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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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하고(역시 갓 제대한) 낙동강 종주하러 갔다가 새벽에 얼어붙은 내리막길에서 넘어져서 자전거가 고장나버렸습니다. ㅠㅠ 그래도 멍 2개 빼고는 크게 안 다쳐서 다행입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넬레 노이하우스
내 기억으로 독일작가가 쓴 추리소설을 읽는 것은 처음이었다. 느낀 것은 한 편의 범죄수사 미드를 본 것 같다는 것이다. 일단 구성자체가 사실적이다. 물론 자폐증 이웃집 젊은이가 죽은 소녀를 10년 동안 온실지하에 보관했다는 설정은 조금 비현실적이지만 내 말은 사건의 전개, 해결과정이 그렇다는 것이다. 거기다 남녀 형사 콤비의 사건해결 방식. 그들 각자에게도 어떤 인간적인 문제들이 있다. 보덴슈타인의 코지마와의 불화나 피아의 집사정까지... 이런 내용들이 양념을 잘 해준 것 같다. 짧게 정리하자면 중년의 늦깎이 여류 추리소설 작가가 썼을 법한,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책이라고 하겠다.
아 그리고 있는 듯 없는 듯 서서히 드러내는 소심한 반전도 읽는 즐거움에 더해졌다는게 좋았다.

푸코의 추 - 움베르토 에코
(이 부분은 제가 어머님께 쓴 편지 중 일부분입니다.)
(생략)...하여간 이 두사람이 하도 시끄럽게 굴어서 책도 잘 못 읽겠어요.
제가 요즘 읽는 책이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추'인데 이 책이 그냥 넋 놓고 읽다가는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게 되는, 집중해서 봐야되는 책이거든요. 에휴.
그나저나 '장미의 이름'도 그렇고 '푸코의 추'도 그렇고 움베르토 에코는 정말 천재인 것 같아요. '장미의 이름'이 중세 신학의 집대성 이었다면 '푸코의 추'는 중세 신학을 뛰어넘어서 온갖 종류의 미신, 밀교, 음모론, 전설, 신화, 연금술, 신학, 프리메이슨, 비밀결사, 제사의식, 역사적사실, 문확, 과학 등등등 정말로 읽다보면 머리가 뱅뱅 돌면서 지금 내가 읽는 내용이 어디까지가 소설적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고증된 내용인지 헷갈린다니까요. 예를 들어서 성당기사단의 역사에 대해서 주인공이 설명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주인공이 수많은 역사가, 신비론자, 음모론자, 신학자들이 쓴 저작들을 들먹이면 도대체 이 수많은 사람들과 책들이 진짜로 어딘가의 도서관에 꽂혀있는건지 아니면 머릿속에서 나온건지 모르겠다니까요. 어느쪽이든 대단한거죠뭐...(생략)

못 가본 길이 아릅답다 - 박완서
솔직히 읽으면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괜히 자기비하하는 척하면서 결국 "요즘 젊은 것들은... 쯧쯧쯧." 하는 내용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른 저자 박완서의 이미지는 아침드라마에 나오는 온갖 고매한 척은 다 하는 할망구의 이미지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콘크리트에 어지럼증을 느끼기 때문에 교외에 "주택"을 짓고 "정원"을 가꾸면서 사는 "소박"한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웩!

현의 노래 - 김훈
김훈이 쓰는 글은 너무 리얼하다. 그래서 탈이다. 자전거여행을 읽을 때는 글이 참 간결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자연을 묘사하던 어투로 사람을 묘사하니 그렇게 잔혹할 수가 없다. 김훈은 사람을 죽여도 꼭 똥오줌을 지리고 위액을 토하며 시체가 썩어들어가야 직성이 풀린다. 그게 조연이든 주인공의 애인이든 상관없다. 김훈의 소설을 읽으면서 거꾸로 우리는 보통 사람을 묘사할 때 있는 그대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물들의 대화와 감정표현도 상당히 절제되어 있는 것 같다. "너의 말이 아름답다" "몸이 급하다. 서둘러라" 같은 대화가 자주, 많이 나왔는데 느낌이 독특했다. 인물들의 감정표현도 절대로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약간의 대사와 야아악간의 표정으로 너무나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어쨋든 좋은 책이다.

