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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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외국에선 이름 다음에 성을 사용하고, 우리나라에선 성 다음에 이름을 붙일까?'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해 했던 경험이 있을 법한 질문 아닌가?  처음엔  동서양의 문화차이라고 일갈했더랬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차라는 것이 단순히 우리는 좌식 생활을 하고, 그들은 입식 생활을 하는 것. 혹은 우리는 김치를 먹고, 그들은 치즈를 먹는것. 이런차이는 아닐게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문화차이가 사람을 부르는 방법을 다르게 만드는걸까???


 


답부터 쓰자면, 이름을 부르는 호칭 방법의 차이는 문화적 차이로부터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생물학적 동질성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유레카~~!!!


너무 심한 비약처럼 보일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는 주장이며,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이것을 발견한 건 장장 10 여년이 넘는 관찰로부터 시작해서 얼마전 뇌를 공부하며 확신을 가지게 된 사실이다. (괄호는 이번에 뇌를 알게 되면서 새로 확인된 점)


이제부터 이 말이 안되는 것 같은 사실을 설명하고자 한다. ^^* 





1993년 처음 나타샤를 만났을때, 나타샤는 나에게 ‘쏘냐’라는 러시아식 이름을 붙여주었다. 나타샤는 내가 아주 가깝게 사귄 첫 번째 외국인 친구다. 나는 그녀에게 ‘나리’라는 한국이름을 붙여주었다. 둘다 이치는 같다. 내이름의 첫 자인 S 때문에 쏘냐라는 러시아 이름을, 나는 나탸샤의 Na 때문에 나리라는 이름을 붙인것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우리는 애써 복잡하거나 이쁜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서로에게 가장 간단히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레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름의 종류, 러시아에서 흔히 사용하는 이름의 종류로 넘어갔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하는 이름이 있긴 하지만, 이론적으로 한국인의 이름은 무한대로 가능하다. 왜냐하면 자음+모음(또는+자음)으로 이루어지는 무수히 많은 음절과 또 다른 음절의 조합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름의 숫자를 센다는 것은 한국에선 무의미하다” 라고 설명했을때, 나탸사는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난 나타샤의 그 표정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너무나 당연한걸!


러시아에선 주로 성경의 주인공이나 역사상의 주인공의 이름에서 따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름의 종류가 그닥 다양하지 않다라는 나타샤의 설명과 나는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적은 이름으로 구분할 수 있느냐는 대화를 나누었고, 서로에게  답을 주지 못한채 결국은 "문화차이"와는 또 다른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중간 결론만 내린 적이 있다.


 
시간이 한 참 지난 어느 날, 동료들과 서울로 문상을 가는 중이었다. 무료한 차 안에서 누군가가 다시 이 질문을 던졌다. ‘왜 외국와 우리는 서로 반대 방식으로 사람 이름을 지을까?‘ 들판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던 나는 놓아두었던 생각들을 떠올리며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고, 머릿속에 갑자기 그 이유가 확~ 정리되었다.


 


우리나라에선 어떤 이름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가? 라는 통계 조사보다는 어떤 성이 가장 많은가? 라는 조사를 한다. 러시아 이름을 보면, 사전에 1순위부터 50순위까지 나오는데, 러시아 성은 알고보면 갖다 붙이기 나름이어서 우리의 이름처럼 이론적으로는 무한대에 가까운 종류가 존재한다.


 


그럼, 한국 사람을 분류한다고 해 보자. 그럼 이름으로 분류하는 것이 깔끔하겠는가? 성으로 분류하는 것이 깔끔하겠는가? 또, 어떤 한 사람을 인식하려면, 그 사람이 김가네 누구 라고 하는 것이 편한가, 아니면 아무개 중에 김가. 라고 칭하는 것이 편하겠는가???


마찬가지로, 러시아에선 성을 부르면 너무나도 많은 종류가 있어서 분류가 쉽지 않다. 이반, 나타샤, 알렉, 이렇게 이름을 먼저 부르면, 인구 정리(일종의 교통정리)가 쉽게 된다. 결국 우리는 성을 먼저 불러야, 러시아는 이름을 먼저 불러냐 누가 누구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이번에 배운 뇌의 기능 - 대충, 빨리 -과 일맥 상통!!!)





