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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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훨씬 전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서 나의 첫 직장의 근무지는 지방이었다. 그것도 그 회사를 입사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 그런 도시가 있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충북의 한 구석바기... 첫 시작이 그래서 였을까 어떻게 된건지 10년을 훨씬 넘긴 지금까지의 직장 생활중 2/3이상이 보따리 인생이었다. 거의 매주 시작을 보따리 싸서 내려가고 다시 주말이면 집을 향해 움직이는 생활 말이다. 내 직업이 순환 근무를 하는 군인도 아니고 교사도 아니건만...

바로 전 근무지는 아주 멀었다. 정말 멀었다. 대전에서만 초행인 경우 5시간 정도이고 서울에서부터  움직이면 7시간 정도 걸렸다. 누군가 그랬다. 여권은 준비하지 않아도 되냐고...게다가 정말정말 오지였다. 근무지에서 10~15분 정도 차타고 나오면 있는 마을에 편의점 하나 있는게 눈물나도록 고마울 지경이었고 내가 떠나올때까지 끝내 세탁소는 찾지 못했다. 주로 주변에 보이는건 횟집같은 식당들과 그 사이를 메꾸고 있는 이전저런 상점들뿐...그곳은 외나로도라 불리는 연륙섬이었다.

어찌어찌하다가 내가 그곳에서 거의 선발대 격으로 근무를 시작했던게 2006년 11월 중순부터였고 떠나온 건 작년 2007년 12월 초였으니 1년하고 며칠을 넘긴 기간 동안 그 섬을 매주 오고갔다. 처음 내려갔을때는 여관생활을 2달 반동안 하다가 동료 하나가 퇴직하는 바람에 괜찮은 방이 나서 민박집으로 옮겨 다시 1달 반동안 민박집 생활을 했다. 민박집 생활은 그나마 여관 생활에 비해 나았다. 아무리 바깥에 찬바람이 불어도 찜질방처럼 땀 푹내면서 잘 수 있을 만큼 따듯한 방이 있었고... 새벽이면 보일러 온도를 조절해주는 친절한 민박집 주인 할머니가 계셨고... 아침이면 내 방 창문을 통해 바로 집 앞 나로해수욕장에서 맞는 일출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늘 늦게 퇴근하다보니 몰랐지만 민박집 뒤편으로는 넓은 평지가 있어 일몰도 장관이었다. 아! 바로 집앞 멋진 소나무도 빠트릴 수가 없지...


 


(사진1. 차 유리에 비친 나로해수욕장의 일출과 멋진 소나무...)

 




(사진2. 빨간 등대와 낚시질하는 섬주민들...)






그렇게 4개월을 보내고서는 근무지 내에 숙소가 완공되어 작지만 불편하지 않고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방을 배정받아 나머지 기간동안 생활하였다. 첫 입주 자격이 주어진 것에 맞춰 당연히 그럴거란 기대에 한치도 어긋남 없이 9평짜리 빈 공간에 덜렁 이부자리만 펴놓고 며칠을 지내다가 하루는 매트리스와 TV가 들여졌고... 어느날은 구색을 맞춘 침대가 만들어졌고 그 후 또 한참 있다가 방바닥에 엎드려서 책을 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책상이 들여와 졌다. 신혼 살림도 아니었건만 숙소 살림살이가 하나씩 장만되는 감격에 목이 메는 날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즈음 나는 와인을 홀짝이는 밤이 많았다. 아마도 매일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노동을 마치고 혼자만의 공간으로 돌아올때면 나를 기다려줄 무언가가 필요했었던거 같다.


(사진3. 숙소 앞 바다에 비친 아침 빛)

 




(사진4. 위의 사진 3에서 햇살받는 섬의 정체..일명 거북섬)

 




(사진5. 외나로도 길목의 해질녘 바다...)




