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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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이렇게 책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렇게 마음먹었는데도 막상 컴퓨터가 눈앞에 있으니 실천이 잘 안됩니다.
자기검열을 되도록이면 안하려고 했지만 몇몇 단어는 어쩔 수 없이...

잠 못 이루는 행성 - 어네스트 지브로스키 Jr.
친구놈한테 내가 좋아할 만한 책을 사오라고 했더니 책을 두권이나 사왔다. 그 중 중고책방에서 천원주고 사온 것이 '잠 못 이루는 행성' 이었다. 역사상있었던 여러 가지 자연재난의 사례를 들면서 재난 과학의 여러 분야에 걸쳐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해준다. 어떻게 사소한 생활양식, 문화적 습관, 사고방식의 차이로 인해 비슷한 규모의 자연재해가 천차만별의 피해를 주는지, 인간이 발전하고 사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문제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어떤 희망이 있는지를 말해준다. 특히 비밀을 파헤치고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재난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트래커 - 톰 브라운
옆장에 있는 책과 함께 온 책이 '트래커'라는 책이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어느 야인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에세이였다. 나도 자연을 사랑하긴 하지만 이 책의 저자에게는 비할바가 못 되는 것 같다. 이 사람은 자연이, 그것이 울창한 숲이든, 까마득히 높은 산꼭대기든, 지글지글 끓는 황무지든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로 발작국 같은 흔적을 통해서 인상착의를 알아내거나 추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에서 흥미를 느꼈다. 저자가 들려주는 자신의 체험은 마치 범인의 단서를 찾는 셜록홈즈처럼 흥미진진하기 짝이 없다. 설혹 저자의 체험담에 과장이 섞여 있다고 해도(미심쩍은 몇몇 부분들이 있다) 그가 가진 기술들의 가치가 줄어들지는 않을 터이다.
두 번째로 저자가 가지는 인공물에 대한 태도이다. 저자는 모든 인공적인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아니면 적어도 한때는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물과 자연물의 구분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것은 내가 오래전부터 생각해왔었던 것이다. 우리는 토끼가 덤불속을 지나다니면서 만든 길을 인공적이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포장도로로 덮어버리면 인공적이라고 할 것이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분인데 말이다.
세 번째는 삶의 태도에 관한 비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든 세속의 일을 다 잊고 숲에 들어가서 과일을 따먹으면서 신선놀음이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생각을 거듭해보니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삶의 방식은 저자에게는 어울릴지 모르나 나에게는 아닌 것이다. 나는 자연 속에서 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원한다. 나는 지식을 받아들이고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내 자신을 표현할 수 있기를 원한다. 내가 예전에 자주 꿈꾸었던 나의 이상적인 노후는 공기좋고 물좋은 산골짜기에서 자급자족하면서 사는 것이었다. 단, 그곳에는 아주아주 좋은 컴퓨터와 아주아주 많은 책이 있어야 한다! 요즘은 내 마음이 거기에 다가 세계여행을 추가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히말라야 트래킹의 여파가 너무 큰 것 같다.

낙타의 코 - 크누트 슈미트
양형한테 면회 올 때 책 한권 가져오라고 했더니 가져온 책이 '낙타의 코'라는 책이었다. 동물들이 혹독한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내놓으려는 시도의 일환인듯 했다.
솔직히 말해서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약간의 실망감이었다. 예전에 '축구공 위의 수학자'를 읽었을 때와 비슷했다. 그 책은 "프롤로그 언제 끝나지?" "본론(수학) 언제 나오지?" 하다가 끝나버렸었다. '낙타의 코'도 거의 교양과학서적이라기 보다는 자서전에 가까운 책이다. 자신의 연구들, 만난 사람들, 한 일들을 시간순서로 자랑하는 책이다. 그나마 연구에 관한 내용들도 대충대충 넘어가는 것 같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책... 양형미안

