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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사랑’ 강조하는 다미주 이론


인간과 원숭이와 RNA


(7) 2010년 04월 02일(금)






미르(miR) 이야기 맥클린의 삼중뇌 이론은 실증적 토대를 갖추지 못한 채 지나치게 많은 것을 설명하려 한다. 언제라도 좋다. 한 과학자가 하나의 이론으로 너무나 많은 것을 설명하려고 할 때, 그를 의심하라. 이론이 실증적 토대를 갖추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설명영역을 제한하지 않는 이론은 언제나 쉽게 그 실상이 탄로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삼중뇌 이론을 사기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두뇌가 그렇게까지 단순한 것도 아니다. 맥클린의 이론은 영장류의 두뇌영역인 신피질이 이성과 합리성을 담당하며 그것은 가장 나중에 진화했다고 말한다. 그렇게까지 틀린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이성과 합리성이 본능을 제어하며 두뇌 기능의 최상단부에 위치한다는 생각, 프로이드의 이론이 삼중뇌로 정당화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경제학의 토대인 합리적 인간이 무너지는 시대에 살면서 여전히 합리성의 신화를 믿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1, 서구의 전통에서조차 부정되고 있는 이성과 합리성의 신화를 여전히 추종하면서 그런 구시대적 사고방식으로 우리 아이들을 교육한다는 것은 더더욱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맥클린이 사기라고 해서 이성의 신화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스탠포드의 두 실험이 사실이라고 해서 성악설을 증명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이라는 종이 단 하나의 실험으로, 잣대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라면 어쩌면 인류는 이렇게까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생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과학이 보여주는 사실들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다. 과학은 불확실한 세상에 정량적 신뢰를 부여하는 작업일 뿐이다. 과학이 우리의 가치를 결정하지는 못한다. 옳고 그름의 판단에 있어 과학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을지언정, 과학만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는 없다.







▲ 맥클린의 삼중뇌 이론은 실증적 토대를 갖추지 못한 채 지나치게 많은 것을 설명하려 한다. 언제라도 좋다. 한 과학자가 하나의 이론으로 너무나 많은 것을 설명하려고 할 때, 그를 의심하라. 

사랑은 인간적이지 않은가?

삼중뇌 이론이 두뇌를 '파충류<포유류<포유류<포유류<포유류<포유류<영장류'로 선형화/서열화 한다면, 스탠포드의 두 실험은 인간의 내재된 사악함을 드러낸다. 도킨스의 <포유류<포유류<영장류'로 선형화/서열화 한다면, 스탠포드의 두 실험은 인간의 내재된 사악함을 드러낸다. 도킨스의 <포유류<포유류<포유류<영장류'로 선형화/서열화 한다면, 스탠포드의 두 실험은 인간의 내재된 사악함을 드러낸다. 도킨스의 <포유류<영장류'로 선형화/서열화 한다면, 스탠포드의 두 실험은 인간의 내재된 사악함을 드러낸다. 도킨스의 <포유류<포유류<영장류'로 선형화/서열화 한다면, 스탠포드의 두 실험은 인간의 내재된 사악함을 드러낸다. 도킨스의 <포유류<영장류'로 선형화/서열화 한다면, 스탠포드의 두 실험은 인간의 내재된 사악함을 드러낸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의 토대가 된 빌 해밀턴의 '친족선택이론'은 인간의 유전적 친화도가 협동의 기본적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후 그의 이론은 '포괄적응도 이론'으로 발전되고, 게임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불가사의한 협동에 대한 여러 가지 가설들을 발표하고 있다.

분명 인간은 파충류의 본능과, 플라톤의 이성과, 유전자에 새겨진 이기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동을 수행하는 불가사의한 존재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통일이론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자들이 그런 노력을 경주하지 않는 건 아니다. 과학자들은 자연의 복잡함을 경외하면서 동시에 자연을 단순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하는 이율배반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스탠포드의 두 실험을 성악설의 기반이라고 생각해도 좋다면 성선설의 기반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혹은 그런 것을 찾아야만 하는 것일까? 삼중뇌 이론에서 감정이란 일종의 하등한 파충류와 인간이 공유하는 두뇌의 기능이었는데, 밀그램과 짐바르도의 실험은 바로 그 파충류 뇌의 잔인함을 보여준 것일까? 그러면 어머니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연인들의 사랑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

사랑에는 생물학적 기반이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사랑이란 그저 유전적 친화도로만 설명되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존재를 위한 부차적 표현형일까.

