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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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BooksClub을 만나기까지의 아름다운 길



  분명 난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던 어린이에 소녀였는데, 어느 순간인가 부터는 전공 이외의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누구나 다 하는 핑계처럼 나 역시 두꺼운 전공책을 펼치는 동안에는 다른 분야에 관심을 둘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다행히 책을 접하지 않았던 시간동안에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닐 기회가 많았고, 시각적으로나마 예술을 접하면서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에 토론을 하고 성찰할 기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일까? 내가 다시 책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그림책(화보집)이었다.



  하루는 읽은 책을 적을때의 그 뿌듯함을 한비야씨가 TV에서 소개해 준 적이 있다. 평소 그녀를 존경하던터라, 나도 어디 한 번 해 볼까? 라는 맘으로 작정하고 손이 닿는대로, 마음이 가는대로 책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내 관심사는 주로 미술, 건축과 같은 시각적인 분야였고, 자연스래 건축사, 예술사, 미술사 관련된 책들을 읽었다. 간간히 여행, 건강, 철학이 조금씩 섞이기도했는데, 결국 12개월 후 1년을 마무리할 때 무려 23권의 책을 읽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뿌듯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관심을 가지는 과학이라는 분야가 예술과 무엇보다도 밀접하다는 게 마음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분명하게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궁금함 또는 답답함을 해결하지 못한채 지내다 좋은 예술사 수업을 소개받았다. 비록 짧은 수업이었지만, 예술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철학-문학-과학-역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도. 조중걸 선생님의 지도하에 다시금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다. 언젠가 미칠듯이 공부하고 황홀한 새벽을 맞았던 20대때처럼, 매일 밤 자료를 찾고, 책을 읽고, 새로운 사실에 감탄을 하고!!! 갑자기 다시 찾아온 삶의 애착이라고할까, 희열이랄까... 내 자신을 찾아가는 그 시간들이 행복했다. 하지만, 수업은 중단되었고, 한동안 허무감에 괴로운 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발길은 대전시립미술관을 향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슨 전시회인지 관심도 그닥 없었던게 사실이다. 그냥 발걸음이 가는대로 투벅투벅 전시장 입구를 들어섰고, 몇 편의 그림들을 보다가 내 발을 잡아끄는 한 편의 그림 앞에 딱! 서 버리고 말았다. 앞서 전시된 그림을 보느라 지친 다리를 쉴 겸 의자에 앉아서 그 그림을 감상하는데,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림으로 빨려드는 듯한, 하지만 낯설지 않은, 어떤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띵했고, 묘했다. 그리고, 평온했다. 

  집으로 돌아와 평소 좋아하던 그림들을 펼치자 내가 좋아하는, 편안해하는 그림들이 하나같이 그런 느낌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그랬을까... 물어봐도 대답해 줄 사람도 없고, 그냉 궁금함을 접은채 그렇게 봄을 보냈다.


  그리고, 07년 5월 19일. 울적한 마음에 다시 미술관을 찾았다. 마침 그날은 그 전시회의 마지막 날이었고, 마무리차 화가 선생님께서 오셨다는 얘기에 싸인이나 받아가자는 생각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선생님, 선생님 그림이 절 잡아당겼어요.”

이렇게 해서 시작된 일랑 이종상 선생님과의 만남. 싸인을 받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과학과 예술, 그리고 우주에 대한 몇가지 선문답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시간이 모자라서 나머지 대화는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고, 그후 서신으로나마 늘 궁금했던 아름다움의 근원이나 마음의 평화, 과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등에 대해 선생님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너무나도 감사드릴 일이다.


  그리고는 여름이 되었다. 대전에서의 초청강연회 참석차 일랑선생님께서 다시 오신다는 기사를 읽었다. 선생님의 그림이 준 에너지 탓인지, 무언가의 강한 마력에 끌리듯 선약을 취소하고 저녁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오후 갑자기 원장실로 불려갔다. 그리곤,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럴 수가!! 선생님이 오신 것이다. 우리 연구소에...

  “앗! 선생님!!”

  “어!! 이 사람 맞아요”

