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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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도 안오고 잡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건데 긁적거려봅니다. ^^ 좀 다듬어서 또 포스팅해도 되겠지만.. 기발한 댓글도 많이 달릴 것 같아서 올려봅니다. 

 학문을 하나의 도시로 비유하면 어떨까요? 맨 처음 '대지'를 '택지'나 '건축부지'로 개발한 '토지개발공사'양반들은 아마도 고대의 철학자들일 것 같습니다. 그 후에 건물의 기초를 세우고 조악하지만 설계도 했을테지요. 그 다음에는 주변에 여러 용도를 지닌 부대시설들이 들어섰을 겁니다. 철학, 문학, 자연철학.. 여러 사람들이 하나씩 벽돌도 쌓고 굵직한 기둥을 세운 사람들도 있을테지요. 자기보다 앞서 건물의 형태를 그렸던 사람들의 의견을 따라서, 혹은 자기 생각대로 설계를 조금씩 변경하면서 건물을 지어올라갔을 겁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뉴턴, 아인슈타인, 다윈과 같은 이들은 앞선 사람들의 설계를 싹 뜯어고치고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성공했다고 해도 되겠지요. 하지만 건물의 용도가 완전히 바뀌진 않았습니다. 여전히 그 건물들은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과 그러한 시도를 상징합니다. 

 20세기가 지나고 21세기가 되자 고층 건물들이 높은 곳에서 닿을락 말락 가까워지는 상황도 생깁니다. 어떤 이들은 아예 옥상에 넓은 구조물을 짓거나 구름다리를 놓아서 각 건물들을 연결하기도 합니다. 옆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알게 되고 서로 같이 밥도 먹습니다. ^^ 

 여전히 건물 안에서는 새로운 사람들이 올라와서 조금씩 건물을 보수하고, 고치면서 더 높고 멋진 건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나 전망대에 올라서서 이 마천루를 내려다보며 감탄하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건물의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본 풍경에 감탄해서 이런 고층빌딩을 짓는 일에 참여해서 작은 벽돌 하나를 쌓기로 결심합니다. 건물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찾아서 설계를 보강하는 사람도 있고, 건물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며 노래를 짓는 시인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도시에 있는 여러 건물이 왜 세워지기 시작했으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건물에 사는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고 자료를 모아서 사람들에게 그 건물들을 알리고 홍보합니다. 이 건물들은 결국 우리를 위해서 세워진 것이라고. ^^ 아마 건물을 짓는 사람들도 그렇게 알아주길 바라던 일이겠지요.

 화려한 마천루, 그 높은 곳까지 올라가 그 건물이 어떻게 쌓아올려져 왔으며 무엇을 위한 건물인지 조사하는 힘든 과정을 거쳐 올라가서 마침내 작은 벽돌을 하나 쌓는 그 사람이 바로 학자가 아닐까 합니다. 학자를 꿈꾸는, 혹은 이미 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은 공감하실지도.. ^^ 하지만 이런 고생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더욱 보람있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 가치를 알아보는 분들이 여기에 모여 계신 것 같습니다. ^^


덧붙이는 이야기.
 학자는.. 거의 드러나지 않지만 nonzero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을 수도 있고, 좀 더 욕심내서 건물의 창문 하나라도 바꿔달겠다는 야심찬 학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천재들은 건물을 새로 올리거나 리모델링을 할 수 있겠지만요. ^^ 저는 소시민이라 이빨만 열심히 깔까합니다. (멋진 건물 사진을 찍어서 팔아먹는다든가...) 하하하~

  • ?
    한정규 2009.05.01 14:31
    지하는 어떻게 비유가 될 수 있을까요??
  • ?
    장종훈 2009.05.01 14:31
    한정규님 /
    와. 생각 못했던 것이 댓글로 ^^
    아이디어를 좀 주세요~ 지하로도 연결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
  • ?
    한정규 2009.05.01 14:31
    현시대의 과학"기술"자의 작업이 아닐까요...>_< 멋진 도시를 만드는 학자들도 있지만 그 멋진 도시를 유지시키는 힘은 지하에 있는 전기 상하수도 지하철 등등... 보이지는 않지만 없으면 안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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