도덕과 진화심리학

도덕에 관한 논의는 원래 윤리학자들과 종교인들의 영역이었다. 과학이 도덕이라는 현상을 다루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그나마 대개 심리학자들과 진화학자들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진화심리학은 도덕에 대한 갖가지 설명을 시도한다. 예를 들어, 비서구사회에서 도덕성의 다양한 요소들이 골고루 발견되는 이유는 그 지역에 전염성 병원균이 많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2.

이 연구를 믿건 말건 그건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다. 전염병이 많이 창궐했던 지역일 수록 도덕성이 높다는 상관관계를 진화론적 인과관계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연구는 사회적인 계약과 관계를 통해서 라마르크식 진화의 형태로 고착화되는 문화의 영역과, 생존 혹은 번식과 연계되어 반드시 유전자에 각인되어야만 표현형으로 나타나는 다윈식 진화를 착각하기 쉽다.

필자가 진화심리학을 진지한 과학이라고 여기기 힘든 이유는 첫째, 같은 진화론적 패러다임 속에서 정초된 진화의학과 큰 괴리를 보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진화의학을 다루면서 진화의학의 기본적인 가정, 즉 '추월선상의 석기시대인'을 소개했었다. 그 가정에 따르면 우리의 유전체는 석기시대인으로부터 조금도 진화하지 않았지만,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급격하게 변했다. 많은 질병들(정신질환을 포함해서)이 이러한 불일치로부터 기원한다는 것이 진화의학의 기본테제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은 이러한 테제를 때로는 인정하고, 때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욱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우리의 심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면 진화심리학이 다루는 심리적 기제들이 석기시대인의 것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많은 심리학 연구와 마찬가지로 진화심리학은 상관관계를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인과관계적 설명으로 포장한다. 진화심리학을 심리학 연구보다 더욱 인과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다윈의 자연선택을 기반으로 하는 진화론이다. 진화론이 아니라면 많은 심리학 연구들처럼 진화심리학의 연구들도 결코 인과적일 수 없다.

진화심리학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이 있었고3 그러한 논쟁을 되풀이할 생각은 없지만 진화심리학이 인과적 설명만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자세한 설명은 피하겠지만 과학철학의 다양한 인과관계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아도, 개입실험(operational experiment)이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4이라는 점만 살펴보아도 인과관계란 그렇게 쉽게 입에 담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5.

생리학에서 진화론으로: 다미주신경 이론(Polyvagal theory)

너무나 무미건조해서 도저히 그 안에서 도덕의 생리학적 기원 따위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이론이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도덕의 진화론적 기원을 찾는 학자들의 저술에 이 이론은 등장하지도 않는다. 아마 생리학과 진화론의 두 전통이 가지는 간극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 이론의 저자는 자신이 계통분류학적인 자율신경계의 차이를 통해 진화론적 연구의 기반을 제공한다고 믿고 있다. 즉 생리학의 전통에서 연구중인 이 학자는 진화론에 손을 내밀고 있다는 뜻이다. 손을 잡지 않는 것은 반대편의 학자들이다.







▲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비서구사회에서 도덕성의 다양한 요소들이 골고루 발견되는 이유는 그 지역에 전염성 병원균이 많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미주신경 이론(polyvagal theory)'으로 불리는 스티븐 포지스(Stephen W. Porges)의 연구6는 자율신경계와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 경로에서 보이는 계통분류학적 차이에 주목한다. 복잡한 해부학 용어들과 신경생리학적 설명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이 무미건조한 이론은 언뜻 보면 우리의 일상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으로 지나치기 쉽다.

포지스의 연구는 다윈의 저서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에 대하여>7에서 명확히 설명되지 못한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그는 연구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윈에게 있어, 감정상태는 표정과 자율 조절 강도(autonomic tone) 사이의 공변성(covariation)을 반영한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상태를 기술하는 신경생리학적 기제를 상세히 밝히지 않았다. 최근의 신경해부학, 발생학, 그리고 신경계의 계통분류학적 지식들이 다윈에게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로서는 이러한 사실들을 알 수 없었다8.

