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010.05.11 09:23

Let it be

조회 수 2504 추천 수 0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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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전인가 내가 전문 불법사교육으로 먹고 살 때 일이다.



 쪽집게 강의로 먹고 살다보니 예지력까지 얻었는지 주위 사람들의 앞날마저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예측이 맞아 떨어지다 보니, 순간 교만해져 예외를 인정치 않는 교만함이란게 생겨났다. 나를 돌아보기는 커녕 남들의 안될 징후를 찾아 손가락질하기에 바빴다. 한편으로 자기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다 보니 속상한 일뿐이다. 자연에도 과학에도 모든 만물에도 예외란게 있다는데, 사람이라고 예외가 없을까마는 아래처럼 흔한 말을 훈장인양 하고 만다.


 '내가 학생때는 말야, 새벽에 일어나 영어공부 3시간 했었어! 버스, 지하철에서 영어책을 손에서 안뗐어! 지금도 엘리베이터 기다릴때 영어단어 하나라도 보는데, 늬들은 하는 짓이 글러먹었어, 도대체 뭐냔 말이다!!'



 그리하여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이 떨어져 강압을 쓰거나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교만은 확실히 그랬다. 주로 과외받던 학생들이 피해자였는데, 이를테면 숙제 몇개 안했다고 해서 공부할 놈년이 아니라는 막말을 쓰기 시작했다. 그들은 중학교 입학에서 졸업에 이르기까지 나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고등학교 들어와 내 통제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이 들자 그네들의 몇 가지 약점에 대해 집요하게 거들먹거리면서 고치라는 협박과 매를 들었다. 그러자 과외를 단체로 끊고 수학 파트너 선생에게 가서 내 뒷담화를 했다고 들었다. 너무 심한거 아니냐는 수학선생의 말에 '걔네들은 애초부터 공부하려는 애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강경한 입장을 취했었다.



 그러나 학생들과 마지막 자리에서는 '그간 나로 인해 고통스러웠다면 미안했다.. 너희는 그간 내 말대로 공부 안하려는 애들은 아니었단다. 다만, 나와 잘 안맞았을 뿐이니, 너희에게 맞는 다른 선생을 찾아 잘 공부하면 될 것이다.'라는 덕담으로 관계를 정리했다. 물론 이를 악물고 마음에도 없는 반어법을 사용한 것이었으나,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때까지 세상 살면서 한 말 중 제일 잘한 말이라는 생각이 지금도 드는 것이다.



 지금 다시 그 일을 차분히 떠올려 보면, 실은 나는 그들을 다룰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학교 출제문제와 내가 밑줄 치라 했던 부분, 빈칸 만들라 했던 부분을 비교해주면서 도대체 시험문제에 꼭 나온다고 강조한 이걸 어떻게 틀릴 수가 있느냐며 호통을 쳤었다.



 호통을 치는 능력과 나 잘났다며 으스댄 꼴만 보였지, 그네들의 갑갑한 마음은 풀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내가 중요하다고 밑줄 긋고 빈칸 만들라며 세 번 반복해준 걸 오죽해야 틀릴까. 뭔가 나한테 잘못은 없었나, 내가 학생을 보는 애정이 부족했나, 소통이 부족했나를 성찰하기 보단 잘못은 무조건 배울 자격없는 학생에게 있고, 그런 학생과 엮이면 나만 피곤하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후 내 과외방법에 심각한 약점이 있음을 깨달았다. 결국 학생도 피해자였는데, 원인제공자로만 몰아부쳤던 건 교만한 탓이었다. 스스로를 성찰하지 못한데다가 마지막 자리에서마저 학생들을 비난했다면 나는 그 얼마나 파렴치한일까. 적어도 그들과는 좋은 끝을 맺어 다행이었다.



 물론 이 교훈을 통해 내가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않았다면, 또 교만해졌을 터였다. 고맙게도 그 이후로 몇 번 더 그랬다. 그러는 와중에 시간은 흘러 비슷한 교만의 길을 밟고 있는 주변인을 발견하게 됐다. 만류하고 싶었지만, 조언을 줄 위치가 아니라서 아무 말도 안했다. 시간이 지나자 점점 더 안하무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아쉬움이 컸다. 그는 스스로를 성찰하지 못했다. 지금은 완고해져 아예 외면과 저주를 퍼붓는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까닭은 대신에 나를 뒤돌아 보느라 그랬다. 



 남을 감찰하는 그 시간에 스스로를 감찰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자연(自然)의 이치 아닌가.



 왜 아무개는 나한테 저런 행동을 할까... 남이 아닌, 내 주변을 돌아보면 그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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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대호 2010.05.11 09:23
    저도 사교육(수학 개인지도) 하고 있다 보니,, 공감이 많이 됩니다.

    학생이, 도대체 생각을 안하고 멍하게 있는 것 같아 답답해서 말합니다.
    일단 생각을 저질르고 써보라, 분명하게 틀리는게 배우는거다.
    최소한 세가지 다른 생각을 해보기 전에 포기하지 마라....
    공부 안하는 거지 못하는게 아니다.....용기를 내!!!.....
    제발 내 말, 말대로 좀 해봐!!!!

    선생이 푸는 걸 보는 걸로는 이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접 해 보아야만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거라고 생각하기에,
    더 갑갑할 학생의 감정을 풀어주면서 격려하기 보다는,
    분명 막막해 하고 있을 학생 감정을 무시 망각하고, 말을 퍼붓게 되네요...

