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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6 03:30

균형독서 포트폴리오

조회 수 4111 추천 수 0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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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따금 우리 백북스가 지향하고 있는 균형독서의 진정한 의미가 젊은이들에게 잘못 받아들여질까 염려된다. 독서의 편식이 우리의 지식형성에 해가 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균형독서는 독서인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이상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 균형의 의미가 모든 분야의 책을 누구나 정해진 비율로 똑 같이 읽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자신의 나이, 전공영역, 직업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사람마다 그 균형의 비중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균형독서의 적정합 배합비율(Portfolio)은 사람마다 달라야 한다. 사람마다 전공이 다르고, 독서의 량이 다르고 지식의 깊이가 다르고 살아온 연륜이 다른 데, 어떻게 그 비중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인생의 경로에서 어떤 특정 시기에는 독서의 편식도 필요한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삼십 대 젊은이들은 어느 한 분야에 자신의 전공영역에 대한 확고한 지식을 깊이 있게 쌓기 위해 한 눈 팔지 말고 한 영역에 집중적으로 몰입을 해야 할 시기가 있다. 분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으려면 적어도 10년은 한 우물을 파야 한다. 도요타에서 이야기하는 'T'자형 인재나, 안철수씨가 이야기하는 'A'자형 인재의 진정한 의미도 주전공영역이 확고해야 폭넓은 지식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전공영역이 뚜렷이 있을 때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빛을 발하는 것이지, 이것저것 파편과 같은 지식들만 머리속에 잔뜩 쌓아둔다면 그런 지식은 습득하는 순간은 흥미로울지 몰라도 효용성이나 생명력이 떨어진다. 대들보 없이 서까래만 가지고 집을 지을 수 없는 이치와 같다. 한 마디로, 균형독서를 한다고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다양한 분야에 지식의 폭이 넓기도 하고 깊기도 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지만,  유한한 시간에, 모든 학문 분야에 넓고 깊은 지식을 두루 갖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리하게 욕심을 내다가는, 어느 한 분야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평생 지적 열등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지식사냥꾼처럼 살아갈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삼십 대 젊은이들은 균형독서의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자신이 전공하는 한 영역에서 인정을 받고 스스로 만족스러울 때까지는 다른 분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취미 삼아, 그리고 어떤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분야의 책을 가볍게 읽어보는 것은 정신건강상으로도 좋고 열린 마음을 형성하는 데도 좋다. 그러나 그런 타분야 독서의 비중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할 정도로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이런 젊은이들의 독서태도에 대한 우려가 杞憂이기를 바란다. 우리 백북스의 젊은 회원들은 각자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균형독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현명한 독서활동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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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틀서윤경 2009.02.16 03:30
    교수님 말씀에 많이 공감이 됩니다.
    저도 이것저것 많은 것을 다 얻고 싶지만 정작 손에 쥐고 있는 책은 관심이 있는 한 분야이거나 아니면 지금 제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부류의 책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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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09.02.16 03:30
    균형독서의 목적은 기초지식을 쌓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고,
    깊이(높이)는 제한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않으면 상식과 교양이 풍부한 독서수준이 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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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09.02.16 03:30
    강신철 교수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침 제가 고민하고 있던 부분이었는데, 두루두루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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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영택 2009.02.16 03:30
    교수님의 염려해주시는 따뜻한 마음이 잘 전해집니다.
    우리 젊은이들은 분명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 바탕위에서 다른 분야와 통합이 이뤄질때
    자신의 분야도 더 아름답고 균형있게 되는 거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교수님 글을 읽으며 전공공부에 대해 약간 소홀했던 저를 다시 돌아보게 되네요
    정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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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은희 2009.02.16 03:30
    이 글을 읽으면서 순간 내가 혹시 과도하게 다른분야에 집착해서
    관심이 없음에도 억지로 글을 읽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시금 점검하고 생각하게 해주신 교수님의 글, 좋습니다.

    자신의 중심적 생활이 흔들릴정도로 책을 읽는 것이 바람직해보이지는 않을 수 있으나
    다독은 인생의 중심을 잡게하는 중요한 구심점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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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석 2009.02.16 03:30
    역시 선택과 집중이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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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규 2009.02.16 03:30
    글을 읽으면서 동감은 하면서도 드는 생각이 아직도 우리는 균형독서를 불균형독서로 읽을 정도로 독서에 매진하게 되는 사회에 살고 있지 않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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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근호 2009.02.16 03:30
    강교수님! 엘리티즘의 글에 이어 균형독서에 관한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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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현식 2009.02.16 03:3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어찌보면 엘리티즘하고 이어지는 맥락의 글 같기도 하네요.
    마음이 편해진다고 생각되는 건 그 일관성 때문이겠죠.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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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성 2009.02.16 03:30
    마음에 꼭 와 닿는 글 입니다. 에리티즘과 이 글을 읽고 좀더 성숙하고 낮은 자세로 중심을 잃지 않는 독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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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수 2009.02.16 03:30
    강신철 교수님, 지난 달 27일 저녁 서울 백북스 클럽에서 우주의 기원과 빅뱅에 관한 곽영직 학장님의 강연에서 재회 인사 나눈 이후 벌써 제법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 역시 소위 70년대에 학부를 마친 이후 국내외의 여러 대학원에서 학위 과정을 포함하여 각종 중-단기 과정에 적을 둔 경험을 꼽아 보니 무려 7 곳을 거쳤네요. 하지만 2002년도에 굳은 각오로 시작한 국내 모 대학원 경영학과 박사과정에서 2005년 초 코스웍을 수료 이후 아직까지 박사 논문을 통과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강교수님 글을 접하고 뜨끔한 느낌과 더불어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이번 달 마지막 일요일 대전에서 진행되는 경영-경제 모임에는 참석할 수 있을지 아직 선뜻 확정하기 어렵습니다만.... 다음 달 경영-경제 모임의 주제가 될 수 있는 책으로 다행히 바로 몇주 전에 번역본이 출간된 게리-하멜 (Gary Hamel)의 "경영의 미래 (The Future of Management)"을 강추하고 싶습니다. 자세한 말씀은 따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늘 깊은 통찰력에 근거하여 잔잔하지만 뚜렷하고 분명한 울림을 주시는 주옥같은 엣세이를 올려 주심에 고마움을 넘어서서 마음으로 부터 우러나는 존경의 뜻을 전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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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철 2009.02.16 03:30
    최정수 선생님, 4월 경영경제 모임을 이끌어주시지요. 선생님의 다양한 컨설팅 경험과 박식한 경영지식을 회원들에게 나누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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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수 2009.02.16 03:30
    강신철 교수님, 부족한 사람에게 4월 경영경제 모임 주관을 맡기심에 걱정이 많이 앞서네요. 일단 제가 무엇부터 해야 할지 지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편하실 때 제 휴대폰 (016 327 3997) 연락 주시면 최대한 열심히 강교수님의 뜻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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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숙현 2009.02.16 03:30
    저에게 필요한 좋은 말씀을 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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