다미주신경 이론은 미주신경(vagus) 혹은 10번째 뇌신경(10th cranial nerve)이라고 불리는 신경계와 중추신경계 사이의 상호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다윈도 이러한 관계를 알고 있었다.

심장이 영향을 받으면 두뇌에 영향을 미친다. 두뇌의 상태는 다시 미주신경을 통해 심장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방식으로 흥분 상태에서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두 기관이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9.

또한 다미주신경 이론은 미주신경이 계통분류학적으로도, 기능적으로도 세 종류로 구분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포지스 자신의 연구뿐 아니라 다윈 이후 지속된 비교신경해부학자들의 연구결과에서 도출된 것이다. 미주신경에 의해 조절되는 하부신경계는 계통분류학적으로 정렬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각각 행동양식에 연결되는 특징을 갖는다.

첫째, 얼굴 표정이나, 발성, 청취와 같은 사회적 의사소통 체계가 있다. 둘째, 싸움-도피(fight-flight) 등과 관계된 가동성(mobilization) 체계가 있는 반면, 셋째, 죽은 척하기 등과 관련된 비가동성(immobilization) 체계가 있다. 얼핏 생각하면 맥클릭의 삼중뇌 이론을 떠올리게 하지만 포지스가 다루는 영역은 미주신경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미주신경에만 한정을 짓더라도 맥클린에게서 파충류뇌라고 불렸던 부위의 아주 일부조차 진화적 계통수를 가지게 되고, 그 중 일부는 고등생물에게나 존재한다는 사회적 의사소통과 관련 있게 된다. 삼중뇌 이론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뜻이다.

사회적 의사소통과 관련된 체계는 현명한 미주신경(smart vagus)라고도 불리는데 수초(myelin)로 된 신경다발을 포함한다. 이 신경계는 일반적으로 교감신경의 심장에 대한 영향을 억제해서 평온한 행동상태를 만드는데 기여한다. 수초는 잘 알려진 것처럼 신경전달 속도를 빠르게 하는 물질로 신경세포의 축삭(axon)을 감싸고 있다. 포유류에서만 수초화된 미주신경이 발견된다.

가동성 체계는 일반적으로 교감신경계의 기능에 의존적이다. 계통분류학적으로 가장 원시적인 비가동성 체계는 비수초화(unmyelinated) 되어 있는 미주신경계로써 대부분의 척추동물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이와 같은 세 종류의 신경회로는 안전, 위험,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단서에 대한 적응을 위해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1882년 영국의 신경학자 허글링스 잭슨(Hughlings Janckson)은 '해체의 원칙(Principles of Dissolutin)'이라는 가설10을 발표한다. 잭슨에 따르면 계통분류학적으로 고등한(최근의) 신경회로가 하등한(오래된) 신경회로를 억제하며, 고등회로가 기능을 상실했을 때, 하등회로가 흥분하기 시작한다11. 잭슨은 두뇌 손상이나 뇌질환을 설명하기 위해 가설을 사용했지만, 다미주신경 이론은 잭슨이 제안한 '해체의 원칙'의 신경생리학적 기반을 제공한다.

주변 환경이 안전하다고 여겨질 때는 수초화된 미주신경계에 의해 자율신경계가 지배된다. 따라서 심장 박동은 느려지고 폭력적 행동이 억제된다. 또한 수초화된 미주신경은 진화과정에서 뇌간의 신경핵(NA)과 연결되었는데, 이 부분은 얼굴 표정과 머리의 근육을 조절한다. 안전한 환경은 몸의 상태와 행동이 사회적 의사소통과 관련된 미주신경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 주변환경이 위험해지면 다른 신경회로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만약 이런 환경에서도 가장 최근에 진화한 미주신경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면 오래된 신경회로는 억제된다. 중요한 것은 미주신경과 중추신경계의 상호작용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의사소통을 위한 회로가 가장 먼저 사용되고, 이 회로가 안전을 보장하는 데 실패할 경우 순차적으로 다음 회로들이 사용된다.

신경지(Neuroception)

따라서 미주신경계의 미시적인 계통분류학적 해부도와 그 기능에 대한 연구로부터 변화하는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포유류의 신경회로가 진화한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계통분류학적으로 정렬되어 있는 세 종류의 미주신경계는 환경에 방어적으로 대처하는 행동으로부터 사회 구성원들과의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는 행동으로의 변화를 손쉽게 한다.

