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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나의 백북스 활동

by 임석희 posted Dec 2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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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가을이 아름답다며 전화를 해 온 친구 왈, “이젠 연애좀 하시지!” 라는 충고에 자신있다는냥 대답했다. “안그래도 연애한다. 요즘. 책이랑^^*”


이 마지막 한마디가 친구의 기대에 맞는 대답은 아니였겠지만, 덕분에 생각해본다. 진짜로 난 올 해 책과 연애한게 맞나???


 


지난 해 내가 제일 잘 한것이 백북스에 가입한 것이라면,


올해 내가 제일 잘 한 것은 주중엔 활동을 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는 백북스에 올인한것이리라.


 


특히, 저자의 강연을 듣는 (상대적으로) 소극적 방식보다는 우리 회원들이 직접 무언가를 해 낼 수 있는 소모임 활동에 더욱 의미를 두는 회원들 중의 한 명으로서, 아름다운 밤하늘에 뿅~ 간 경력이 있는 나로서는, 더구나 주말 활동밖엔 참여 할 수 없기에 백북스 소모임 활동은 나에게 있어 백북스의 전부나 다름없다. 경영경제모임, 천문우주모임, 뇌과학모임,창의성디자인모임. 마음으로는 모두 다 활동하고 싶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것이 애석할뿐이다. 고심 끝에 고른 두 개의 활동. 내 체력이 닿는 한 최대한 하리라.


 


지난 해 11월 처음 별구경 하자며 모였던 천문우주모임. 그때 내~ 알아봤다.


언제였던가.. 이 아련한 기억은....공부가 공부가 아니라, 그저 그냥 생활의 일부였던 그 시절의 기쁨과 기억. 그놈의 공부, 공부의 재미라는 걸 말이다.


내가 백북스를 잡은 것인지, 내가 제대로 여기에 걸려든 것인지!





첫 모임에서 재미를 붙인 뒤, 무조건 참석하겠다고 결심했는데, 흠... 하늘의 시샘인지 두 번째 모임부터 출장이 뭔고... 그후 올해엔 제발 출장이 첫주에만 걸리지 않기를... 기도하곤 했다. 하늘의 뜻인가? 다행히도 2008년 12달 모두 참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좌충우돌의 9번의 발표. 살아오면서 관심도 두지 않았던 분야이고, 애써 외면하고 피해왔던 분야인데... 지금 2008년을 보내는 12월에 생각해보면, 어쨌든 억지로라도 부딪히고나니 그만큼의 무지의 동굴에서 빛을 향해가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첫 발표라는 부담이 있기는 했지만, 생소하지 않은 용어 덕택에 그럭저럭 준비할 수 있었던 “별의 일생”. 태양이 지구를 삼켜 먹는다는 것과 그 이전에 지구를 탈출해야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어진 “항성내부의축퇴압”. 전자가 붙어버리는 압력이라는 느낌이 오지 않아 한달을 헤맸던 시간들. 원소가 붕괴될 정도의 압력.. 상상도 해 보지 못했던 압력이 별 내부에 존재한다는 사실, 그것을 수식으로 확인했을때의 기쁨이란!


  드디어 내 생에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왔다. 지금까지 도망쳐 왔던 현대물리와 현대화학과 만난 것. 양자역학으로 들어가기 위해 상대성이론 만나고, 아인쉬타인이 따라 가 보았던 신의 방정식. 그리고 다시 지금 순간의 나로 나오는 그 시간여행이 행복했다.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가 별에서 나왔고, 그 원소의 모양과 전자의 위치들을 알아가는 지름파동방정식.


  물리공부만 하는가 싶더니 주제는 내 몸으로 돌아간다. 세포. 그리고 세포안의 미세소관. 나를 나이게끔 만들어주는 무수히 많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내 몸안의 고속도로 미세소관이다.


  피를 보면 기절이라도 할 것만 같았던 어린 시절의 악몽을 이기게 해 준 발표, “척수”. 이젠 의학서적이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라, 사랑스럽다. 징그럽게 여겨지던 해부도가 내 몸속의 신기한 피조물로 생각하면, 어찌나 궁금해지는지. 사람마음이 참으로 간사하다. 그러니,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 참인 소리일것이다. 뇌 훈련을 위해, 신경세포의 활성을 위해 다시 피아노를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척수 발표 덕택이다.