  대전에 오신김에 우리 연구원를 방문하시게 되었는데-훗날 알고 보니, 우리 100books클럽에서 초청하시고, 우리 연구원 방문을 주선하셨던 것이었다- 우주를 얘기하고, 그림을 얘기하는 사람을 찾으셨다라고!!! 그리고, 선생님의 강연을 듣기위해 ETRI를 찾았다.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이었지만,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소통”에 감동 받았다. 화선지와 붓과 물이 선생님과 소통한다는 것을 느끼신다니 입이 떡 벌어진다. 나는 언제쯤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과 소통한다고 감히 말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예술과의 소통이라는 화두를 통해 직장에서의 소통, 사람들과의 소통, 로켓과의 소통, 우주와의 소통, 나와 내 주변의 모든 것과의 소통...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일랑 선생님 덕분에, 이렇게 긴긴 여정을 돌고 돌아서야 비로서, 마침내 나는 2007년 여름 끝자락에 100북스클럽을 만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몇 년 전 즈음 동료가 이미 100북스클럽을 소개해 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난 아직 100북스클럽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던 것 같다. 그저 좋은 모임이라고만 생각하고, 참여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일랑 선생님의 강연을 계기로 100북스클럽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게 되었고, 이젠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이번엔 내가 손을 내밀어 잡아야 한다고 느꼈다. 과학과 예술과 종교와 철학을 모두 공부할 수 있는, 혼자서라면 엄두를 못낼 주제를 서슴치않고 시작하는 그들이 있기에, 100북스클럽의 분위기에 묻어서 나도 (덤으로 쉽게)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이미 시작한 다른 공부가 화요일로 잡혀있어서, 즉시 독서모임에 참석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독서클럽을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생활의 활력이 되었다. 매번 참석하지 못하는 나에게 산으로 초대를 해 준 것도 따뜻한 회원들이었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버린 07년 산행을 통해서도 독서클럽에 더욱 다가갈 수 있었다. 독서토론에 참석하는 것은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지만, 뒷풀이에서 그 분위기의 끝자락이나마 동참할 수 있다는 것도 영광이었고,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무언가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꿈틀거렸던 진실에 조금씩 더 다가가는 것 같다.


  끼리끼리 모인다고 했던가? 주변에 도통 수식에만 익숙한 사람들뿐이라 그런지, “삶”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조금만 진지한 얘기를 꺼내는게 쉽지 않다. 하지만, 100북스클럽엔 나같은 사람이 가장 기본적이다보니 평소에 다 못하는 진지한 토론이 가능한 이곳이 참으로 좋다. 살다보면 언젠가는 삶이 요구하는 생존 경쟁의 진흙탕으로 끌려내려오게 될지라도, 동시에 영혼은 순수하고 깨끗한 앎과 아름다움을 찾는 몸부림을 치게 될 것이니, 이것을 존중하고 찾기 위해 강하게 버티도록 힘겨운 노력을 할 것을 촉구하셨던 조중걸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나는 이 가르침을 혼자가 아니라,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


  키치적 삶이 아닌 본질을 꿰뚫는 삶의 자세를 우리 클럽에서 본다. 강한 비판과 생산적 활동이 넘쳐나는, 니체가 말하는 강자의 세계를 우리 클럽에서 본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고 삶의 근원을 따라가는 모습을 우리 클럽에서 본다.

  우리 인류의 모든 활동,즉 지적 탐구의 대상은 결국 "우주와 나" 자신으로 집약되는데, 그 두가지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는 평생 공부하는 자세를 지닌 모습을 우리클럽에서 본다.

  때로는 사회 여려가지 문제를 볼때 어두운 미래가 점쳐지기도 하지만, 100북스클럽같은 모임이 있는 한 우리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감히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혼돈과 불안의 새로운 신석기 시대를 졸업하고, 이곳 100북스클럽으로부터 새로운 르네상스로 도약할 인류의 새시대를 꿈꾼다.


Who's 임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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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자, 백북스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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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윤경 2007.12.31 08:40
    임석희 회원님 글 잘 읽었습니다. 같은 건물에서 근무할때 간간이 뵈면서(주로 엘리베이터 안) 머든 열심히 하시는 분 같다는 생각했었습니다. 열정적인 모습 보기 좋습니다. 음...금년에도 혹시 No.1 바램이 저와 같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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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혁 2007.12.31 08:40
    마지막 다섯줄은 제 머리속을 훔쳐보고 쓰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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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틀 서윤경 2007.12.31 08:40
    ^^;; 저도 항상 100북스클럽이 머릿속에 있지만..참여하지 않다보니 보니..어색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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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윤경 2007.12.31 08:40
    어? 새색시...리틀 서윤경님이 드뎌 다시 등장하셨네요...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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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7.12.31 08:40
    두 윤경님, 모두 방가워요~!!!

    임선생님, 모두다 같은 생각이라 그런가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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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7.12.31 08:40
    두 윤경님, 모두 방가워요~!!!

    임선생님, 모두다 같은 생각이라 그런가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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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영숙 2007.12.31 08:40
    임선생님, 저 방금 가입했어요.
    지난번 소개를 받고 가끔 홈피만 들락거리고, 도저히 시간짬이 안났는데,
    늦으면 늦을수록 힘들것 같아서요.
    고마워요. 토론모임에는 거의 못가겠지만 가끔 이곳에서라도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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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7.12.31 08:40
    안 선생님!!!
    웰컴 투 머치예요 ^^*
    아이들이 좋아할, 그리고 안 선생님께서 실력 발휘 해 주셔야 하는 주말 행사도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나오세요... 연락 드릴께요.
    너무너무 반가와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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