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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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의 허전함에 삶을 뒤척이던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하루는 의미 심장한 철학 수업을 듣게 되었다. 예술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터에 본격적으로 제대로 공부가 해 보고 싶었고, 나는 그것이 각종 시각 자료와 거기에 얽힌 사연, 작가의 예술세계 정도를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첫 수업시간에 그 기대는 보란듯이 깨졌다.


대학교때조차도 경험하지 못했던, 머리에서 쥐가 나는 듯한, 그렇지만 매우 매력적이어서 기꺼이 빠져들고픈 생각이 드는, 따라가기 어렵지만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생기게 했던 그런 수업.




그 수업은 다름 아닌 철학이었다. "철학으로 보는 예술사."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배우던 암기식 서양철학사가 아니라, 몸으로 마음으로 가슴으로 느끼는 눈이 떠지는 수업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책들과의 만남.


세상은 더 이상 과거의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고, 나는 새롭게 태어나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2006년 열심히 책을 읽었다고 자부했지만, 그렇다고 나의 공허함이 채워진 것은 아니였는데, 철학 수업을 들으며 알게 된 것이 나는 그동안 애써 쉬운책만 골라서 읽어왔다는 것이었다. 어려운 책은 일부러 피하듯 그렇게...


 


선생님의 훈련은 비록 한달로 막을 내렸지만, 그동안 어렵다고 여겨져 거부당해 왔던 철학책들, 고전들이 자연스레 나의 도서목록에 올라왔고, 예술사에 대한 철학적 인식을 바탕으로 다가가자 그냥 손을 내밀었더라면 첫장부터 덮어버렸을 법한 그 서적들을 끝까지 잡을 수 있는 인내심이 생기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수업은 중단되었고, 다시 한 번 허무함에 인생을 다 산것처럼 힘들어하던 그 때, 백북스 클럽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무언가 눈을 뜬다는 느낌으로 다시 책을 만나게 되었다.


 


2007년은 내 머리가 예술사 수업을 통한 인문학적 충격과 백북스클럽을 통한 자연과학적 충격으로 꽉 채워진 해다.


 


키치, 우리들의 행복한 세계/ 열정적 고전읽기(예술) / 열정적 고전 읽기(과학)/ 미학오딧세이/생각의 지도/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보디보/생각의 탄생/ 상대성이론/


 


2007년에 만난 책들이다. 책마다의 느낌은 다 각각인데, 마지막 책 장을 넘길때면 어김없이 이런 질문을 하곤 했다.

 


만약 내가 이 책들을 중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다면?


"그랬다면, 지금의 나는 어떠했을까?"


물론,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그때는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입시 일정에 짜 맞혀있던 나의 학습일과가 과연 그게 가능하기는 했을까???


소설책이 아닌 이런 류의 책을 읽었어도, 선생님한테서 꾸중을 들었을까????


그건 이상에 불과해! 라는 어떤 친구의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이상주의자인가???


 


어쨌든 현실이라는 과거를 뒤업고, 만약 나의 이상이 가능했었더라면,


나는 어쩌면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좋아졌을까? 아니면 나빠졌을까???


현재가 나쁘기만한 것도 아니기에 어떤 결론이 났을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만약 그때 지금처럼 흡수할 수 있었다면,


아마 지금의 나는 조금 더 큰 눈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더욱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바로 지금!!!


그래도 늦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시작하면!!!, 지금 시작하지 않아서 만나게 될 내 미래보다  훨씬 알차게 될 것이다.


 


책읽기, 10년 넘게 손을 놓았던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체면을 건다.


나의 미래는 내가 상상하고 기대한 것 이상으로 될 것이다.


 

  • ?
    김찬현 2008.04.15 05:47
    공감하는 면이 큽니다. 어렵더라도 짬짬이 시간을 내서 책읽는 습관을 되찾아야겠어요.
  • ?
    이병록 2008.04.15 05:47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에 행복합니다.
  • ?
    송근호 2008.04.15 05:47
    임석희님! '난 어쩔수 없는 이상주의(理想主意)인가? '라는 의문이 뇌리에 남게됩니다..

    임석희님! 현실적 감각을 유지한 내적 이데아의 충돌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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