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공지
2007.11.30 06:53

디테일의 힘

조회 수 4244 추천 수 0 댓글 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0.01 초의 차이가 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고 한 사람은 기억조차 나지 않게 만든다. (이건희 회장)

 

작은 일이 큰일을 이루게 하고 디테일이 완벽을 가능케 한다. (데이비드 패커드 , 휴렛 패커드 창업자)



 


" 얼마 전 왕중추가 지은 Power of Detail (디테일의 힘)이라는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 


 


 


디테일을 무시한 관리가 몰고온 재앙



    세계 기업역사에 있어서 너무 유명한 파산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학 경영학 시간의 단골주제이며 1999년엔 「Rogue Trader」(감독 제임스 디어슨)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어 국내에 개봉되기 까지 되었던 사례이다.


  1763년에 설립되어 세계 금융업 역사상 은행의 금자탑이라 불릴 정도로 특별한 지위를 누렸던 은행이 있었다. 설립 당시에 무역업으로 시작하여 확장을 거듭하면서 대부호들의 개인재산 운용에서부터 영국 정부의 국방비 관리, 국채 판매 등 굵직한 사업들을 통해 작은 가족은행에서 거대한 은행그룹으로 우뚝 선 은행. 최고 전성기에는 자산 규모가 영국 전체 은행과 맞먹을 정도였던 은행. 이 은행은 바로 그 유명한 베어링스 은행이다. 한 때 최고의 은행으로도 유명했고 현재에는 최악의 파산사태로도 유명한 두 얼굴의 이름이다. 베어링스는 전성기 시절, 역사가 오래된 은행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공격적이고 과감한 전략을 채택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1990년대부터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했으며, 1994년에는 세전이익 1억5000만 달러를 기록하였고, 270억 파운드가 넘는 자산을 보유한 공룡은행이 되었다. 하지만 이 공룡은행이 28세의 풋내기 청년 닉 리슨의 손에 파산하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닉 리슨이 1989년 베어링스은행 런던지점에 입사할 시점에 은행은 때마침 파생금융상품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고 리슨도 이 업무영역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리고 1992년부터는 문제해결능력을 인정받아 어렵거나 막혀있는 업무를 처리하는 전담직원으로 발탁되어 인도네시아지사를 설립하고 일본의 내부 사기혐의 조사에 참여하는 등 맡은 업무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리슨은 처음에는 내부 업무만 담당했으나 일손이 부족하게 되자 선물거래까지 직접 관여하게 되었고, 능력을 인정받아 이사로 승진을 하게 되었다. 1993년 당시 26세였던 청년 리슨은 그해 은행 총수익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인 무려 1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수익을 올려 수뇌부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다. 그에게 거래와 결산의 중요 업무를 모두 맡기게 되었다.



  금융 거래에 있어서 어떤 실수가 생길 가능성은 언제나 잠재되어 있다. 매수와 매도의 손짓을 잘 못 이해할 수도 있고, 계약시에는 가격단위를 잘못 기입할 수도 있다. 그런데 선물거래에서의 실수로 인한 손실은 모두 은행이 책임져야 한다. 따라서 은행은 실수가 발견되는 즉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정정할 수 없는 실수일 경우에는 별도의 계좌에 입력한 후 ‘에러계좌’로 등록하고 본사에 보고하게 된다. 물론 그 에러로 발생하는 손해 또는 이익 역시 모두 회사의 몫임은 당연하다.


 


  1992년 여름 베어링스 본사는 리슨에게 별도의 에러계좌를 개설하여 그간의 작은 실수들을 자체적으로 정리하도록 지시했는데, 이것이 바로 ‘88888에러계좌’이다. 이미 갖고 있던 ‘99905에러계좌’가 있었지만, 리슨의 능력을 믿어의심치 않았던 수뇌부는 리슨에게 실수 관리를 전담시켰는데 역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순간이었다. 리슨이 이미 개설한 88888에러계좌를 확실하게 폐기처리하지 않은 것이 모든 문제의 발단되었기 때문이다.




  리슨은 손실이 발생할 때마다 그것을 감추기 위해 이 계좌를 이용했다. 실수는 감춰지고 겉으로 드러나는 리슨의 실적은 언제나 최고였기 때문에 그는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 사이 88888계좌의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고, 이 손실을 어떻게 메울지, 내부감사에 발각되지 않을지, 선물거래시의 추가증거금의 마련 방법은 무엇일지 하는 세 가지 문제가 리슨을 괴롭혔다.