천년의 금서 - 김진명
요즘 김진명의 소설 '고구려'가 도서관에서 엄청 인기가 좋은 것 같아서 김진명의 소설을 하나 읽어보기로 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유명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한권도 읽어보지 못한 것이다. '고구려'는 인기가 너무 좋아서 나중으로 미루고 대신 '천년의 금서'를 뽑아들었다.
흠... 이 책은 솔직히 좀...그렇다. 어떤게 그렇냐면 너무 상업주의 색채가 짙다. 무슨 고딩이 쓴 판타지 소설도 아니구... 독자의 애국심을 자극하려는 수작도 뻔히 보인다. 책날개와 겉표지의 거의 국수주의에 가까운 내용부터 시작해서 책 내용이 아주 그냥 "위대한 나라 대한민국"의 "숨겨진 역사"를 찾는 미스테리다. 속칭 김진명의 "7대 미스테리"라는 책들을 소개하는 글만 봐도 이 작가가 거의 '역사스페셜'에서나 나올 역사 미스테리에 자신의 얼토당토 않은 추측을 섞어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병X 같은 책...

범죄수학 - 리스 하스아우트
뒤늦게 쓰는 평이긴한데 지금 생각해봐도 그닥 볼만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줄거리의 측면으로도 수학적인 측면으로도 전혀 집중이 되지 않는다. 줄거리는 수학문제를 위해 너무 끼워맞춘것 같고 수학문제는 너무 줄거리에 끼워 맞춘듯 하다.
그냥 최악. 차라리 '샘도사의 모험' 어쩌구가 더 재미있다.

골든슬럼버 - 이사카 코타로
뭐랄까 어떤면은 엄청 '일본' 같았고, 어떤면은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과 인연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주인공의 탈출을 돕는 장면은 굉장히 일본틱했고(마치 소년 만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 콧물 질질 짜는 장면 같았달까) 결국 탈출로 스토리가 끝나는 것은 반대였다. 약간 흐지부지 끝난 느낌? 그래도 기억에 남을 만큼 꽤 신선했다.

해적의 시대 - 마이클 크라이튼
솔직히 생각보다는 실망스러운데 사실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라도 있는지 모르겠는 것이 나는 마이클 크라이튼이 쓴 책을 처음 읽어봤다. 물론 영화화된 결과물들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크라켄에 관한 내용도 그렇고 결국 보물을 회수하지 못한 결말도 그렇고 작업하다만 느낌이랄까? 크라이튼은 뭔가 다른 스토리를 더 첨가하려다가 죽고 출판사에서 적절히 봉합해서 출판한 것 같다.(어디까지나 기분)

파피용 - 베르나르 베르베르
솔직히 이 사람이 쓴 책중에서 제일 재미있었다. 이 책이 1등이고 2등은 타나토노트 줘야지. 특히 결말에서의 반전, 즉 미지의 행성에 불시착한 남녀가 새로운 아담과 이브가 되고 알고보니 그 미지의 행성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지구였더라는 그런 내용. 마치 이 마지막 결말을 장식하기 위해서 책 전체가 존재하는 듯한 기분이다.

바보빅터 - 호아킴 데 포사다
최악이다. 도대체 이 책이 무슨 목적으로 쓰여진건지 모르겠다. 어떤 희망도 미래의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돈벌기용 책.

