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011.08.14 22:33

영화 '그을린 사랑'

조회 수 266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영화는 이미지와 서사가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 저런 이미지와 서사로 소설을 써야 할 텐데 하는 감정이 뭉클 달려온다. 영화는 그리스 희곡 오이디푸스 왕처럼 음산한 추리에서 시작한다. 캐나다에 사는 엄마 나왈 마르완은 딸 잔느와 아들 시몽에게 엄청난 유언을 남긴다. 아버지와 형을 찾아 편지를 전해주기 전에는 무덤 비석을 세우지 말고 영원히 세상을 등지도록 얼굴을 땅을 향해 묻도록 요구한다.




  사건이 터졌으면 형사가 해결해야 하는 법. 딸 잔느는 그 유언대로 엄마 사진 한 장을 달랑 들고 레바논이나 팔레스타인 땅 어디쯤을 향해 긴 추적을 떠난다. 그야말로 잔느를 가르치는 수학교수가 말한 풀 수 없는 문제가 다시 낳는 풀지 못할 문제를 향한다. 그 과정에서 학살과 감옥 현장을 찾고 엄마 나왈 마르완이 감옥의 75번 죄수, 노래하는 여인임이 밝혀진다.




  기독교 민병대가 이슬람인들이 탄 버스를 공격하는 장면이 강렬하다. 백 마디 말보다 몇 분의 영화 이미지가 모든 사실을 명쾌하게 정리한다. 그 사건 후로 나왈 마르완의 삶은 달라진다. 결국 나왈 마르완은 오이디푸스 왕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의 재현이 되고 만다. 




  영화를 보고 나니 온 몸 근육이 당긴다. 용을 쓰며 영화를 보았기 때문이다. 인간 운명을 다룬 그리스 비극을 보면서 느끼는, 스릴러나 액션영화를 보는 것과 다른, 카타르시스가 담긴 뒤틀림이다.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예술전용관인 8관의 좌석은 많지 않지만 예술영화와 독립영화가 그 공간을 채우기는 쉽지 않다. ‘그을린 사랑’은 보기 드물게 관객이 거의 다 찼다. 관객 3만 명을 돌파했다는 입소문 탓이다.




  영화를 함께 본 우리들은 청사포 장어구이 집에 앉아 과연 엄마가 자식에게 그런 유언을 남기는 게 가능할 까 하는 얘기를 길게 했다. 영화는 신화와 역사와 전쟁과 사랑과 가족을 한 솥에 버무렸으니 그런 현실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할까 싶기도 했다. 영화 원작은 레바논계 캐나다 작가인 와이드 무아와드의 연극이라고 한다. 감독은 드니 빌뇌브, 캐나다 영화인데 불어로 녹음됐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영화 '그을린 사랑' 정광모 2011.08.14 2666
126 독서 노마드 2 강신철 2011.07.09 2053
125 무제 10 임성혁 2011.05.24 2399
124 당연히.. 3 우성범 2011.05.20 2164
123 영화로 철학하기: 『시네필 다이어리 김용재 2011.01.07 2248
122 마음과 운명 2 신영호 2010.12.27 2412
121 어느밤에 다가오는 글 2 임성혁 2010.10.16 2396
120 나 보다 영리한 내 의식의 경향성 1 손동욱 2010.09.26 2295
119 요르단 방문 단상 2 현영석 2010.08.14 3663
118 요르단 방문기 (자유게시판 전재) 3 현영석 2010.08.14 3736
117 어떤 야합에 대해 전광준 2010.08.05 3247
116 [스위스] 5. 아스코나 - 재즈아스코나 페스티벌 10 이정원 2010.08.03 2745
115 [스위스] 4. 체르마트 - 클라인 마터호른 전망대 7 이정원 2010.08.01 2854
114 [스위스] 3. 라보 포도밭 - 세계자연유산의 명품 와인 2 이정원 2010.08.01 2902
113 [스위스] 2. 체르마트 - 잊을 수 없는 진정한 퐁듀의 맛 7 이정원 2010.08.01 4538
112 [스위스] 1. 체르마트 - 마터호른이 보이는 마을 6 이정원 2010.07.31 3236
111 [스위스] 0. Intro - 열흘 간의 스위스 여행 13 이정원 2010.07.05 3081
110 귀환-2 문경수 2010.05.27 2148
109 출근길, 소소한 즐거움 8 임은정 2010.05.27 2579
108 창디 총무로서 섣부른 고해성사 8 전광준 2010.05.26 247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