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고전읽기

2010.01.09 16:56

요란한 인사

조회 수 2656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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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입 인사 올립니다. 이번 달 인문고전읽기 모임에 꼽사리 낄까 하는데, 껴도 되겠죠? 16일에 액면인증 하러 정독도서관으로 향하겠습니다. 부디, 껴주세요.




# 2


사마천의 『사기 본기』를 읽기 전에, 제 블로그에서 ‘사마천’을 검색해 봤더니 7개의 항목이 나오네요.


역사의 혼 사마천 - 2004.12.02
- 천퉁성의 『역사의 혼 사마천』(이끌리오)을 읽고 쓴 독후감. 사마천의 생애를 기록한 평전을 꽤 흥미롭게 읽음. 벌써 5년이 훌쩍.
“굴욕, 비굴, 수치, 모욕 등은 다소 상대적인 가치일 수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그 무엇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것을 찾는 여정이 젊음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것을 찾은 이후의 생은 소명을 위해 굴욕, 비굴, 수치, 모욕 등의 상대적 가치를 하나씩 포기해가는 시간이 아닐까?”



2004년, 몇 가지 기억되는 이야기 - 2005.01.01
- 2004년을 마무리하면서 개인적으로 꼽은 몇 가지 장면들에 대한 기록. 『역사의 혼 사마천』이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나에게 2004년 키워드로 남음.
“사마천에게 있어서 역사서 저술은 아버지로부터 부여받은 소명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모욕을 참고 견디며 소명을 위해 살았습니다.”



이산 열국지 (7) - 2005.05.19
- 2005년 『이산 열국지』(신서원)을 읽고 쓴 독후감. ‘죽어야 할 명분’이라는 게 있다는데 주목하면서 사마천을 떠올림.
“사마천을 떠올리게 된다. 환관의 치욕 속에서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생을 지탱한 그는 흔들리지 않는 명분으로 살아갔다.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는 절대 기준을 중심으로 그 외의 명분들을 벗어던졌다.”



자살할 권리와 살아야 할 의무 - 2007.03.29
- 읽은 책들 가운데서 몇 권을 선정하여 어딘가에 소개하며 쓴 글. ‘죽어야 할 명분’은 ‘자살할 권리’로 이어지고 ‘살아야 할 의무’에 대한 견해로 나아감.
“사마천이 꾸역꾸역 생을 유지하며 살았던 것은 (…)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는 소명 때문이었습니다. 비참하지만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투철한 소명 의식은 거룩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사기 열전 1 - 2009.02.03
『사기 열전』(민음사)을 읽고 쓴 독후감.
“그가 기록한 역사에는 사마천 개인의 논평이 곁들여 있기에 자신이 처한 상황의 반영일 수도 있어서 그런지, 나는 기록된 인물보다는 기록한 인물인 사마천을 더욱 주목하게 된다.”



사기 열전 2 - 2009.02.06
마찬가지로, 『사기 열전』을 읽고 쓴 독후감.
“사마천의 생애가 남 보기에 부럽고 그렇지는 않았음을 볼 때 ‘삼가며 새겨 두자!’라는 자기 다짐은 사실 앞에서의 겸양일 것이다. 진리를 전유할 수는 없지만, 삼가며 새긴다면 역사는 공정한 배움의 터가 될 수 있으리라.”



초한지 1 - 2009.11.21
요즘 계속해서 읽고 있는 이문열의 『초한지』(민음사) 1권을 읽고 쓴 독후감. 『열국지』와 『삼국지』 사이에 『초한지』를 놓으면서, 『사기』를 곁줄에 위치시키는, 나 홀로 독서 계보도.
“『초한지』는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한 진(秦)나라의 진시황에서 시작된다. 그보다 더 오랜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 전사(前史)가 소개되고 있기도 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은 진시황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내 독서 이력을 기준으로 자리 매김을 한다면, 『이산 열국지』와 다양한 버전으로 읽은 『삼국지연의』 사이에 놓이고, 사마천의 『사기열전』 정도가 그 옆자리를 스쳐갈 것이다.”



이런 이력 위에 사마천의 『사기 본기』를 얹을 기회가 생겼네요.





# 3



『사기 본기』를 읽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5년 전에 『역사의 혼 사마천』을 읽고 쓴 독후감을 약간 수정해서 올립니다.



***



중국 전한시대(前漢時代)의 역사학자, 사마천(司馬遷). 중학교 역사 교과서 즈음에 등장하는 인물이었지 싶다. 그리고 그의 저서 『사기(史記)』. 중학교 교육에서 요구하는 수준은 사마천과 사기를 연결시킬 수 있으면 되는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다음 중 사마천의 저작은 무엇인가?