결국 환경으로부터 얻는 감각정보와 내장기관으로부터 얻는 감각정보가 위험을 감지하고 평가하는 지표가 된다. 미주신경계에 의해 유지되는 이러한 인지과정은 의식적인 사고를 요구하지 않는다. 포지스는 '신경지(Neuroception: Perception 즉, 인지라는 말과 상응하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신경지란 인지와는 다른 자율신경계의 무의식적인 반응이다.

다시 프로이드가 떠오른다면 그건 틀렸다. 다미주신경 이론은 프로이드가 원초아 혹은 무의식이라고 불렀고, 맥클린이 파충류뇌라고 불렀던 바로 그 하등하고 원시적인 부분에서도 극히 일부를 다루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지하는 신경지는 환경으로부터만 단서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가동성 미주신경계는 내장기관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내부의 상태가 위험의 감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약 내가 몸이 매우 아픈 상태라면 주변이 아무리 안정적이라 해도 사회적 의사소통과 관련된 미주신경계가 가동성 미주신경계를 억제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우리의 일상경험과도 배치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설명이다.

좋은 이론을 만드는 법

다미주신경 이론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적용될 수 있다. 아동심리학에서는 자폐증을 비롯한 발달장애와 더불어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주의력 결핍증후군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 포지스는 무미건조한 논문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물론 그의 홈페이지12에는 접촉치료와 관련된 몇 가지 연구들이 게시되어 있지만,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점이 아니다. 이론이 어떻게 구성되고 적용되는가의 문제에서 포지스의 이론은 맥클린의 삼중뇌 이론과 확연하게 다르다.

과학이라는 지식체계에서 이론은 필수적인 부분이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들이 존재해도 그것만으로는 과학이 완결되지 않는다. 과학은 이론과 데이터들의 연결과정 속에 존재한다. 허무맹랑한 이론들에 대해 조소를 날리면서도 과학자들은 반드시 검증 가능한 혹은 반증 가능한 이론을 구성해 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학자들 앞엔 도저히 정리가 불가능한 산더미 같은 데이터들이 산적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프로이드류의 정신분석과 거리를 두기 위해 정신의학이 택한 길은 이론 없이 수 많은 사례들을 개별적으로 다루는 전략이었다. 비록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치료방법을 제시할 수는 있었지만 지나친 이론에 대한 폄하도 과학을 과학답게 만들지 못했다. 따라서 좋은 이론을 선별하고, 이론의 적용가능성을 타진하고, 이론이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을 구체화 하는 작업이 중요하게 된다.

맥클린의 삼중뇌 이론은 구체적인 실증적 연구기반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다. 반면 포지스의 다미주신경 이론은 철저한 신경해부학과 계통분류학적 결과들에 기반하고 있다. 이는 두 학자의 논문을 살펴보면 금새 드러난다. 실제로 포지스의 논문들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신경해부학 논문들이고 맥클린은 그의 이론을 주로 저서를 통해 발표해왔다.






▲ 다미주신경 이론(Polyvagal Theory)은 얼핏 보면 삼중뇌 이론에 비해 그다지 섹시해보이지 않는다. 이 이론을 다루는 논문들은 전문적인 해부학 용어들로 가득차 있고, 저자는 이론의 적용에 대해서도 그다지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론이 건설되는 과정과 이론의 토대에 있어 삼중뇌 이론과 다미주신경 이론은 확연히 다르다. 

맥클린의 이론은 사태를 지나치게 단순화했다. 비록 포지스가 단 한번 맥클린의 삼중뇌 이론을 언급하고 있지만13, 포지스의 이론에서 다루는 미주신경계와 중추신경계의 복잡한 상호작용은 뇌의 기능들을 단순하게 구획하려는 맥클린의 시도와는 다르다. 이는 맥클린이 지나치게 이론적으로 사태에 접근함으로써 실증적 구체성을 상실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포지스는 그 반대방향에서 접근했다.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사례들을 바탕으로 포지스는 진화론의 아이디어를 접목했다. 어느 방향의 연구방법이 토대가 튼튼한 과학을 만드는 것인지는 결국 과학자들에 의해 판단될 테지만, 독자들도 쉽게 결론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은 결국 아무 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이론은 자신의 분수를 알 때에만 아름답게 마련이다.

