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했던 동네서점

by 이병록 posted Jan 2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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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네서점을 살리자는 주의자이다. 그래서 영등포역 지하와 남영역 부근의 '고래서점'을 찾는다.
영등포역은 '지에스문고'가 있었는데 최근에 '00문고'로 바뀌었다. 휴일날 운동삼아서, 아니면 가족들과 롯데 백화점에서 일보기 전후에 들리곤한다.

어제도 누가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00문고'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마침 '우린 마을에서 논다'라는 책을 살려고 했기 때문이다. 들어가니 계산대 앞에 과장 이름표를 단 사람하고 여직원이 서 있었다. '00책을 검색해 주세요'라고 얘기를 하는데도 직원 둘이 무표정, 아니면 굳은 표정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응답이 없다.
여기에서 난감하고 불쾌한 사건이 발단이 된다.

손님과 만나서 잠시 인사를 나누고는 직원이 아무래도 책을 찾을 것 같지 않다는 예감이 들어서 직원 앞으로 갔다. "그때서야 책 제목이 뭐라고 했죠?'하고 다시 묻는 것이다. 잘못들었으면 손님에게 와서 다시 확인해야 할 터인데, 한마디로 무성의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우리는 마을에서 논다'입니다'. 잠시 검색 후에 '그런 책이 없습니다'하는 것이다. 휴대전화기로 검색하려니 엊그제 구입해서 아직 기능을 잘 모르는 상태다. 그래서 '"제가 전화기 사용이 서투르니 100북스를 검색해주세요"했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저희들은 그런 것은 검색안 합니다. 책만 검색해 드립니다"하는 것이었다. 그 차가운 목소리는 지금도 생생하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제가 전화기 사용이 서투르다고 양해를 드렸고, 책을 찾으려면 그 싸이트를 들어가야 하는데 그것을 못 해 주신다면 책 안사고 돌아가겠습니다.'' 하고 손님과 함께 나와버렸다. 그리고 일을 보고  나서 사무실에 들어가 '예스 24'에서 검색했다. '우리는'이 아니고 '우린'이었지만,  '마을에서' 네자만 쳐도 책이름이 나오는 것이다. 아니! 서점에서 이 정도도 검색을 안 하고 책이 없다고 한단 말인가하고 부아가 끓어 올랐다.

서점에 전화를 해서 좌초지종을 사장에게 얘기하고 싶다고 하였다.  여 직원이 알았다고 전화를 끊더니, 잠시 후에 전화가 걸려왔다. 그 목소리 주인공 같았다. 사과가 아니고 검색을 안 해준다는 변명을 하고 있다. 그래서 글자 네자만 치면 나오는데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교보문고'에 뜨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화를 끊고 나서 교보문고에서 '마을에서'를 검색하니 책 세권이 검색된다.
 
무책임,무친절,무관심에 추가하여 한 마디로 사과만 하면 끊날 수 있는 것을 말도 안되는 변명만 하는 관리자에게 한심한 생각이 든다. 우리 000 이사님과 같이 '책 읽는 문화'를 전파하는 수준은 안되더라도, 최소한 책을 파는 직원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인터넷과 대형서점의 틈새에서 동네서점이 생존해야 하는데...
직원의 호구책때문에 사장에게 전화를 다시 하지는 않겠지만, 혹시 그 서점이 장사를 잘 못 하여 문을 닫더라도 다른 물건을 파는 가게가 아닌 '행복을 파는' 서점이 들어섰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