태평양 횡단 특급 - 듀나
책 해설중 "계몽주의적 전통에서... 인간의 고유함은 감성을 제어하는 이성의 능력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동물 대신 기계가 인간의 주된 경쟁 및 비교 대상이 되자 이러한 '동물적 속성'이 인간적인 것을 규정하는 본질적 계기로 부각 되었다... 터미네이터는 눈물을 알지 못한다."
굉장한 수작을 읽은 것 같다. 책에서 작가가 인간과 기계를 대하는 태도는 오히려 기계쪽에 손을 들어주는 것 같다. 잘난 사람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인 '약육강식의 법칙'이니 '자연도태'니 하는 것들을 인간과 기계에 적용시키는 순간, 인간은 가차없이 추방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언젠가 먼 미래에는 지금 우리가 종족 다양성을 빌미로 멸종위기동물들을 보호하는 것처럼 인간들을 기계들이 보호해줄지도 모른다. 우리안에서!
그외에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상상들도 괜찮았다. Good!

생명의 도약 - 닉 레인
이건 엄마가 골라준 책이다. 어째 주위 사람들에게 책 사달라고 부탁하니 오는 책이 전부 자연이나 과학에 관련된 책이다. 이런 것도 재미있는 경험같다. 주위 사람에게 책 선물을 부탁하고 무슨 책을 사주는지 보면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쨋든 책으로 돌아가보면 괜찮은 내용이었다. 내 고등학교 졸업논문 주제였던 '진화가능성의 진화'에 관한 내용이어서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았다. 사실 '진화가능성'이라는 용어가 직접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지만(리처드 도킨스가 만든 용어다) 저자가 진화의 도약이라고 선정한 사건들이 리처드 도킨스가 진화가능성의 예시로 든 것과 비슷하고 두 용어의 의미도 비슷하다. 그렇다고 해서 똑같은 내용을 다시 봐서 지루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비슷한 개념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연구한 내용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노화와 죽음에 관한 마지막 장이 매우 흥미로웠다.
자꾸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읽으니 내가 생물학에 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ㅠㅠ

브리다 - 파울로 코엘료
사실 나는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단 한 권도 제대로 읽어본적이 없다. '연금술사'는 영어로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별다른 감동을 느끼지 못했고, '11분(13분인가? 아 헷갈려)'도 끝까지 못 읽었다. 사실 그 당시의 내 의식수준에서 그 책은 거의 야설에 가까웠다. '흐르는 강물처럼'도 영어로 읽다가 포기했다. 또 뭔가 읽은 것도 같지만 어쨋든 기억도 안나니 제대로 안 읽은 것이 확실하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읽었다. 파울로 코엘료(그 유명한 코엘료씨!) 책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자는 생각에 병영도서관에서 '브리다'를 골랐다. 하루만에 다 읽었다.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 무슨 심오한 우주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저 허무맹랑한 잡소설로 다가올 뿐이었다. 번역이 잘 못되어서 그런가? 마치 예전에 그 XX 책 '위대한 게츠비'를 읽고나서의 기분과 비슷했다.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이 책을 읽기전에 내가 몰랐던 사실들... 1) 이 책의 저자는 유명한 작가이다. 2) 이 책의 저자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3) 산티아고는 유명한 기독교 성지순롓길이다. 내가 이 세 가지 사실들을 알고있었다면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산티아고? 아... 나도 나중에 산티아고 가보고싶다'는 마음으로 뽑아들었는데, 내가 주목하던 '여행'이란 키워드에 '종교'라는 키워드와 전업작가의 글솜씨가 끼어들자 내가 상상치도 못한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모양이 되었다. 그런 웃긴말들을 어찌나 그리 진지하게 풀어쓰는지... 물론 작가의 입장에서는 전혀 안 웃기겠지만 말이다. 길 옆에서 풀 뜯고있는 말을 보고 하는 웃기는 소리나 지팡이로 쿡쿡 찍어서 보보마다 세상을 위해 기도를 하느니 어쩌니 온갖 XX을 다 떤다. 제일 웃겼던 것은 동행자와 싸우는 부분들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 책의 저자는 여행에 같이 데리고 가기에는 최악이다.