다윈의 유전학, 진화심리학의 생리학

이론의 우위에 대한 이런 착각은 과학의 분과다양성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 많은 이론 물리학자들이 '통일장 이론'을 꿈꾸고, 이를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성취되어야 할 목표라고 여긴다. 물리학에서 그건 일종의 미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과학 분과들은 사정이 다르다. 분석의 각 수준에서 작동하는 인과적 기제들이 각기 다른 이론들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하나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단 하나의 이론만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론의 설명영역을 제한하는 일은 물리학을 제외한 다른 분과 학문에서는 필수적인 일이다.

예를 들어 다윈의 자연선택이라는 기제는 유전 가능한 형질들의 변이가 환경에 적응되는 과정을 다룬다. 따라서 형질은 유전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다윈의 이론은 형질이 유전되는 기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멘델과 다윈의 종합이 엄청난 논쟁과 암투로 점철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멘델의 재발견에 의해 유전학이 정초되었다고 해도, 고전유전학은 분자수준에서의 유전에 관해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다.

그것이 모투 기무라나 주크, 킹 등이 중립진화설을 주장하고 근대종합의 기수들과 갈등했던 이유다. 과학의 기제에 대한 설명은 중층적이고 각 수준마다 설명하고자 하는 영역이 제한되어 있다. 맥클린의 삼중뇌 이론은 바로 이 이론의 '영역 제한성'을 위반했다.

신경생리학과 해부학의 전통에서 시작된 포지스의 연구는 다양한 영역에서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신의학에서는 포지스의 이론에 매우 환대적인데 반해, 진화심리학에서 포지스를 언급하는 학자는 아직까지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14.

필자의 좁은 소견으로 포지스의 이론은 진화심리학이 갖지 못한 생리학적 기반까지를 갖춘 진정한 진화심리학으로 보인다. 아무리 생물학이 하나가 아니고, 심리학에도 다양한 전통이 존재한다지만, 생리학적 기반이 존재하지 않는 진화심리학 연구는 얼마나 반증 가능한 것일지 고민해봐야 한다. 다윈에게 멘델의 유전학이 절실했듯이, 진화심리학이 더욱 견고한 과학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경생물학과의 종합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심장이 뛰는 이유

포지스의 이론을 조금 과장해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포지스의 이론은 평범한 사람들이 왜 법 없이도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이 될 수 있다.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미주신경은 평상시엔 폭력이나 흥분과 관계된 미주신경을 억제하고 있다. 신경지에 의해 주변 환경이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한 평범한 개인들은 일탈행동을 하지 않는다.

역으로 사회적 관계가 무너지고 환경이 위험해진다면 언제든 인간의 폭력적 성향이 드러날 수 있다. 사회가 불안할 때마다 개인간의 의사소통이 힘들어지고 개인들이 폭력적으로 돌변하게 되는 생리학적 이유도 이런 식으로 설명될 수 있을지 모른다.







▲ 김우재 UCSF 박사후연구원 
포지스의 이론은 안정된 미주신경계를 통해 평온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범죄자 개인을 비난하고 한 개인의 비도덕적 행위를 비난하는 일은 쉽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주변 환경에 집중하는 일은 어렵다. 다미주신경 이론은 우리의 신경계가 지극히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신경지가 환경이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때 나타나는 폭력적 상태는 실은 진화적인 생존본능에 불과함을 보여주고 있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개인에, 진보적인 사람들은 시스템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포지스의 이론은 유전적으로 평균적인 사람들의 행동을 판단하고자 할 때, 환경 단서와 맥락을 고려하라고 말한다. 만약 이론을 조금 철학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면 말이다.

나아가 포지스의 이론은 환경 뿐 아니라 우리 몸의 상태가 신경지에 미치는 생리적 기제도 드러내준다. 몸의 상태가 어느 미주신경에 의해 몸이 지배될지를 결정하는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과 몸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개인의 자율신경계의 상태가 결정된다. 심장질환이나 고혈압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쉽게 짜증을 낼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은 위험을 감지하는 신경지의 역치가 보통 사람들보다 낮을 것이다. 따라서 안정된 환경을 제공하려는 노력도 치료에 포함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특히 환경에 민감하다. 환경에 대한 신경지는 경험에 따라 유연한 대처능력을 얻을 수 있지만 아이들은 아직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의 건강한 심리상태를 위해 극진한 보살핌이 요구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들의 미주신경을 따라 그 사랑에 반응한다.