플래쉬 포워드 - 로버트 J. 소여
소재가 참신하기는 했다. 전 인류가 의식을 잃고 미래를 본다니! 그런데 제대로 살리지를 못한 것 같다. 아마도 사건의 스케일과 파장이 너무 큰 나머지 작가가 다 감당하지를 못한 것 같다. 소재의 참신함에 비해서 그것을 지탱하는 상상력이 너무 약했던 것 같다.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것은 두 번째 플래쉬 포워드에서 주인공이 경험한 미래의 모습들이었다. 은하가 충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만큼 오래 산다니... 그 부분에서 좀 놀랐다.

풀잎의 제국 - 김재석
사람 몸 속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묘사한 것은 참신하고 괜찮았는데 전개과정이 좀 빈약했달까. 솔직히 책을 사면서 기대한 것에 비하면 실망이다. 한의학 지식을 접목한 것은 좋았는데 디테일을 살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미나 감동면에서도 크게 어필하지 못했으니 너무 어정쩡하다.

우주만화 - 이탈로 칼비노
정말 대단한 책이다. 내가 여태까지 읽어본 소설 중에 가장 특이했고, 가장 상상력 넘치고, 가장 과학과 소설을 잘 융합한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점에 대해서는, 이건 과학적 사실을 소설에 끼워넣은 것이 아니라, 과학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지식을 토대로 상상력의 나래를 펼친 것이다. 역자 후기에서 말한 것처럼 이것은 SF가 아니라 SF의 패러디물이나 다름없다. 아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SF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반인이 읽어도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나 같은 이공계 관련 사람이 읽으면 재미를 몇 배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일반 과학 소설과 다른 점은, 예를 들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읽으면 책속의 과학적 내용에 대해서 나도 모르게 분석하고, 따지고, 비판하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의 경우에는 과학적 진위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세상에 이런 책이 또 있을까!
너무도 인간적인 동시에 과학적이고 환성적이기까지 하다.

너무 친한 친구들 - 넬레 노이하우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읽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그녀의 추리소설은 내가 여태까지 읽어본 어떤 추리소설과도 다른 것 같다. 예전에는 그녀의 소설이 CSI 드라마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드는 생각은 이 소설이 CSI 같은 드라마들은 넘어선 것 같다.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은 그렇게 명쾌하지만은 않다. 전혀 엉뚱한 사람을 범인을 몰기도하고 강력계 형사들 사이의 알력 다툼이나 개인적인 사건들도 뒤범벅이라서 언듯 생각하기에는 책에 집중하기가 힘들 것 같다.(실제로도 책 초반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이 책은 역설적으로 추리소설의 목적은 범인을 잡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수많은 인간군상들과 뒤얽힌 이해관계들과 감정들을 잘 따라가는 것이 정말로 스릴만점이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들은 너무나도 인간적인 매력이 넘친다.
책을 읽으면서 한가지 흠 잡을 것이 있다면 인물들의 이름이 우리에게는 비교적 익숙하지 않은 독일 이름들이어서 책 초반에 이름에 익숙하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누구의 잘못도 아닐 것이다.
이 시리즈의 책들은 하나같이 표지그림과 책 제목에서부터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준다. 소장가치 100%

얼터너티브 드림 - 복거일 외
재밌다! 너무 재밌다. 하나하나 정말 주옥같은 단편들이다. 예전부터 알던 작가도 있고 처음 들어본 작가도 있지만 10편 모두 재미있었다. 농담이 아니고 버릴게 하나도 없다. 척박한 한국 장르문학의 지평을 넓혀가는데 이런 단편들이 큰 일조를 할 것이 분명하다. 장르문학 파이팅!
제일 기억에 남는 단편이 듀나의 '대리전'이었다. 대머리아저씨들을 대리인으로 삼아 일어나는 우주전쟁이라니! 거기다 선바이저를 쓴 보험아줌마들까지 진짜 듀나의 상상력은 대단하다.
이영도의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도 대단했다. 외계인의 문학이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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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12.11.22 21:43
    현의 노래'
    한 권만 겹치고 나머지는 생소한 내용들이네요.
    시간은 한정되고
    책은 무한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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