 침을 맞으면서 시작되었다. 박원장님이 직접 침을 놓았다. 누운 상태에서 발과 손목, 명치와 목 등 평소에 침을 맞는 자리가 아닌 곳에 다섯 개의 침을 꽂았다는 느낌과 함께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순식간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마치 가위에 눌린듯 내 몸은 끝없는 심연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고 주변에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가 들리면서도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꿈속에서 침을 꽂은 채 병원 안을 걸어 다니기도 하고, 누워 있는 몸 위로 탱크가 지나가듯 울퉁불퉁한 바퀴자국이 가슴에 압박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어떤 간호원이 남편과 함께 다투면서 수돗물을 잠그지 않아 물 호스가 터지려는 것을 두 손으로 움켜쥐며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물벼락을 맞기도 하고, 나는 수많은 일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경험하고 있었다. 갑자기 의식이 돌아오며 눈을 뜨니 박원장님이 빙그레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다. "잘 잤어요?"





세상에! 한 여덟 시간은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 15분 정도 누워 있었단다. 이 침이 피술자와 잘 맞아 떨어지면 온 몸의 교감 부교감 신경을 잠재워 깊은 잠에 빠져 들게 하는 특수한 침술이란다. 그렇게 무거웠던 몸이 가볍게 느껴졌고, 나는 박원장의 신비한 침술에 경탄하며 맑은 정신으로 한의원 문을 나섰다.





이튿날 쓰리던 식도의 통증이 사라지고 딸꾹질은 하루 종일 나지 않았다. 하루 만에 독감 기운도 잦아들고 뒷골이 당기도록 심했던 열기가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졌다. 신비한 침술! 박원장님 덕에 이번 주말에 독서산방에 가서 집사람과 함께 쥐불을 놓는 재미를 맛 볼 수 있었다.







  • ?
    윤보미 2008.03.17 07:22
    와우. 교수님 몸 나아지셔서 다행이예요. ^-^ 박성일 원장님의 침술과 그 효과! 영화를 보는 듯 하네요. +_+
  • ?
    임성혁 2008.03.17 07:22
    건강을 회복하셨다니 기쁘네요.박 원장님의 "잘 잤어요?"라는 글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환절기 건강 유의하세요.회원님들 모두...
  • ?
    손주영 2008.03.17 07:22
    원장님 저도 15분간만 재워 주세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7 공지 2007년 독서결산 7 이정원 2008.01.10 7372
206 공지 [알림] 제 1기 100books 게시판 필진 13 송윤호 2007.11.02 6498
205 공지 자연속에서 울다. - 황룡골 기행 - 10 임석희 2008.05.02 5693
204 공지 교육정책 아이들 이야기도 듣는다면 - 독후감 9 김용전 2008.04.18 5323
203 공지 편지. 7 이소연 2008.04.24 5050
202 나는 왜 책을 읽는가? 14 강신철 2008.11.18 4920
201 공지 동양인과 서양인의 같아서 생긴 이름부르는 방식의 차이. 6 임석희 2008.08.30 4898
200 공지 모정의 세월 5 김용전 2008.06.14 4875
199 공지 100권 독서클럽 이야기 제3부 - 지식네트워크의 확장 3 강신철 2008.03.06 4825
» 공지 신비한 경험 3 강신철 2008.03.17 4812
197 공지 [필진]외나로도 생활 1년을 돌아보며...(마무리) 6 서윤경 2008.03.30 4804
196 공지 별이 빛나는 밤에 13 박혜영 2007.11.02 4714
195 공지 [필진] 과학, 우주에 마법을 걸다 2 전재영 2008.02.06 4703
194 공지 거름을 나르며 2 file 김용전 2008.03.23 4663
193 백북스가 사단법인이 되면... 3 강신철 2011.12.11 4648
192 공지 <뇌 생각의 출현>을 읽고 8 조동환 2008.11.03 4608
191 공지 '새 봄 예찬' 2 신현숙 2008.03.14 4562
190 공지 2007년을 보내며-책을 다시 읽기 시작하다- 3 임석희 2008.04.15 4556
189 공지 [필진6기] 외나로도 생활 1년을 돌아보며...(첫번째) 14 서윤경 2008.01.28 4552
188 공지 100권 독서클럽 이야기 2부 6 강신철 2008.01.28 454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