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010.03.17 22:32

사람이 없다

조회 수 2391 추천 수 0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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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치겠다!!!!!!


  혹시 오해가 있을지 모르니, 지금부터 말하는 바는 백북스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현재 내 입장이 곤란해졌다. 나는 과거 사교육으로 먹고 살다 늦은 나이에 지금은 영화와 영상관련 일을 끄적거리는 <듣보잡>이다. 그것도 주눅든 듣보잡이라기 보단 꽤 뻔뻔하고 목소리 큰 듣보잡이다. 그래서 듣보잡이 듣보잡인가...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워낙에 시동이 늦게 걸리는 타입이라 익숙해지기까지 시일이 걸렸다. 조금만 서두르면 과부하다. 이건 백북스에서 빈번하게 이야기하는 <뇌>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란 의심이 든다. 진화론적으로 해석하면 벌써 생태계에서 도태되었을 생명체가 나인거다.


  지금부터 이야기는 변명이다. 


  3월에야 시동이 걸렸나 싶었다. 환희와 자신감에 차있던 찰나에....but,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쇼핑몰 문제가 3월 들어서자 만개했다. 미국 동부에 폭설이 내려 제품이 늦게 수급된 것은 둘째치고, 통관규정이 까다로와져 고객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게다가 2월에 광고 시스템도 바뀌어 고전하고 있다. 쇼핑몰 운영 중 최악의 3대 고충(불만처리, 배송지연, 광고)이 3월 들어 한꺼번에 겹친 것이다. 


  그것 뿐인가. 나는 프로젝트 추진건 관련해서 3월부터 영상기획사에 출근해야 했다. 주말마다 행사 촬영이 있고, 평일에는 편집일을 해야했다. 급기야 몇 주 전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오다 정신이 아득해지며 기절할 뻔 해서 함께 타고 있던 동료들과 사이좋게 황천으로 갈 뻔 했다. 


  현재 매월 결과물을 쏟아내야하는 관련 프로젝트는 과로로 잠시 쉼으로 인해 미뤄지다가 드디어 이번 주 들어 테스트 촬영을 진행 중이다. 열심히 테스트 촬영을 끝내고, 본 촬영에 들어가야는데, 오 마이 갓, 이틀 전에 해병대간 조카가 휴가 나왔다. 애기때부터 워낙 이쁜 짓을 많이 했던 눔인지라 난 얘를 위해 시간을 내고 싶었다. 해병대 이병이 겪은 고생을 듣자하니, 마음이 아팠다. 워낙에 예민한 면이 있어 운전하다 눈물마저 났다. 그러나 내가 함께 해서 자살충동의 고비까지 넘긴 얘한테 위로가 되었다면 얼마나 큰 보람인가. 난 기꺼이 모든 스케줄을 미뤘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마음을 다 잡는 순간! 이번에는 어머니다. 능력되는 형님과 누이께서 황토흙침대를 장만해주셨다. 집에 놓을 자리를 마련하느라 가구와 문갑 속을 정리하시고, 치우시느라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자식된 도리로 어찌 외면할 수 있을까... 그간 꽤 알차게 가재도구가 배치되었던 방에 킹사이즈 황토침대가 밀고 들어오니, 본방과 건너방 2개를 동시에 치워야 들어올 수 있어뵌다. 소파도 TV도 버리고, 내 유년시절 어린이 책장도 정리해 버려야 한다. 이건 뭐...


  내가 말하고 싶은 포인트는... 내가 하지 않으면 할 사람이 없다.(보편적으로 최악의 표현인걸 알고 있다.) ..그런데, 난 이런 저런 일로 엮여있는 느낌이고 내 일상의 공간에 혼자 동 떨어져 있는 느낌마저 든다. 이런 걸 과거에는 도끼병, 요즘에는 중2병이라고 한다지... 나를 도와주는 길은 대신할 사람을 알아봐주거나 대신 해주어야하는데, 다들 자기일이 있으니 대신해달라고 할 수도 없다.


  그리하여 오늘 오전, 드디어 나는 비명을 질렀다. 물론 혼자 있었다. 오늘도 사무실에 일찍 못나가겠다고 전화하는 순간, 나는 무릎을 꿇었다. 아니, 이건 너무 고의적인 변명이잖아.. 해병대 조카 나왔다고 출근 늦게하고... 짐 치워야한다고 출근 늦게하니.. 아아.. 이 부채감...예민한 성격에 또 기절할까봐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 일에서 초월해 인터넷을 켜놓고 있다. 방법을 알고 있으니, 예민한 것만도 아닌데..쩝.


어찌됐건 변명으로 시작해 변명으로 글을 맺는다면 나는 쓰레기다.


  길을 찾고 있다. 그리하여 경경게시판에 들어가 마인드맵이 도움이 될라나..손가락을 떨면서 클릭. 앗, 창디 여행이랑 겹치지. 일겹침 증후군.... ㅜㅠ 아님 에세이 게시판에 변정구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뇌과학이 시뿐만 아니라 이런 내 상태에도 도움이 될라나 살짝 미친 척 말씀을 확장시켜본다... 근데, 책을 읽어야하니, 전혀 다른 미션을 짐 지우는 일일터.


  그나마 창디 게시판에 번개 신청해놓고 도피처를 마련해놔 다행이리라. 연주회 동안에는 잠시 기억상실, 기억상실, 기억상실.... 자기암시하며 음악에 피난해보리라. 임시도피가 정신건강에 좋은 건 영화를 통해 내 몸소 검증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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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정구 2010.03.17 22:32
    가끔 등산을 가서, 가파른 능선을 숨이 턱이 차서 헉헉거라며 오를라치면,
    벌써 정상을 밟고 여유롭게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냐고 묻고는 하지요.

