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011.05.20 03:24

당연히..

조회 수 2164 추천 수 0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당연히..

속마음 듣기를 주로 하는 오랜 직업적 경험에 의하면
억울한 감정만큼 사람을 황폐하게 하고, 분노하게 하고,
어긋나게 하는 것도 흔치 않습니다.

이해할 수 없이 부당하다는 느낌, 체한 것처럼 뭔가에
억눌려 있다는 느낌, 왠지 내가 손해보고 있다는 느낌....


그런 억울함을 느끼는 순간,
분노의 화염방사기가 되거나 삐짐 대왕으로 변신하거나
우물 같은 슬픔 속에 빠져듭니다.
애초부터 이성이 없었던 사람처럼 감정에게
모든 권한을 이양하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건 당연합니다.

미국 일부 주에는 ‘사과법(I am sorry)’이라는 게 있습니다.
병원에서 예상치 못한 의료사고나 합병증이 발생했을 경우
의사가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을 안전하게 보장해 주는 법입니다.
사과는 하되 그것을 의사의 실수를 인정하는 법적인 증거로는
사용하지 못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원래 병원 측에서 유무형의 의료분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안한 제도인데 실제 의료분쟁 소송이 놀랄 만큼 줄었답니다.
환자와 가족의 입장에서는 법적인 실익 없이 단지 미안하다는
얘기를 듣는 것뿐인데요.
억울한 마음이 풀어졌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한 개인들에게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억울함을 안겨주는
국가나 공동체가 온전하게 지속되긴 어렵습니다.
분노와 증오심과 무기력감과 슬픔이 들불처럼 번지니까요.
공존이 불가능할 수밖에요.


당연히...
나와 가까운 사람들과의 일상적 관계에서도 그런 억울함의
인과법칙은 크든 작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용됩니다.
혹시 깜빡하셨을까 봐요^^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에서







이제 우리 한 발짝 뒤로 물러서기로해요.
우리 서로 어떤 점을 실수 하고 있는지 알고 있잖아요.

당신은 알고 계시잖아요.

이제 우리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돋힌 가시 내리기로 해요.

우리 이제 그러기로 해요.

서로 애써 안아줄 수 없어도
한 발짝 뒤로 물러서기로해요.

우린 책을 읽는 이들이잖아요.
  • ?
    이철국 2011.05.20 03:24
    멋진 비유
    멋진 글이네요~~
  • ?
    이은정 2011.05.20 03:24
    한 발짝 뒤로 물러서기로해요-
    오늘 하루도 감사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
  • ?
    김정수 2011.05.20 03:24
    마음의 그릇에 물이 흔들리지않게 하고 비워주면 더 큰 무엇으로 채워집니다.
    한번 해보세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7 돌아왔습니다. 7 장준오 2012.11.10 2133
86 공지 독서클럽을 통해 구원 받다. 8 이보표 2007.11.09 3746
85 공지 독서클럽과 백과사전 9 문경목 2007.11.24 4141
84 독서의 5단계說 4 강신철 2009.06.02 2881
83 독서와 정신의 성장단계 3 강신철 2012.05.07 1885
82 공지 독서여행을 다녀와서... 6 이명희 2007.11.27 3948
81 공지 독서산방 단상 3 문경수 2007.12.01 3590
80 독서 노마드 2 강신철 2011.07.09 2053
» 당연히.. 3 우성범 2011.05.20 2164
78 공지 당신이 작가라면, 당신이 경험한 것만 써야 한다 8 김주현 2007.11.16 4050
77 일반 다시 비누의 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전동주 2019.10.16 122
76 공지 눈이 왔다 3 김민경 2008.01.12 3644
75 너와 나의 고향 1 김용전 2009.12.13 2181
74 남자의 눈물 - 배우 김명민의 눈물 4 김용전 2009.10.27 2528
73 공지 남자는 남자를 모른다 1 김용전 2008.08.29 4224
72 공지 남매탑이야기. 3 이소연 2008.01.16 4199
71 공지 낡은 일기장과의 만남 9 황보영 2007.11.07 3993
70 난감했던 동네서점 4 이병록 2013.01.22 2161
69 공지 나의 독서법 - 유비쿼터스 책 읽기 15 송윤호 2007.11.05 4017
68 공지 나무 이야기 5 김용전 2008.07.26 406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