내 젊은 날의 숲 - 김훈
어째 책 속표지에 국방부 딱지가 붙어있나 했더니 책을 읽어보니깐 그럴만한 것 같다. 책 내용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주인공 화가가 민통선 안쪽 수목원에서 1년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근처 군부대의 군인을 만나 사랑을 싹틔우는게 줄거리이긴 하지만 당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솔직히 이런 소설을 단지 재밋거리로 읽히기 위해서 쓴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도 느끼지도 못하면서 이런 무거운(?) 책을 읽는 이유는 그것이 흥미를 끌거나 하기보다는 차라리 의무감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책을 골고루 읽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을테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도 나중에 글을 쓸때 내 글에 단순한 흥미와 재미 이외의 다른 것을 넣고 싶은 욕심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심오한 철학이든 기발한 미래지향적 창의력이든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든 말이다.

우주피스 공화국 - 하일지
솔직히 책 제목만 보고 SF인줄 알고 뽑아들었다. 추석휴가 전날 다 읽어버리자고 마음먹고 펼쳤는데 어라... 내용이 좀 수상하다. 책 날개의 작가소개를 보니 하일지씨의 책이었다. 대표작이 바로 경마장 시리즈... 아! 우리집에 있는 '경마장 가는길'(물론 읽어보진 않았다)의 작가 하일지! 한 10초정도 이상한 우연의 일치에 흥분했다가 곧 후회했다. 내가 왜 이딴 책을 뽑았지... 하면서 어쨋든 남자가 칼을 뽑으면 무라도 썰어야 된다고 했던가. 읽기 시작했더니 빨리 읽고 치워버리자하면서 읽었다... 다 읽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책 내용은 우주피스 공화국을 찾아 헤매는 한 남자와 그를 기다리는 한 여자의 얽힌 시간속의 기묘한 이야기랄까. 도대체 무슨 말을 전하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생각 깨나하고 쓴 것 같다.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 슬라보예 지젝 외
우리는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나 - 글렌 에페스 외
이 두 권의 책에는 '매트릭스'라는 영화에 관한 수많은 철학적, 과학적, 미학적 고찰이 담겨있지만 이 두 책에서 공통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들 중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와 시뮬라크르에 관한 글들이었다. 솔직히 예전에도 사르트르에 관한 글들을 읽었고 카이스트에서 박문호 박사님의 강의를 들으면서도,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도 문득 들고는 하는 의문이었지만 이 두 책에서 사르트르와 '매트릭스'를 연관지어서 고찰하는 글들을 읽으면서 큰... 뭐랄까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사물을 어떻게 인지하는 것인지... 우리는 절대로 사물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항상 있는 그대로의 사물이 아닌 우리 머릿속의 지도에 끼워 맞춰진 이미지만을 본다는 것... 아 내 말로는 표현하기가 힘들다. 어쨋든 굉장히 좋은 책이었고 굳이 추천하자면 '우리는 매트릭스 안에 살고있나'가 뭐랄까 더 폭이 넓은 생각들을 보여 준 것 같다.
아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속에 감춰진 수많은 상징들 숫자들의 의미를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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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12.11.15 23:49
    00대통령도 군에서 썩는다라는 말을 해서 보수층의 마음을 건들었는데
    이렇게 군대생활을 하고 나온 사람에게는 썩혔다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고
    성숙되었다라는 말이 어울리겠습니다.
    썩는다, 성숙된다= 부패한다. 발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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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례 2012.11.15 23:49
    글이 아주 재미있어요.맛깔스런 시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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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남수 2012.11.15 23:49
    생명의 도약편(?) 노트가 잼있네요.
    선물해주는 책을 보면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지 알 수 있다는ㅎㅎ
    주는 사람의 기호도 드러날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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