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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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신은 인류역사를 통해 진화되어 왔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서도 정신은 성장단계에 따라 변해간다. 나는 인간의 정신은 3단계의 성장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한다. 그 첫 번째 단계는 이기적 사고에 젖어 있는 이기주의 단계이고, 두 번째 단계는 상호 개인의 존엄성을 인정해주는 개인주의 단계, 마지막으로 남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이타주의 단계이다.



인간이 생명체로서 자신의 개체보존과 종족보존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 잘 설명이 되어 있다. 이 이기적 단계에서는 다른 개체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 이기적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소유욕과 집착이 강하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른다. 사회와 국가에 대한 자신의 임무와 책임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사고하고 행동할 뿐이다. 극소수 주변 사람들을 위하는 목적도 따지고 보면 결국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이타적 행위로 보일 뿐이다.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다른 개체의 존재도 자기 자신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를 개인주의라고 한다.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생겨난 사회구조가 민주주의이다. 상대방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약속(법)으로 정하고 서로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다르다. 개인주의는 내가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존재와 주장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성립한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다. 인종이나 피부색, 연령이나 성별에 의해 차별하지 않고 모든 인간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해 주는 것이 개인주의이다. 심지어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해서도 안 되는 것이 개인주의이다. 개인주의 단계에서는 어떤 개인이나 다 동등한 입장에 설 수 있고 그들의 인격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개인주의는 인간만이 구현할 수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개인주의가 성립되기 어렵다. (이 주장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인간 정신의 마지막 단계는 진정한 이타주의에 이르는 것이다. 이 단계에 이른 사람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집착이 사라진다. 인류 역사에서 소위 성인의 대접을 받는 사람들은 이타주의를 실천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을 위해 살기보다는 남을 위해 또는 인류를 위해 살았다. 사람이 아닌 자연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다른 개체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도 기꺼이 바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이러한 이타적 행위를 찾아보기 힘들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이러한 이타적 행위는 바보스럽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인간은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이상의 세가지 정신 단계를 고루 거치게 된다. 그리고 평생을 통해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에서 그 상대적 비중은 변해간다. 유아기적 사고와 행위의 대부분은 이기적 단계에 머문다. 어린아이라는 이유로 우리가 이해하고 당연시 여길 뿐이지 엄밀하게 판단하면 어린 아이들의 행동은 매우 이기적임으로 알 수 있다. 어린아이들의 먹이감이나 장난감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을 관찰해 보면 아이들이 얼마나 이기적인가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청소년으로 성장하여 사회성을 학습하고 다른 사람들의 존재가 자신의 존재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개인주의가 발달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이 단계에서 정신적 성장이 멈춘다. 일시적으로 이타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그 근저에는 이기적 발로에서 이타적 행위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타적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천성과 고행을 자처하는 지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독한 수행과정을 거쳐야 이 단계에 이르는 데, 이는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조건도 아니고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기 때문에 이 단계로 진입하는 사람의 수는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우리는 이 세 단계의 정신수준을 조금씩 골고루 배합한 형태로 유지하면서 산다. 그 비율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과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하고 고매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라도, 우리는 이기적 행위를 엿볼 수 있고, 평소에는 매우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는 인간이 이따금 이타적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감동하기도 한다. 우리는 독서나 명상 또는 기도와 같은 정신적 수양을 통해 이기적 본능을 억제하는 법을 배우고, 남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타인이나 자연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실천하는 법을 배운다. 나이가 들수록 이기적 영역이 줄어들고 이타적 영역이 커진다면 뭇사람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지만, 그 반대가 된다면 고집스럽고 탐욕스러운 늙은이의 모습만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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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남수 2012.05.07 14:11
    아직도 이기주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마다 부끄럽습니다. 상호 개인의 존엄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일 때가 많구요. ㅎㅎ 3단변신을 모두 완성하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물론 바른 독서를 통해서 더 빨리 이루기 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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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12.05.07 14:11
    통상 우리가 대승적 견지, 대승적 자세 등에서 사용하는 대승은 소승과 구별하는 불교의 수행 방법입니다. 북방의 대승불교에서 남방의 소승불교를 약간 비하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소승불교라고 하지 않고 남방불교라고 합니다. 몽골을 몽고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즉 혼자서 책을 읽고 지혜를 쌓는 것은 소승적 수행이고, 책을 읽는 것은 미망을 벗어나 지혜를 쌓는 것이므로 널리 문화운동으로 펼치자는 우리 독서모임의 정신이 대승적 독서가 아닌가 합니다. 그것이 이타적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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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욱 2012.05.07 14:11
    글은 쉽게 익히지만, 곱씹기는 무척 어려운 글인것 같습니다. 삶의 무게가 녹아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이타적, 개인적, 이기적인 모습을 자기자신이 평가하는 것과 남이 평가하는 것이 다를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딸깍발이와 같은 우직함이 필요할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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