(다음 편에 계속...)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08-02-10 21:23:50 회원게시판(으)로 부터 복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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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현 2008.01.28 10:14
    외나로도에서 와인은 정말 좋았을 것 같습니다. 대전에서도 정말 멀었던 외나로도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나 길목의 해질녁 바다는 외나로도를 따라올 곳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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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8.01.28 10:14
    서윤경 선임!! 정말 고생 많았어요. 고흥의 아름다움을 느낄때마다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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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수 2008.01.28 10:14
    어느 곳에서도 접하기 힘든 연재가 될 것 같습니다. 그 곳에 계실 때 한번 가보지 못한게 내심 아쉬웠는데. 글과 사진을 보고, 아쉬운 마음이 많이 가셨습니다. 연재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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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연 2008.01.28 10:14
    차유리에 비친 일출과 소나무 사진이 너무 맘에 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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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준호 2008.01.28 10:14
    서 선생이 계실 때 아이들을 데리고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천금같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네요. 몹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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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08.01.28 10:14
    위성통신 발사대가 설치된다는 그런 관련 업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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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수 2008.01.28 10:14
    네. 외나로도 우주기지에서 근무하시다 얼마전 대전으로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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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틀 서윤경 2008.01.28 10:14
    한참 공사중일때..제작년이던가...두어번 가본적 있지요..
    에궁...고생많으셨습니다.
    다음에 모임때 뵈요..저도 이제부텀 가능하면 안 빠지고 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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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혁 2008.01.28 10:14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많은 생각이 계셨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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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윤경 2008.01.28 10:14
    - 임석희 회원님 & 서윤경 회원님...
    발사 성공 부탁드립니다.

    - 김주현 회원님 & 이소연 회원님...
    맘에 드신다니 저도 기분 좋습니다. ^^

    - 엄준호 회원님...
    저도 제가 그곳에 있는동안 회원님들을 모시는 기회를 갖지 못한것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발사 성공하고 좀 더 주변 인프라가 갖추어 져서 볼거리가 좀 더 풍성해지신 다음에 방문하는 것이 아마도 그 먼길을 오신분들께 더 도움지 되지 않을까 판단됩니다.

    - 이병록 회원님...
    문경수 회원님 답변대로입니다. 좀 더 붙이자면 우리나라 과학위성중 하나가 우리나라 로켓에 실려 우리나라 발사장에서 쏘아질 예정입니다.

    - 임성혁 회원님...
    제 생활을 들여다 보신것 같단 생각이 들어 뜨금했습니다.^^

    - 문경수 회원님..
    격려 감사합니다. 다음 필진(7기?)때 합류하여 다음 편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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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08.01.28 10:14
    외나로도.. 섬 이름부터가 고독해 보여요.

    <외나로도 사행시>
    외로운 섬
    나 홀로
    로켓 발사대를 지키며
    도시를 잊는다
  • ?
    송윤호 2008.01.28 10:14
    김주현 회원과 함께 외나로도 견학 다녀온 추억이 솔솔 하네요 ^^
    정원님 연재에 이어 기다려지는 연재가 또 생겼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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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윤경 2008.01.28 10:14
    - 이정원 회원님...
    사행시마저도 멋지시네요...참고로 예전부터 내려오는 명칭은 나라도 였다는군요 즉 나라의 섬...대한민국 첫 발사장이 세워질 법한 지명이지요...그리고 '외'자가 붙은건 조금 더 내륙(안쪽)에 위치한 '내'나로도와 구분짓기 위함이라는군요..

    - 송윤호 총무님...
    아마도 제 연재는 길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2편 정도로 마칠까 합니다. 혹시라도 말이 많아지면 오히려 어지러지지 않을까 싶은 노파심 때문입니다.
  • ?
    이기두 2008.01.28 10:14
    또다른 사행시

    외다리로 섬이 서 있길래
    나도 섬을 따라 외다리로 섰더니,
    로켓도 나를 따라 외다리로 서서
    도리어 마음을 먼저 하늘위로 보낸다.

    머잖아 성공신화가 전해져 올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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