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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6 20:46

글쓰기 단상

조회 수 4443 추천 수 0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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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라는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도 맥도날드나 지하철의 공간이 즐거운 것은 말하는 사람들을 밀착해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을 자연스럽게 한다. 말하기 보다 더 빈번하고 자연스러운 작용은 또 무엇이 있을까? 바로 생각하기다.





생각하기는 혼자 속으로 말하기이다. 생각에 관해서는 “생각나기”와 “생각하기”가 있다. 생각나기는 소음처음 그냥 흘러나온다. 생각나기는 자발적으로 생성되어 가는 방향을 짐작하기 어렵다. 그 긴 행렬은 생각이 생각을 불러와서 기억의 바다를 헤집고 달린다. 다른 감각입력에 의해 주의가 분산될 때까지 기억을 무작위로 연결해서 생각나기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반면 생각하기는 의도적 행위이다. 생각하기는 의도된 기억탐색 과정이다. 학습은 합당한 기억을 찾아가는 생각하기 과정이다. 연상작용은 생각하기에 의해 촉발된 생각나기이다.  생각의 자발성과 빈범함에 놀랄 때가 많다. 말하기는 생각하기의 부분집합이다.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말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말을 잘하는 것은 잘 생각하는 능력의 일부이다.





인간 의식진화에서 최근에 획득된 ‘글쓰기’라는  능력에 대해 여러번 생각해 보았다. 생각의 집약된 형태가 말이고 말의 집약된 형태가 글이다. 1000번의 생각이 100번의 말하기로 축약되고 아마 한 두 번의 글쓰기로 응축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글쓰기가 거의 모든 사람에게 힘든 이유일 것이다. 말이 소리로 발음 가능한 생각의 의미있는 패턴이라면, 글쓰기는 문자로 표현된 말하기이다.


 


생각은 문자로 옮겨진 후에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서 영원성을 획득한다. 책을 읽는 독서행위는 그 책 저자의 뇌 신경발화패턴에 자신의 뉴런활동을 동조시키는 행위일 것이다. 책을 통해 무엇을 만나위해서 책 내용과 유사한 신경발화 성향이 먼저 형성되어야하며, 그것은 반복학습을 통해 형성된다.





글쓰기는 의사소통을 지금 여기라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핸드폰이 사회에 범람하게 된 것은 말하기를 공간적 제약에서 자유롭게 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생각을 언제 어디서나 신속하게 문자화한다.  결국 글쓰기를 통해서 의식활동이 뇌 외부에서 편집과 집적이 가능해졌다. 책이야말로 연결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신경세포 연결, 그 무수한 시냅스 춤의 기록이다. 문자라는 상징기호의 형태로 영원성을 획득한 시냅스 춤이  타인의 뇌 시스템에 동조될 때 새로운 생각의 흐름이 생기고, 전두엽의 판단 작용을 거쳐 그 일부만이 글로 정확하게 표현된다. 이 글을 쓰면서도 생각하기의 일부만이 글로  표현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렇다. 잘 쓰여진 글은 스스로 생명을 획득하여 영원성을 갖게 된다. 영원성과 편집성을 갖게 된 글은 인간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큰 기여를 하였다. 우리100Books 학습공통체의 최근 발표된 네 가지 행동 지침도 바로 글로 표현된 후에야 말이나 생각이 갖는 모호성을 벗어나서 여러사람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헌법으로 표현된 문장은 그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것이 바로 글의 힘이다.





생각하기, 말하기, 글쓰기의 상호관계를 면밀히 관찰해 보면 그 바탕이 궁금해진다. 이 세가지 능력은 모두가 몸 동작이 정교화 되어서 가능해진 진화된 운동성에서 생겨났다. 몸이 피곤하여 집중력이 저하된 상태에서도 생각은 흐릿한 흐름을 계속한다. 그러나 말은 어렵고 글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 세 가지는 몸 상태의 종속변수이다. 정치한 생각과 일관된 의식흐름이 형성된 후에야 글이 가능해진다. 결국 좋은 문장력은 면밀한 관찰력과 다양한 느낌을 갖는 기억이 필요하다.





요약하면 글쓰기는 관찰 훈련과 독서를 통한 기억 확장을 바탕으로 한다.  습관화된 세밀한 관찰과 광범위한 독서를 위한 단단한 몸 상태가 글 쓰기 훈련의 바탕일 것이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07-11-28 01:31:27 회원게시판(으)로 부터 복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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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중 2007.11.06 20:46
    겨울의 공기는 깨어 있는 자의 호흡과 같습니다. 차갑지만 긴장되어 있고 싱싱한 긴장으로 내면을 이끕니다.

    뜨거운 계절을 거치고 고요한 시간을 지나서 모든 것이 숨을 죽인 겨울이란 계절에 서 보면, 모든 것이 단절된 듯한 느낌을 때론 받지만 맨몸으로 받아들이는 겨울의 알싸한 공기 맛의 살아 있음은 그 어느 계절의 공기 맛과도 차별화 되어지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의 맛입니다.

