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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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낭소리'와 '똥파리'의 잇단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는 여전히 우울하다. 워낭소리 제작자와 똥파리 감독은 흥행 이후 여기저기서 곤란한 일을 많이 당해 극도로 언행에 신중을 보이거나 잠행 중이다.

인간사가 그렇다. 너무 못난 이유로 심지어 너무 잘난 이유로도 서글퍼지는 존재다. 마치 자신은 영원히 사는 존재인냥 누군가가 누군가를 슬프게 만드는, 참 '코믹한 촌극'스럽게 인생을 산다. 대체 세상 얼마나 살겠다고 그럴까.

독립영화 두 편이 흥행해서 서로 질투인거다. 기뻐하고 고무되어야 마땅한 독립영화계는 그래서 더욱 우울하다.

오월의 신록도 제법 짙어지기 시작한 봄의 끝자락에 인디피크닉이 열리는 KAIST를 찾았다. 현장에는 네 명의 지역독립영화 감독들이 자원활동을 하고 있었다.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요, 자신들의 산더미 같은 할 일을 뒤에 두고 현장에 나와 일을 도와가며 오손도손 이야기하는 모습이 아직은 순전하여, 나 역시 자리를 뜨지 못했다.

결국 동료감독들이 하나 둘 나오더니 저녁 무렵 9명이 됐다. 누가 나오라고 재촉하지도 않았다. 나도 그들도 모두 제 발로 걸어왔다. 인디피크닉 첫날의 뒷정리를 함께 하고 어은동의 한 구석진 커피숍에서 밤12시까지 서로를 위로했다. 게중에 부산HD영화제와 인디포럼에 본선진출하여 대전을 잠시 떴던, 올해 대학졸업반인 여류감독은 자신의 연출작이 여느 경쟁작들보다 못하다는 자괴감에다, 졸업작품의 섭외가 잘 안돼 평소보다 말수가 줄었고, 고3짜리 최연소 감독은 믿었던 사람들에게 비판이 아닌 비난에 시달려 넋풀이를 그칠 줄 몰랐다. 

어제 눈 부시게 맑았던 낮 하늘 아래 잠시 그늘이 드리워졌던 내 의식의 한 공간은 밤이 되자 별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그들이지만, 나를 바라봐주던 그들의 따뜻한 눈은 암흑 속 별빛이 되어 주었다. 작년 12월초 겨울 밤하늘에 지구별 사람들에게 행복한 미소를 머금었던 초생달, 목성 그리고 금성의 조화가 아직은 우리 사이에 있었다. 주어진 생명에 해피엔딩이 있을 순 없지만, 지구별에 우리 잠시 함께 숨 쉬는 동안은 그러한 별빛 미소가 서로의 눈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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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경애 2009.05.19 09:44
    직접 뵌적은 없지만 회원님 덕분에 '섹션2'와 '푸른 강은 흘러라'를 감상할려고 서두르고 있어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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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09.05.19 09:44
    네 하경애님!! 후회않으실 겁니다. ^^ 아마 영화에 대한 외연의 확장을 경험하실 겁니다. 나중에 창디모임에서, 영화 에릭쿠 감독의 '내곁에 있어줘'를 상영할 계획도 있답니다! 이 영화는 구하는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구요, 보고 나면 며칠을 멍하니 창밖만 바라볼 정도예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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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미 2009.05.19 09:44
    서로 다른 모습의 캐릭터로 살지만 근원은 근원으로서 하나입니다.
    별빛 미소가 별들의 미소와 님의 미소로 겹쳐 보입니다. '
    내 곁에 있어줘' 어떤 영화일까 참 궁금해지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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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09.05.19 09:44
    부족한 글에 덕담 감사드립니다. ┌(_ _)┐ <내곁에 있어줘>란 영화는 제 인생 최고의 영화 중 한편이죠. 대사도 별로 없지만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마지막엔 눈물이 마구 흐르구요. 2006년에 처음 접하고 그 후로 3일간 매일 <내곁에 있어줘>를 보러 갔었습니다. OST가 특히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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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은경 2009.05.19 09:44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어떤 분야든 멋진 것 같습니다.
    고3 감독이 있다니 왠지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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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09.05.19 09:44
    은경님 눈치도 보통 아니십니다. ㅎㅎ 고3 감독, 키 크고 잘 생긴데다 영화에 대한 관점이 무척 날카롭습니다. 학교 끝나자마자 인디피크닉 와서 푸른강은 흘러라를 본 후, 감동 한아름 안고 갔는지 여기저기 선전하고 다녀요. 대성할 친구라 여겨지는데 대전독립영화감독회의의 최연소 멤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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