인류에게 이름은 왜 붙여졌을까?


인식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50억 인류의 이름을 효과적으로 인식하기 위해서 우리의 뇌는 대충 빨리 기억하야 한다. 대충 빨리 어디에 누가 살고 있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고 저장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저장(기억) 방식이다.





얼마전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상의 폴더를 정리한 경험이 있다.


컴퓨터에 자료를 저장할 때 우리는 먼저 폴더를 만든다. 처음엔 내 문서에 그냥 저장하기도 하지만, 나중에 자료를 찾을때 문서 이름을 모두 읽는 수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폴더 관리가 필수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대분류-중분류-소분류를 잘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분류에는 폴더 개수가 적을수록 좋다. 그래야 나중에 자료를 되 찾을때 쉽게 아닌것은 제하고, 맞는 것만 골라낼 수가 있다.





아!


그럼, 우리나라에선 성이 대분류에, 외국에선 이름이 대분류에 해당한다. 그래야, 보다 쉽게 사람 이름을 외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사람이름을 외운다... 라고 인식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나의 몸(나의 뇌)는 사람 이름을 효율적으로 저장하기 위해서 대분류를 먼저 인식하는 것다. 그래서, 이름의 맨 앞에 대분류를 먼저 선언하는 것!!!





물론,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의식적으로 사람 이름을 부를때 효율성을 생각하면서 성을 먼저 부르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외국인들도 뇌의 저장 방식의 효율성, 또는 인식의 효율성을 고려해서 이름을 먼저 부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것은 오히려, 너무나도 당연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러한 생물학적 본능(효율적인 뇌의 사용)을 인식하기도 전에, 우리의 생활방식은 문화차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내린 오늘의 결론:


1. 이름을 부르는 법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뇌 속에 인명 정보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기 위한 생물학적 동질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뭐, 이미 책 속에 나와 있다면야 … 하는 수 없고,  난 그런 책을 아직 읽어 본 적이 없으니… 이 발견의 기쁨을 어찌 비할꼬?  ^^* 유.레.카.





2. 동양인과 서양인의 문화차이로 설명되는 다른 현상들도 어쩌면 생물학적 동질성에서 기인하는 것들이 있을 것 같다. 좀 더 관찰해 봐야겠다.


 

3. 뇌를 컴퓨터에 비유하니, 이해가 쉬워졌다. 그래서 비약하다보니 얼마전 대전에 두고온 USB 때문에 고생한 경험으로부터 USB와 노트북, 영혼과 육체도 비유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 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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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이 2008.08.30 04:18
    재밌어요 ~~ 다음탄 얼른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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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08.08.30 04:18
    현대관점에서만 본다면 서양이 개성을 존중한다는 것도 동양이 가문을 존중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동서양이 과거부터 그래온 것도 아니고....... 대분류 중분류도 충분한 가설이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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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2008.08.30 04:18
    결국 인간은 빈 서판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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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8.08.30 04:18
    주소... 그건 또.. 다른 얘기일듯. ^^* 또 고민해 볼께요. 천문우주+뇌 공부하다보면... 언젠간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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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지미 2008.08.30 04:18
    "쏘냐" 와 "나리"...사이에서
    오랫동안 '왜 그럴까?'...하는 궁금증.
    읽는 사람이야 에피소드처럼 읽을 수 있지만
    글쓰는 사람한테는 오랫동안 궁금증으로 자리하고 있던
    문제 하나가 해결돼 가는 기쁨.
    그것이 정답이던 아니던 상관없이.
    역시~~석희님
  • ?
    임다솜 2008.08.30 04:18
    고모 저 다솜이에요~~
    메인에 떠있길래 궁금해서 들어와봤는데
    고모라서 깜작놀랬어요
    맨날 그냥 지나치기만 했는데 고모글 보구 싸이트 둘러보니깐 신기한것두 많구 그래요
    자주들릴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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