인간의 한 측면만을 바라보게 만드는 과학은 좋은 과학이 아니다. 스탠포드의 감옥 실험은 실은 인간에게 내재된 잔인함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심리상태가 얼마나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는지를 보여준 것일지 모른다.

비록 필립 짐바르도는 '영웅'이 되는 심리기제도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영웅주의를 주장하지만, 필자는 오히려 그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행동양식 속에서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악인과 영웅이라는 이분법에 갇히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구성하는 사회와 그 사회가 만들어내는 시스템 속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당장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따뜻하게 안아주라"는 것이 다미주신경 이론의 골자라고 말한다면 필자도 이론을 과장하는 오류를 저지르는 것일까?





1. 관심 있는 독자들은 다음의 책들을 참조하라. 행동경제학은 이미 오래 전에 등장했으며 경제학의 기본토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인간은 합리적으로만 판단하지 않으며 그럴 수도 없다. <야성적 충동: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Animal Spirits)>, 로버트 J. 쉴러, 조지 애커로프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행동 경제학>, 도모노 노리오, 지형, 2007.

2. <도덕은 본능이다 2>, 전중환, 크로스로드, 5권 2호, 2009.02

3. 가장 간단하게는 딜런 에반스의 만화책 <진화심리학>을 참고할 것.

4. 이에 관한 논의는 복잡해지지만, 가장 간단한 언급으로는 다음을 참고할 것. <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은행나무, 2008. p28 "관찰은 자연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지만 아무리 환자를 관찰해도 연구에 진전이 없는 경우가 있다. 관찰함으로써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는 있어도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디. 인과관계는 개입 실험을 통해 비로서 밝혀진다."

5. <도덕은 본능이다 2>, 전중환, 크로스로드, 5권 2호, 2009.02

6. 포지스의 다음 논문들을 참고할 것. Porges, 1995 S.W. Porges, Orienting in a defensive world: mammalian modifications of our evolutionary heritage. A polyvagal theory, Psychophysiology 32 (1995), pp. 301–318; Porges, 1997 S.W. Porges, Emotion: an evolutionary by-product of the neural regulation of the autonomic nervous system,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807 (1997), pp. 62–77; Porges, 1998 S.W. Porges, Love: an emergent property of the mammalian autonomic nervous system, Psychoneuroendocrinology 23 (1998), pp. 837–861; Porges, 2001 S.W. Porges, The polyvagal theory: phylogenetic substrates of a social nervous system, International Journal of Psychophysiology 42 (2001), pp. 123–146; Porges, 2003 S.W. Porges, Social engagement and attachment: a phylogenetic perspective,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1008 (2003), pp. 31–47: 간단한 리뷰를 원하는 독자들은 2009년에 발표된 포지스의 다음 논문으로 충분할 것이다. The polyvagal theory: new insights into adaptive reactions of the autonomic nervous system. Porges SW. Cleve Clin J Med. 2009 Apr;76 Suppl 2:S86-90. Review.

7. 번역서가 나와 있다.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에 대하여>, 찰스 다윈, 서해문집, 1998

8. , Carol Sue Carter,I. Izja Lederhendler,Brian Kirkpatrick, p65

9.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에 대하여>, 찰스 다윈, 서해문집, 1998

10. Jackson, 1882 J.H. Jackson, On some implications of dissolution of the nervous system, Medical Press and Circular 2 (1882), pp. 411–426.

11. Jackson JH. Evolution and dissolution of the nervous system. In: Taylor J, ed. Selected Writings of John Hughlings Jackson. London: Stapes Press; 1958:45–118.

12. http://stephenporges.com/

13. 포지스의 논문에선 맥클린이 언급되지 않는다. 다른 저자들과 공저한 책의 결론 부분에서 맥클린이 잠깐 언급된다. , Carol Sue Carter,I. Izja Lederhendler,Brian Kirkpatrick, p78

14. 필자는 아직까지 찾지 못했는데, 찾은 독자들이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란다.






김우재 UCSF 박사후연구원 | korean93@postech.ac.kr


저작권자 2010.04.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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