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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독서 포트폴리오

by 강신철 posted Feb 1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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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따금 우리 백북스가 지향하고 있는 균형독서의 진정한 의미가 젊은이들에게 잘못 받아들여질까 염려된다. 독서의 편식이 우리의 지식형성에 해가 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균형독서는 독서인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이상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 균형의 의미가 모든 분야의 책을 누구나 정해진 비율로 똑 같이 읽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자신의 나이, 전공영역, 직업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사람마다 그 균형의 비중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균형독서의 적정합 배합비율(Portfolio)은 사람마다 달라야 한다. 사람마다 전공이 다르고, 독서의 량이 다르고 지식의 깊이가 다르고 살아온 연륜이 다른 데, 어떻게 그 비중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인생의 경로에서 어떤 특정 시기에는 독서의 편식도 필요한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삼십 대 젊은이들은 어느 한 분야에 자신의 전공영역에 대한 확고한 지식을 깊이 있게 쌓기 위해 한 눈 팔지 말고 한 영역에 집중적으로 몰입을 해야 할 시기가 있다. 분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으려면 적어도 10년은 한 우물을 파야 한다. 도요타에서 이야기하는 'T'자형 인재나, 안철수씨가 이야기하는 'A'자형 인재의 진정한 의미도 주전공영역이 확고해야 폭넓은 지식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전공영역이 뚜렷이 있을 때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빛을 발하는 것이지, 이것저것 파편과 같은 지식들만 머리속에 잔뜩 쌓아둔다면 그런 지식은 습득하는 순간은 흥미로울지 몰라도 효용성이나 생명력이 떨어진다. 대들보 없이 서까래만 가지고 집을 지을 수 없는 이치와 같다. 한 마디로, 균형독서를 한다고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다양한 분야에 지식의 폭이 넓기도 하고 깊기도 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지만,  유한한 시간에, 모든 학문 분야에 넓고 깊은 지식을 두루 갖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리하게 욕심을 내다가는, 어느 한 분야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평생 지적 열등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지식사냥꾼처럼 살아갈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삼십 대 젊은이들은 균형독서의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자신이 전공하는 한 영역에서 인정을 받고 스스로 만족스러울 때까지는 다른 분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취미 삼아, 그리고 어떤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분야의 책을 가볍게 읽어보는 것은 정신건강상으로도 좋고 열린 마음을 형성하는 데도 좋다. 그러나 그런 타분야 독서의 비중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할 정도로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이런 젊은이들의 독서태도에 대한 우려가 杞憂이기를 바란다. 우리 백북스의 젊은 회원들은 각자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균형독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현명한 독서활동을 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