  인간을 인간이게끔 해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 언어. 평소 궁금해왔던 질문인 동시에 어려운 주제였다. 뇌와 언어의 관계를 설명해가는 첫 고리..아는만큼만이 보이는데, 내 지식의 부족으로 내가 캐취할 수 있는 것또한 부족했다는 것이 역력했던 발표다. 내 지식의 편협함과 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였다. 인간을 동물로, 자연속의 한 피조물로, 때로는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극과 극을 오가며 생각을 해야 했던 주제다. 많은 생각들을 했고, 많은 것들을 부수적으로 얻었다. 맞아!, 그래!를 반복해가며 읽고, 생각나는 바를 책 빈공간에 적었는데, 바로 몇 장 뒤에서 그 내용이 전개될때의 반가움과 기쁨으로 가슴뛰게 했던 책, 공감의 심리학. 이 책은 나로하여금 유전자 전달의 의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했던 동시에 오랜 고민끝에 문화 전달의 의무로 내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점을 조금이나마 만회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해 주기도 했다.


  봄과 여름의 발표가 주로 수식을 다루고, 쭈욱 따라가면서 수학적 생각을 필요로 했던 내용이었다면, 가을과 겨울의 발표는 수식이 아닌 다른쪽의 머리 회전과 이해가 필요했던, 상상 그리고 이해, 상상 그리고 이해를 반복해야 했던 분야다.


  현대물리와 현대화학을 피했으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봄처럼,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젠.. 피할 수 없는 순간이 되었던 가을이다. 분명 지금 우리는 이 책의 내용이 정설이라는걸 믿는데, 정작 저자는 자신의 책 ‘마음의 역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말이 아마도 맞을 것 같다”라고. 의식의 기원, 의식(마음)의 유동성은 이해됨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그 한마디 때문에 시작된 과학과 지식에 대한 나의 태도는 그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동안 오랫동안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나의 딜레마와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그리곤 단순지식의 전달과 요약하지 못한 횡설수설로 끝나버리고 만 최악의 발표, 마음의 역사. 그때만 해도 나는 과학에서 말하는 “아마도” 라는 그 단어의 당혹감을 이기지 못하는 듯했다.


  뇌와 생각의 출현을 읽으며 우주와 생물과 나 자신, 그리고 내 생각과 나의 미래로 이어지는 한 축을 정리 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도 큰 앎의 기쁨이었고, 12월 마지막 발표는 발표의 성공여부를 떠나 개인적으론 나의 숙제, 나의 짐을 덜 수 있는 주제여서 기뻤다. 두세달동안 이어졌던 띵~한 머리는 말끔히 정리되었던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내가 왜 이상한 것을 믿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인정을 하고, 그때 최소한의 오류를 범하기 위한 나의 노력. 많은 것을 정리 할 수 있었던 마지막 발표. 웃고 내려올 수 있어 기뻤다. 물론 또 시간이 흐르면, 이것을 뒤집는 또 다른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 들어올 수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 많은 것이 정리되어 맑다는 것이 중요한 것일게다.





바빴다. 매주 출장에, 회의에, 이동에... 하지만, 그 와중에 시간을 만들었고, 그래서 백북스 할 수 있었다. 발표를 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발표가 좋았고 아니고를 떠나서, 한 해 열심히 살았다는 것에 감사하는 순간이다.


 

몇 주전 한 선생님께서 이런 조언을 해 주셨다. "정면돌파". 그 점에서 난 2008년을 정면돌파를 위한 준비를 한 해일지 모르겠다. 내년엔 정면돌파를 시작할런지도~





2008년 발표준비를 하며 읽었던 책들을 정리해 본다. 


이보디보/상대성이론/별의 일생/인간과 우주/신의방정식/만화로 읽는 미적분/양자역학의 모험/양자역학/별밤365일/이중나선/착각하는뇌/절차의 힘/필수세포생물학/공감의 심리학/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브레인스토리/뇌, 맵핑마인드/신경의학해부도/모든것을 기억하는 남자/루시드드림/지워진기억을 쫓는남자/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마음의 역사/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기적을 부르는뇌/유뇌론/나는 그림으로 읽는다/뇌,생각의 출현/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생각의 오류/믿음의 엔진/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친구에게 한 말-책과의 연애중-을 다시금 자신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민정아, 올 한 해 난 충분히 책과 연애했다. ^^*”





ps. 그렇다고 내가 올 한해동안엔 천문우주 관련책들만 읽었느냐?


비록 여기서 언급은 하지 않지만, 결코 아니라는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