    안 하는게 아니고 못하는 거라고 느끼는 학생에게
    하면 된다는 선생의 말은 전달되어 실행되지 못하니,
    학생에게는 공허할 말들이 되겠지요.

    감정의 주체와 사고의 주체가 어긋나게 느낄때,
    어김없이 사고를 선택하던 내 삶의 기준이
    학생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감정없이는 자기의 행동이라 말할 수 없는데,
    행동없이는 사고도 발전하지 않는데,
    목적지만 예기하다가 출발도 못하게 하는
    반복되는 어리석음은 내 감정에만 충실한 탓이지..

    학생 돌아가고, 학생에게 공허했을 말들이
    돌아와 지치는 밤에,,,,

    돌아보게 만드는 글을 읽으면서 변명으로 스스로 위로하면서,
    한번 더 반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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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10.05.11 09:23
    저와 통하셨습니다. ㅎㅎ 쉽지만 쉽지 않은 이야기를 무책임하게 늘어놔서 뻘쭘했는데, 감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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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석연 2010.05.11 09:23
    제가 직접 만나서 알게 된 분 중 가장 존경하는 분의 '아이들을 위한 변명'이라는 블로그의 이름이 leritbee였어요.. let it be를 소리나는대로 만든 거라고 하시더군요..
    Let it be..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말입니다.

    묵묵히 지켜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일 수 있다는 생각..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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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10.05.11 09:23
    마음에 드는 의견 주셨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나 묵묵히 지켜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정말 스스로에게 강한 자만이 묵묵히 지켜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성찰하고 또 성찰해야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저는 스스로가 회의론자라 정답이라고 써놓은 말은 아닌데, 딱 지금의 저한테 필요한 말일 듯 싶어 써놓은 거지만, 써놓고서도 많은 추억과 생각들이 불리워졌습니다. ^^;;

    저도 살면서 그러한 분들을 몇분 만났었어요. 돌아보면 정말 강했던 분들이었습니다. 게중에는 무늬는 지켜보는데, 실상은 뒤에서 촐싹거리고 스스로를 통제 못하는 필부스러운 저 닮은 사람들도 많았구요.
  • ?
    이정원 2010.05.11 09:23
    * 강한사람 *
    강한 사람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고 남의 뜻을 따를 줄 안다. 그러나 자신을 굽히는 진짜 이유를 마음 깊은 곳에서는 증오한다. 그 이유는 가능한 한 다른 사람과 티격태격하지 않고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강한 사람은 자신의 소원이나 요구 등으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일에 잘 간섭하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이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행위를 해도 쉽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말 물러설 수 없는 갈등상황이 벌어지면 자신의 의지를 쉽게 꺾지 않는다.
    강한 사람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의 약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전시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약점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약점도 관대하게 대하는 것이다.
    강한 사람은 아이를 약하다고 보지 않는다. 물론 아이가 서 있는 기반이 얼마나 불확실한가를 잘 알고 있다. 강한사람은 아이가 자신의 손을 필요로 한다고 확신할 때 그것도 강한 손을 필요로 한다고 확신할 때, 아이에게 손을 뻗친다.
    강한 사람은 절대 앞에 나서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옳은 것인지 확신이 없을 때에는 한발 뒤로 물러나 있는다. 그리고 불필요한 수다와 잡담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가 수다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아준다. 그러나 강한 사람은 어딘가에서 진정한 비평의 소리가 들려오면 조용히 귀 기울여 듣는다.
    - 볼프강 펠처, 부모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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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10.05.11 09:23
    * 권위 *
    권위는 아이와의 힘들고 질긴 매일 매일의 신경전에서 얻어진다. 권위있는 사람은 아이의 행동을 묵묵히 지켜보다가 적절한 순간에 아이의 행동을 제어할 줄 안다.
    권위란 그 사람이 나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명령으로 지시하지 않고 침묵으로 지시하는 것! 전력을 다해 온몸을 바삐 움직이며 결정적인 순간마다 올바른 지침을 내린다.
    - 볼프강 펠처, 부모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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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10.05.11 09:23
    이정원 총무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역시나 이정원 총무님>란 말이 괜한 말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보여주시네요!!

    한지은님 반갑습니다. ^^ 드디어 백북스를 찾아오셨군요! 곧 연락드리겠습니다.ㅋㅋ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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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10.05.11 09:23
    에구구. ㅋ 최근에 읽은 책에서 옮겼을 뿐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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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정구 2010.05.11 09:23
    우리들의 과거란 얼마나 오점과 실수와 부끄러움으로 가득차기 쉬운가?
    우리는 자신이 "선(善)이라고 착각하는 바"를 남에게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과거에 대한 고해성사는 또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한것인가?

    독선과 아집은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소위 "잘나가고 잘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입니다.

    전감독님의 "모진" 용기에 감사와 찬사를 보내며, 오만과 교만에 빠진 사람들이 자신을 돌이켜보는 거울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해성사(告解聖事)
    라틴어 : Sacramentum poenitentiae
    영어 : Sacrament of pe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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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석연 2010.05.11 09:23
    볼프강 펠처의 책을 찾아보면서, 다시 '야누쉬 코르착'이라는 분의 책으로 또 책이 가지를 치네요... 전에 봤었던 글들은 기억에 남지 않고, 이렇게 다시 되새기면서 더욱 새로운 배움을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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