    요즘 아침 공기가 제법 쌀쌀해 졌습니다. 글쓰기 좋은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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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수 2007.11.06 20:46
    인터넷이 의사소통의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없애줬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쓰기가 그 실체였다니 놀랍습니다. 대부분 글쓰기에 관한 글이 경험이나 주관을 바탕으로 한다면 이 글은 뇌작용에 근거한 글쓰기에 대한 최초의 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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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일 2007.11.06 20:46
    점심시간을 빌려 잠시 잠깐 쓰신 글 같은데, 글을 통해 타인의 뇌와 공명하는 이미지를 상상해보니굶어도 배가 안고플것 같습니다. 풍성한 과일의 과즙이 흘러 입에 침이 돌게 하듯, 박문호 박사님의 글을 접촉하니 나의 뇌가 뱅글뱅글 돌아갑니다. 통쾌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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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07.11.06 20:46
    글 한 번 쓴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지요. 몸 상태가 기운으로 충만한 상태에서 1000번 정도 생각하고 100개 정도의 문장을 이러저리 만들어 붙여 본 다음에 한 단락 정도를 완성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글쓰기을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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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혁 2007.11.06 20:46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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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석 2007.11.06 20:46
    독서가 생각하기로.. 다음에는 글쓰기로 완성되어 시공을 초월한다.....그 동안 욕심만 앞서 이것저것 기웃거리기만하고 생각하기와 글쓰기는 안중에도 없었는데. 좋은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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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호 2007.11.06 20:46
    말하기는 청중과의 감정이입과 리듬감이 중요하겠지요. 말하기에서 의미는 말과 말 사이에 전달되는데, 의미의 강약을 몸의 리듬에 의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글 쓰기는 전체 구상하기, 의미 안배하기, 호응맞추기 등 머리속으로 논리적 전개를 해야 합니다. 분명한것은 말하기와 글쓰기는 타고난 기질보다 훈련이 더 관여합니다. 위 질문의 둘중 하나만 잘하는 사람은 글 쓰기와 말하기 둘 중 하나만 숙달했기 때문입니다. 글 잘 쓰는 사람들 중에는 대학신문 기자출신이 많습니다. 즉 훈련의 결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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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화 2007.11.06 20:46
    요즘은 몇 자라도 끄적거릴 에너지 조차 비축하지 못하고 있어요. 생각을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박박사님의 단단한 글을 읽고 나니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강렬해집니다. 땅을 파는 광부처럼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나의 반짝이는 단어를 파낼 수 있는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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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숙영 2007.11.06 20:46
    매일 글을 써야(?) 하는 일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항상 글쓰기는 어렵습니다. 하루 종일 한 문장을 쓰는 게 힘든 날도 많거든요. 더 많은 훈련을 해야겠지요.
    자기 생각을 글로 쓸 때, 객관적으로 즉 다른 사람이 그 글을 읽을 때 이해할 수 있을지 다른 사람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도 글쓰기의 어려움인 것 같습니다. 내 생각을 글로 옮겼지만 나만 이해할 수 있다면 객관적 글쓰기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특히 어른이 이해하고 있는 내용이나 생각을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써야 하는 경우는 더더욱 어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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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목 2007.11.06 20:46
    저도 지난 3일 올린 글을 쓰면서 글쓰기에 대한 어려움을 무척이나 크게 느꼈습니다.
    그 동안 글쓰기는 거의 없었고 말하기도 조금 대부분이 생각하기에 그쳐 있었다니!
    그리고 또 생각해 보면 '생각하기'도 '생각나기'가 많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쓰고 나서 다시 또 쓰고.. 행동하기의 중요성을 다시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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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07.11.06 20:46
    박현숙 님 댓글 표현이 너무 재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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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윤호 2007.11.06 20:46
    하하 ^^ 저도 박현숙 회원님의 표현이 너무 재미있다고 느끼는 한 사람 입니다 ^^
    글쓰기 !!!!
    그래요 !!!!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1000번, 10000번 생각을 하게 되는 길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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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7.11.06 20:46
    저는 주로.. 생각나는대로 끄적이는 걸 좋아하는데..
    어떤 여과장치도 없이, 그냥 머릿속에서 나오는 말이 무의식적으로 옮겨지는 수준요..
    그래서, 좋은 글을 쓰겠다는 생각도 별로 안 해 봤었고,
    읽는 사람을 고려한 적도 없고, 옆 친구에게 떠들듯... 무작정 썼더랬는데...

    한템포 쉬며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profile
    김홍섭 2007.11.06 20:46
    저는 글쓰기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것 같아요^^
    지난번에 올린 글도 3시간이 넘게 끙끙대면서 썼습니다.
    이 난제를 해쳐나가는 길은 꾸준한 독서와 많이 생각하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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