 


  리슨은 그간의 손실액을 모두 메울 수 있을 만큼의 수익을 더 올리기 위해 점점 더 큰 모험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니케이지수가 매우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그는 스트래들 매도를 통해 거액의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니케이지수가 크게 요동을 치면서 막대한 손실을 가져왔다. (스트래들 거래는 동일한 시세가격을 갖는 매도권리와 매수권리를 동일한 수량으로 매도하는 전략으로 매도가 체결되는 순간 프리미엄 대금을 받게 된다. 주가지수가 예측한 지수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이익이 나지만, 주가가 급등 혹은 급락하면 이론상 무한대의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러한 와중에 1994년 7월엔 88888계좌의 손실액은 5000만 파운드를 돌파하였다. 일반 도박에서는 예상이 빗나갔을 때 이미 걸은 돈만 날리면 되지만, 선물거래는 최소증거금만 있어도 베팅이 가능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실제 베팅액 보다 수십 배에 달하는 돈을 벌을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은행 본사는 리슨이 원할 때마다 증거금을 곧이 곧대로 송금해주었고 1995년 2월 23일 베어링스의 마지막 선물거래가 이루어진 후 2월 26일 공식 파산이 발표되었다. 이 때 리슨이 기록한 손실액은 배어링스은행의 총자산의 2배가 넘는 8억 6000만 파운드에 이르렀다.



  베어링스은행은 리슨이라는 젊고 공격적인 딜러를 보물로 여겼고, 그의 수익률 환상에 도취되어 감독을 소홀히 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또한 누구도 88888계좌가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끼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은행이 파산하기 불과 2개월 전인 1994년 12월에 뉴욕에서 열린 베어링스 금융실적회의에서 임원들은 만장일치로 리슨을 베어링스의 영웅으로 인정하고 기립박수를 보냈으니 한 편의 코메디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거대한 은행이 직원 한 명 때문에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었을까? 어떻게 한 직원의 실수가 은행 자산의 두 배에 해당하는 손실을 불러왔을까? 그것은 바로 디테일한 부분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거래와 결산 업무를 리슨 한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분리했더라면, 혹은 내부 감사 문건을 사소하게 여기지 않았다면, 이렇게 단 두 가지만 챙겼어도 거대 은행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천리 둑도 개미구멍에 무너진다’는 속담은 이러한 사례를 바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흔한 속담도 우리는 무시하고 지나갈 때가 많다.



  기업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작은 문제들이 곧 기업관리에 있어서 속담속의 작은 개미 구멍이다. 특히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이런 리스크는 곳곳에 도사리기 마련이다.


 


  베어링스 은행의 사례에서 보지 않더라도 우리 기업으로 세계경영을 외치며 재계를 주름잡던 한국의 대우그룹도 자산규모가 7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기업이었지만 순식간에 파산하고 말았다는 것을 상기해 보자.



 


 


디테일은 창조의 토대 - 허드렛일부터 제대로 하자.



  흔히들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한다. 작은 일 하나를 처리할 때 누구라도 그 일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작은 일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나타나는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피터드러커는 말했다. “효과적인 혁신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최근에 입사하는 기업의 신입사원들은 허드렛일을 아주 싫어한다고 한다. 물론 고학력에 피나는 경쟁을 뚫고 들어온 입장에서 커피타고 복사하는 이러한 허드렛일은 성에 차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허드렛일에서도 업무의 성공과 실패 나아가 기업의 성패에도 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단순 복사의 경우에도 디테일의 힘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과는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신입사원들은 복사하면 용지를 넣고 복사 버튼만 누를 줄 알지 복사기에 달려 있는 수많은 버튼들을 일일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선배 사원들에게 복사기의 기능을 알려달라고 하는 경우도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라고 한다. 복사기는 커녕 회사 업무에 쓰이는 수많은 버튼들이 달려 있는 전화기도 그렇고 팩스도 그렇다. 팩스를 보낼 때 상대방이 받았을 때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하고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가 가진 서류 원본을 그냥 보내는 사람도 있다. 물론 대부분은 후자일 것이다. 칼라 문서는 팩스로 보내어질 때 흑백으로 전환되므로 강조하거나 색을 넣은 도표들은 가독성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글씨 크기가 작은 문서들은 해상도 낮은 팩스의 프린팅 때문에 아예 읽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최근에는 E-mail 과 전자문서가 발달되어 이러한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클릭 한 번 잘못하여 혹은 파일 첨부를 실수하여 당혹스러운 결과를 맞이한 경험은 대부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팩스 버튼 잘 못 눌러서, 혹은 첨부화일이나 상대방의 이메일 주소를 잘 못 기입해 회사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하니 얼마나 사소한 일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 있는지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기업 경영 일선에서는 100-1=99가 아니라 100-1=0 일수도 있다.


 


미래의 성패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1950년대 이후 우리는 성공, 성과 위주의 성장주의 중심의 경제 전략을 채택해왔다. 이는 국가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기업 측면에서 최우선으로 삼아왔던 전략이고 심지어 개인적인 자기 경영 분야에서도 디테일한 것 보다는 겉으로 크게 보이는 것들을 중시하는 자세를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교육 정책 같은 공공 정책 등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IMF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고 그 후 수많은 기업들이 쓰러지고 구조조정 회오리에 빠져들었고 현재도 그 상처를 완전히 치유해내지 못하고 있다. 또 사회적으로 교육 정책, 공공 정책의 실패에서 오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대충하기 혹은 외양 중시의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것이다.