    우리가 힘겨워하는 것은 살 날이 아직 많이 남아서 그렇습니다.
    힘들게 오를 산이 있다는 것은 살아남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 것 입니다.

    Because It's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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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설 2010.03.17 22:32
    당장 내 눈앞의 얽혀있는 여러가지 일중 하나라도 먼저 하다보면 하는 동안은 힘들지만 어느 순간인가 그 일들이 해결 돼 나가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검도에 버려야 할 사계(四界)가 이있는데 그 4가지란 경(驚):놀라서 마음이 흐트러지고 멈추는 현상, 구(懼):공포 즉 두려움으로 생각이 멈춰버림, 의(疑):마음속의 의심이 상대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현상, 혹(惑):혹하여 갈팡질팡하는 모습...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해야한다면 그중에 한가지라도 붙들고 해결하는 사이 다른 일도 해결이 되더군요. 제 경우에는.
    일이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것을 해결하려는 의욕을 잃어버린다면 그 것이 더 문제일 수 있으니 마음 편히 가지시고 대충이 아니라 다른때보다도 더 성심껏 처리한다면 오히려 좀 더 좋은 결과를 얻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전광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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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석연 2010.03.17 22:32
    흐음... 저만 터질듯한 상황에 있는 건 아니군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설령 일이 마무리 안되었어도, 오늘은 최선을 다해 살았다..

    하며, 지금 야근을 시작합니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식사 거르지 마시고 몸에 좋은 음식으로 잘 드시고,
    바깥의 차가운 공기 마시면서,
    힘내세요~!!!!

    꼭 식사 잘 챙겨 드십시요~~

    반드시 꿀과 같은 휴식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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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현 2010.03.17 22:32
    요즘 전 오메가3를 먹어요. 마사지도 매일 받고요. 이 세상 모든 것에서 에너지를 얻고 싶어서요. 그리고 빨리 지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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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은희 2010.03.17 22:32
    힘내십시요, 전총무님!

    힘들 땐 잠시.. 쉬어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음은 바삐 앞서가도 몸이 함께 가지 않으면
    몸이 하자는대로 그냥 잠시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지난 토요일 사진모임에서 피곤한 모습뵈었는데
    빨리 회복하시어
    특유의 유머와 웃음을 내비칠듯 말듯한 미소를 다시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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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10.03.17 22:32
    박문호 박사님께서 응원전화도 주셨는데, 깜짝 놀랐어요. 감사드립니다. ㅠㅠ 그리고, 써주신 댓글들 읽어보니, 소중한 가르침들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그리고, 창디에는 지장없습니다. 제가 누누이 밝혔듯 창디는 제게 휴식이라.. 다만, 우리 백북스는 정제된 글들이나 정보들이 대세라 이런 '마이너'스러운 감정도 게시판에 한 번쯤 묻혀 놓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소심하게 용기내어 끄적거려 본 거였어요. 몇몇 훌륭하신 총무님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등산, 성심껏 일처리, 차가운 공기+식사챙기기, 미친척, 잠시 쉬어가기, 오메가3, 맛사지, 초콜릿.. 모두 해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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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선 2010.03.17 22:32
    저도 최근에 게시판에 '비명'을 묻혀놓은 한 사람으로서 전광준 님께서 좀더 큰 비명을 질러 눈길을 끌어주신 바람에(?) 머쓱함을 덜었습니다^^;
    우아하게 미끄러지는 백조들도 물 밑에서는 다 발버둥을 치고 있겠죠.
    언제 식사는 하고 사시는지 정말 궁금한 박문호 박사님도 '공인'이시라 악 소리 한 번 못 내시지만 슈퍼울트라킹왕짱 마징가쇠돌이는 아니실 겁니다.

    번역 마감 앞두고 애들 학교 보내놓고서 모르겠다 한숨 자고 일어난 참입니다.
    덕분에 같이 위로받은 느낌입니다.
    근데 정말 맛사지도 받으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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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성 2010.03.17 22:32
    그렇게 바쁘신 가운데 보내주신 DVD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20 년 전, 정말 바쁘게 생활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에 3시간정도 수면을 취하며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일했던 시절에 오로지 소망은 편안히 잠 한번 푹 자보는거 였었어요.
    밀물처럼 밀여드는 일, 한꺼번에 꼬이고 터져 정신차릴 수 없을 때에도 일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정리되는 시간이 곧 오리라고 기대하며 견디어 냈었어요. 전광준님 앞에도 시원하고 여유롭게 펼쳐진 지평선의 한적함이 곧 오길 바랍니다. 진짜 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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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10.03.17 22:32
    김미선님 덕분에 저도 머쓱하지 않습니다. 이런게 팀웍인가요? ^ ^ 무쇠처럼 뵈는 박문호 박사님도 적잖이 공감을 표하신걸 보면 말씀하신 내용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맛사지;; 실은 지난 주에 받자고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극장 심야상영에 가서 감성의 맛사지를 받긴 했는데ㅎㅎ

    정인성님, 작년 백북스 게시판에 남겨주신 봉준호 감독의 '마더' 관련해서 매우 훌륭하고 예리한 평론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송은경총무가 귀뜸해주어 알았지, 얘기 안해줬음 놓쳐서 못읽었겠지요. 주신 말씀대로 지평선의 한적함 기다려봅니다. ^ ^

    직접 뜻을 댓글로 표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댓글이 아니더라도 감정적이라 듬성듬성한 무지한 글을 너그러이 대해주신 회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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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병희 2010.03.17 22:32
    글을 읽는 것은 서로 공유하고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나씩 하나씩 좋은것 좋치 않은것은 사고의 문제지 현상의 문제가 아닐껍니다.
    함께 할수있고 보고 느낄수 있어서 좋습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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