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010.08.05 19:19

어떤 야합에 대해

조회 수 324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좋치 못한 목적으로 서로 어울리는 일을 야합이라 한단다. 뒤돌아 보니, 난 지금까지 살면서 야합을 좀 한 것 같다. 



 난 정의(正義, justice)라고 믿고 싶었으나, 어떻게 그리도 쉽고 단순무식하게 정의(正義, justice)에 대한 정의(義, definition)를 고민없이 내릴 수 있었던가 싶다. 따지고 보면, 치기요, 만용이었고, 나름의 독선이었다.



 내가 정의(正義)라 정의(義)내렸던 그 것은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 물리적 폭력이었고 불의였다.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여 내 정의에 동의하게 하고 다짐하게 했던, 소위 상대의 입장에서 볼 때, '야합' 그 것은 피해자 시각에서 꽤나 몰염치한 일이다.



 야합의 사례를 일반적으로 두 가지만 들자면, 주로 조직에서 누군가 한 사람을 지목하여 그 또는 그녀를 밖으로 쫓아내는 일이거나, 그러한 조직의 의도를 알아차렸을 때 뜻맞는 이들의 결집을 유도하여 뒤짚는 시도를 하는 이 두 가지가 당장 떠오른다. 야합을 안 하고 살 수는 없다. 야합 그것은 DNA로 전해온 인류의 생존유산으로서 우리네 삶의 한 부분이다.



 야합임에도 불구하고 정의(義)나 대의(大義) 라며 팩트나 자신의 느낌을 갖다 붙여 부연 강조하길 좋아하는 우리네 습성으로 볼 때 우리는스스로 이러한 야합 본능에 대해 인지하고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불현듯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야합에 정의를 부연하려는 측은한 노력들을 아예 빼라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당신이 믿고 있는 정의는 아니라는 점과 당신이 저지른 일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인지하길 바라는거고, 거기에 알맞는 행동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제의 예를 들면, 나의 지인은 야합의 일원으로서 피해자를 향한 연민을 가졌었다. 위로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난 심히 모순된 그를 향해 겉으론 차마 못하고 마음 속으로 통렬히 꾸짖었다. 야합의 일원으로서 피해자를 향해 동정심을 갖고 그를 위로해준다면 그것은 마치 사랑했던 연인을 제 발로 차버리고 실연당한 옛 애인 옆에 앉아 얼마나 슬프냐며 위로해주는 꼴 아닐까. 옆에 있는 사람 귀싸대기 때리고 얼마나 아프냐며 위로해주는 일을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까.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대처할 것이다. 나는 먼저 내가 야합했음을 인지하고 야합의 일원으로서 그를 위로해주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를 향한 감정을 배제할 것이다. 그렇다고 왕따시킨다는 얘기는 아니다. 위로만큼은 절대로 하지 못하겠다는 의지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느낀 감정(느낌)을 변명하고 정당화시키는게 아니라 사실(fact)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과 스스로를 향한 냉철한 성찰이라 믿는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란 인간은 지금까지 살면서 야합을 좀 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7 영화 '그을린 사랑' 정광모 2011.08.14 2666
126 독서 노마드 2 강신철 2011.07.09 2053
125 무제 10 임성혁 2011.05.24 2399
124 당연히.. 3 우성범 2011.05.20 2164
123 영화로 철학하기: 『시네필 다이어리 김용재 2011.01.07 2248
122 마음과 운명 2 신영호 2010.12.27 2412
121 어느밤에 다가오는 글 2 임성혁 2010.10.16 2396
120 나 보다 영리한 내 의식의 경향성 1 손동욱 2010.09.26 2295
119 요르단 방문 단상 2 현영석 2010.08.14 3663
118 요르단 방문기 (자유게시판 전재) 3 현영석 2010.08.14 3736
» 어떤 야합에 대해 전광준 2010.08.05 3247
116 [스위스] 5. 아스코나 - 재즈아스코나 페스티벌 10 이정원 2010.08.03 2745
115 [스위스] 4. 체르마트 - 클라인 마터호른 전망대 7 이정원 2010.08.01 2854
114 [스위스] 3. 라보 포도밭 - 세계자연유산의 명품 와인 2 이정원 2010.08.01 2902
113 [스위스] 2. 체르마트 - 잊을 수 없는 진정한 퐁듀의 맛 7 이정원 2010.08.01 4538
112 [스위스] 1. 체르마트 - 마터호른이 보이는 마을 6 이정원 2010.07.31 3235
111 [스위스] 0. Intro - 열흘 간의 스위스 여행 13 이정원 2010.07.05 3081
110 귀환-2 문경수 2010.05.27 2148
109 출근길, 소소한 즐거움 8 임은정 2010.05.27 2579
108 창디 총무로서 섣부른 고해성사 8 전광준 2010.05.26 247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