 


  기업, 정부가 내놓는 전략들은 훌륭하고 비전도 화려하다. 하지만 개인, 기업 그리고 국가의 성패는 바로 ‘디테일’에 있다. 실패한 기업들의 이면을 살펴보면 전략적인 실패의 문제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디테일한 부분이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략상의 실수도 따지고 보면 디테일한 부분에서의 오류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명품 선호현상. 그렇다면 명품과 모조품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디테일’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일상을 명품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고 사내에서 명품 사원이 되고, 기업이 명품 기업이 되는 길은 바로 디테일을 챙기고 작은 일도 소홀히 보지 않는 아주 단순한 작업에서 시작된다.


 


  물론 100권독서클럽이 명품 독서클럽의 명성을 이어나가는 데에도 디테일은 아주 중요하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07-12-08 17:23:34 회원게시판(으)로 부터 복사됨]
Prev 100북스 클럽 회원으로 살아가기 100북스 클럽 회원으로 살아가기 2007.11.29by 송나리 개똥 철학.. Next 개똥 철학.. 2013.09.01by 이부원
  • ?
    이정원 2007.11.30 06:53
    좀 길어보이지만 쉽게 읽히네요.
    디테일이란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안목과 감각을 길러야 겠어요.
  • ?
    이나영 2007.11.30 06:53
    저도 덕분에 그 책 읽었습니다.
    근데 총무 님이 정리를 잘 해주셔서 책을 두 번 읽은 기분이에요. ㅎ
    게다가 마지막 말도 가슴에 와닿는군요.
    아~ 저도 이제 조금씩 이곳 식구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당. 헤헷^^;;
  • ?
    김민경 2007.11.30 06:53
    저도 총무님 덕분에 이 책 읽었다지요 ^^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말에 수긍이 가는 게, 명품 옷에서 실밥 하나가 비어져 나와 있는 것을 상상해 보면 지극히 마음이 불편한 데 반하여 ^^ 똑같이 베껴 만든 시장표 모조품의 경우라면 고작 실밥.. 따위에는 지극히 마음이 관대해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실밥 정도야 충분히 감수해 줄 수 있지.. 이 정도 엇비슷하게 따라 만들어 준 것만 해도 감사하다..에 가까울 듯) 같은 재료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손길 몇 번의 차이가 이토록 심한 신뢰도의 차이를 낳는다는 것을 우린 자주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책 내용을 보니, 크게 성공하고 그 성공을 유지하는 기업들은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더라고요. 1인치 당 몇 땀의 스티치 간격을 유지한다..는 규정을 수십 년간 철저히 지켜 온 랄프 로렌 등등..
  • ?
    전지숙 2007.11.30 06:53
    이 글을 읽다보니..얼마전 신문에서본 캥거루족이 생각이 나네요.
    다른 어느나라에도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성공한 사람들은 디테일이 강하다..
    이런 감각을 길러보도록 노력해야겠네요.
    작지만 강한 디테일의 힘..!
  • ?
    송나리 2007.11.30 06:53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지금은 기업 고위직에 있는 분의 일화가 기억이 나는데요 복사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알렸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 복사는 000씨가 했군' 이라고 인식될 정도로 사소한것 하나에도 신경을 썼다는 부분이 그분을 고위직까지 오르게 했다는... 총무님께서 디테일의 힘을 일깨워 주시는군요. 이 디테일의 힘을 알고계신 총무님이 그래서 강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7 공지 [알림] 제 1기 100books 게시판 필진 13 송윤호 2007.11.02 6498
206 공지 별이 빛나는 밤에 13 박혜영 2007.11.02 4714
205 공지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떻게.. 12 문경목 2007.11.03 4541
204 공지 형을 다시 만나다. 18 김홍섭 2007.11.05 4354
203 공지 나의 독서법 - 유비쿼터스 책 읽기 15 송윤호 2007.11.05 4017
202 공지 글쓰기 단상 14 박문호 2007.11.06 4443
201 공지 낡은 일기장과의 만남 9 황보영 2007.11.07 3993
200 공지 독서클럽을 통해 구원 받다. 8 이보표 2007.11.09 3746
199 공지 연결이 만드는 우정의 네트워크 10 문경수 2007.11.10 3930
198 공지 왜 살아야 하는가? 13 강신철 2007.11.12 4263
197 공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3 송나리 2007.11.12 4456
196 공지 당신이 작가라면, 당신이 경험한 것만 써야 한다 8 김주현 2007.11.16 4050
195 공지 자작나무 4 박문호 2007.11.16 4093
194 공지 투야의 결혼 6 양경화 2007.11.20 4328
193 공지 독서클럽과 백과사전 9 문경목 2007.11.24 4141
192 공지 1달러를 버리고 10달러를 얻어라 7 김민경 2007.11.26 4027
191 공지 생애 최고의 여행!! 5 김홍섭 2007.11.26 4066
190 공지 독서여행을 다녀와서... 6 이명희 2007.11.27 3948
189 공지 100북스 클럽 회원으로 살아가기 10 송나리 2007.11.29 4487
» 공지 디테일의 힘 5 송윤호 2007.11.30 424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