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만나] 내가 참 잘 미쳤다.

by 우현종 posted Jul 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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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이 아닌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은가?
한 달에 한 두 권씩 읽던 책을 권 수도 모르고 읽고,
그것도 모자라 머리식힐겸 짜투리 책을 읽어도
결국 만나서
내가 사유했던 것들을 꼭 '확인'하고 싶어했다.


'현대예술'의 서문을 읽고,..  난 책을 잠시 놓아야했다.
'현대예술'을 읽기 전에 '플라톤에서 비트겐슈타인까지', '키치,..'를 먼저 읽었고,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이어지는 세계관의 정립과 해제를 용인하기에
그 흥미로운 만큼 난 벌써 지쳐버렸고,
내 사는 소소함에 하루하루가 매우 허탈하게 다가왔다.

하여 몇일 남지 않은 '당장만나'프로젝트 날짜를 앞두고
'현대예술'을 바로 읽을 수 없었다.
반발이었다.
'플비'에서 '현대예술'로 이어지는 일관된 해명을 읽고난 후
내 너무 많은 것들이 흔들리고 관념으로 자리잡을거 같아서였다.

꺼내든 책은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예전과 다르게 읽혀졌고,
내가 왜이러나 싶을 정도로 책에 몰입하고 있었다.

이처럼 조중걸님의 저서 몇 권은
요 몇 주간 내 머리 속을 헤짚기도, 해명하기도 했고
다른 책을 읽는 동안 프레임없는 프레임을 들이대게 했다.

'우리 당장만나'프로젝트 당일,
산방에서 식사를 마치고 넓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현대예술'의 서문부터 궁금하거나 좋았던 곳을 골라가며 대화를 나눴다.
참석자들의 질문에 대해 임석희님의 설명도 있었고,
박주한님의 정리된 요약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예상대로 대부분 책을 읽고온터라 책의 내용을 주로 다뤘지만,
내 솔직한 심정은 책에 갖히고 싶지 않았고,
책내용은 기본적으로 인지하고,
말그대로 '해명'에 대한 '해명', '책에 대한 해명'말고 '삶에 대한 해명'을 하고 싶었다.

하여 책의 내용의 설명이나 해석이 아닌
책을 읽고 난 스스로의 현실에 있어서 개개인의 사유를 나누고 싶었다.
다시 말하자면, 책내용의 동어반복이나 해석이 아닌
우리네 생활에서 삭혀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은교'관람은 내게 개운한 시간이었다.
'은교'를 처음봤을 때와 두 번째 볼 때의
내 인지된 감각과 사유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고,
이에 관해 난 몇 권의 책에서 읽은 내용과 일관성있는 해석을 혼자 되뇌이고 있었다.

어느새 새벽이 되고, 지속되는 이야기속에
해가 뜨고 아침 6시가 넘는 시간,
체력이 고갈될 때 즈음 신선한 새벽공기는
참 달고 몽환적으로 느껴졌다.

난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미쳤지, 참 잘 미쳤지!"
"이게 도대체 뭣짓일까?, 내가 왜 이러고 있는걸까?"
알면서도 다시 물을 수 밖에 없다.

난 갈증이 많았다.
산다는 것에 대한 갈증, 관계, 사회, 삶에 대한 갈증이 많고
내 아무리 헐벗어도 이런 '세계관'에 관한 갈증이 일면
소위 일이라는 것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그랬나보다.

'우리 당장 만나'

그게 사람이건 어떤 주제건 같에
마음이 아직 젊을 때, 제대로 미칠 수 있어서 좋았다.

'키치', '플비', '아포리즘',  '현대예술'은 그런 책이었고
함께할 수 있는 분들이 있어서
참 제대로 미친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제 시작한 '당장만나'프로젝트, 다음 모임이 기대된다.
충분히 흥미롭고 위험하기까지한 세계관이야기

함께해요,
내 당신! 아름다운 당신을 해명해드리고 싶으니!

Who's 우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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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군, .. 적군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