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013.03.15 16:09

임상역사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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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필운동 푸른역사아카데미 사무실에서 ‘임상역사’ 분야 전문가인 이영남(오른쪽)씨와 박혜숙(왼쪽) 푸른역사아카데미 대표가 나란히 앉아 최근 개설한 ‘역사와 치유’ 인문학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와 치유’ 프로그램 이영남씨
삶의 경험 사회 속에 녹이려한
푸코 방법론서 따온 ‘임상역사’
자기 역사 쓰다보면 치유 가능
권력에 맞설 내면의 힘도 길러

인문학에서도 ‘힐링’, 곧 치유가 대세다. 인문학과 치유를 연결한 책과 강좌들이 쏟아지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주관하는 세계인문학포럼도 ‘치유의 인문학’을 올해의 주제로 삼았을 정도다.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들을 펼쳐 주목을 받아 온 푸른역사아카데미는 이번달부터 ‘역사와 치유’라는 이름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열었다. 우리가 직면한 고통의 실체를 역사로 읽어내고 승화할 수 있는 힘을 길러내자는 취지로, 그동안 거리가 있어 보였던 역사와 치유를 연결한 새로운 시도다. 지난 19일 서울 필운동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꾸리는 데 주도적인 구실을 한 ‘임상역사가’ 이영남(44)씨를 만났다.

역사학 석사를 마치고 국가기록원에서 10년 넘도록 근무했던 이씨는 2006년께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저작들을 읽으며 ‘임상역사’라는 말을 떠올렸다고 한다. “다른 역사가들이 주관을 배제하고 기록에 입각한 사고를 하는 훈련에 익숙해져 있는 데 반해, 푸코는 자신이 살아온 삶의 경험을 그 사회 속에 녹여서 함께 보려 하더라고요. 자신이 겪은 실질적인 고통을 역사연구의 방법론으로 승화시킨 것이죠. 그것을 ‘임상역사’라고 부를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이씨가 볼 때 <광기의 역사>는 푸코가 쓴 ‘나의 역사’이며, <임상의학의 탄생>은 ‘나의 가족사’라고 한다. 구빈원의 역사를 추적하며 그 속에 갇혀 있던 사람들을 연구한 <광기의 역사>는 ‘타자’를 만들어내고 통제·관리했던 당시 사회의 야만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진보적인 세력이라는 프랑스 공산당 안에서도 동성애자로서 냉대를 당했던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한 서술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또 서구 의학사에서 ‘임상’ 개념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추적한 <임상의학의 탄생>에는 의사 집안의 자식으로서 아버지와 갈등했던 자신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푸코의 작업을 ‘임상역사’로 파악한 이씨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임상역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누구나 ‘나의 역사’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방법론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였다. 그가 제시하는 ‘나의 역사 쓰기’는 3가지 단계를 거친다. 자신의 인생을 길게 펼쳐내는 ‘연대기 쓰기’가 첫 단계이고, 그다음이 ‘나의 매력 찾기’, 마지막이 어떤 테마를 품은 ‘내러티브 만들기’라고 한다. ‘매력 찾기’가 가장 독특한 부분인데, 이씨는 “매력이란 사람마다 갖고 있는 고유한 체취, 스타일, 삶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왜 이것을 찾아야 하는가? “미시사에서는 외부의 압력이 있어도 결국은 침범되지 않는 개인의 영역인 ‘재량권’을 강조합니다. 저는 그것을 매력이라고 본 것이죠.”

곧 누구나 자신을 통제하려는 권력에 대항하는 내면의 힘을 갖고 있는데, 이것을 찾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임상역사에서 치유는 효과일 뿐 최종 목적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개인에게는 삶이 곧 역사”라며 “나의 역사 쓰기는 역사를 가진 사람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성찰하고, 자신이 앞으로 살아나갈 힘을 얻는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또 이씨는 그동안 자신이 사적으로 운영해온 이런 프로그램을 푸른역사아카데미를 통해 공적으로 확산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씨가 쌍용차 해고자 가족들을 위한 치유센터 ‘와락’을 연 것처럼, 개인의 역사 쓰기 활동이 공익적인 차원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말이었다.

‘역사와 치유’ 전체 프로그램은 고통의 뿌리인 폭력을 국가폭력, 가정폭력, 여성폭력의 세가지 범주로 제시하고, 피해자들이 비공개로 직접 참여하는 ‘역사 쓰기 워크숍’과 전문가들이 공개 강의를 펼치는 ‘역사 강좌’로 나눠서 진행한다. 강좌에는 장시기 동국대 교수, 서승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 사회학자 정수복씨,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 이영아 명지대 교수 등 다양한 강사들이 참여한다. 박혜숙 푸른역사아카데미 대표는 “다양한 치유담론이 있지만, 역사와 치유를 엮은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긴 호흡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는 점이 역사 읽기의 고유한 미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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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남수 2013.03.15 16:09
    지식에 대한 욕구와 노력은 많으나,
    정작 자신에 대한 탐구와 관찰은 부족한 듯 해요.(저는^^;)
    한 번 뫼시고 듣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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