1)시경 2)서경 3)사기 4)백북 5)춘추



아마 그 때 나는 이걸 할 줄 몰랐던가 보다. 사마천과 사기를 연결시켜야 하는, 중학교 교육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부족했던지 내 역사 성적은 바닥 딱딱한 줄 모르고 곤두박질치고 있었으니. 그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 바닥 딱딱한 줄 모르던 나에 대한 얘기는 일단 접어놓고 사마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사마천에 대해서 논하시오.



공자는 『춘추(春秋)』를 써서 당대의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500여년의 시간이 흐르고 사마천의 아버지인 사마담은 역사서를 쓰고자 하는 뜻을 품는다. 그러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역사서 저술은 가업(家業)이 되어 사마천에게 넘겨진다. 공자 이후의 시대인 만큼, 중국은 충효(忠孝)를 바탕으로 한 유교 윤리가 지배하고 있던 사회인 것을 감안하면 아버지의 뜻을 아들이 있는 것은 천륜(天倫)에 해당한다. 사마천은 아버지 사마담의 뜻을 자신의 소명으로 알고 열공(‘열’심히 ‘공’부)한다.



그러면서 한무제(漢武帝) 근처에서 얼쩡거리다가 자신이 생각한 바를 사실대로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즉 입 바른 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궁형(宮刑)에 처해진다. 궁형이라 함은 소위 말하는 거세(去勢)를 말한다. 즉 남자 구실을 못하게 되는 처벌이기에 입신(立身)의 꿈을 품고 있는 사마천에게는 치명적인 처형이었다.



당시 장수는 전장에서 죽는 것을 천자에 대한 충성으로 알고 있었기에 비굴하게 살아 돌아오는 것은 수치로 여겨지기도 했다. 사마천이 비록 무사(武士)는 아니었다지만 환궁(還宮)의 처지로 살아남는다는 것은 커다란 수치였던 것이다. 수치와 모욕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게 된 사마천은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도 했지만 결국 그는 비굴한 생을 살아가기로 한다. 이유는? 공자의 『춘추』에 버금가는 역사서를 저술해야 한다는 소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마천의 기록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제가 모욕을 참고 견디며 살아남아 더러운 흙 속에 뒹굴면서도 목숨을 버리지 않았던 까닭은,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다하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함이었으며, 죽은 후에 내 문장이 세상에 나오지 못할까 두려워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임안에게 보내는 편지」 부분)



수염을 잃고 밋밋한 얼굴의 그의 초상은 그가 살아낸 비굴한 생(生)을 생생(生生)히 보여준다. 지금이야 다들 열심히 면도를 하고 다니는 시절이라 밋밋한 얼굴을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지만 당시의 시대 분위기를 감안하면 밋밋한 그의 얼굴은, 본인에게 수치를 드러내는 그 무엇이며 타인에게는 범접하는 것만으로도 수치스러운, 수치(羞恥)의 극치(極致)를 보여준다.



사마천의 생애를 다루고 있는 『역사의 혼 사마천』을 읽으면서 소명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굴욕, 비굴, 수치, 모욕 등의 부정적인 온갖 것들을 무릅쓰고서라도 이뤄야 할 그 무엇, 그것이 소명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내게 어떠한 소명이 있는가? 내가 직면하게 될지도 모를 굴욕, 비굴, 수치, 모욕 등의 부정적인 온갖 것들을 무릅쓰고서 내가 이뤄야 할 그 무엇은 무엇인가?



굴욕, 비굴, 수치, 모욕 등은 다소 상대적인 가치일 수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그 무엇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것을 찾는 여정이 젊음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것을 찾은 이후의 생은 소명을 위해 굴욕, 비굴, 수치, 모욕 등의 상대적 가치를 하나씩 포기해가는 시간이 아닐까?



소명을 얻기 위한 젊음, 소명을 얻는 기쁨, 그리고 소명을 이뤄가기 위한 과정에서의 자기 부정. 그리고 소명의 성취까지.



사마천의 아버지 사마담이 품은 뜻, 그 뜻을 소명으로 알고 절망 가운데서도 생을 지탱시키며 한걸음씩 나아간 사마천의 생애를 들여다보면서 나를 돌아본다. 굴욕, 비굴, 수치, 모욕 등을 견뎌내고 내게 주어진 소명을 이룰 수 있을까? 그 전에 내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라도 할까?



다시 묻자. 다음 중 사마천의 저작은 무엇인가? 주어진 보기 가운데서 답을 찾지 못했더라도, 사마천 대해서 논하시오. 여기에 백지 답안을 제출할 수밖에 없더라도, 살아보자.





# 4



액면인증도 하기 전에 긴 게시물 남기면서 너무 들이대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서 소심증이 발동하네요. 다시 한 번 인사, 반갑습니다. 반겨주시면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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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혜정 2010.01.09 16:56
    성의있는 인사글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다음 주에 꼭 뵙길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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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10.01.09 16:56
    요란하긴요, 백북스다운 인사글입니다.
    강혜정 총무님께서 잘 챙겨주실겁니다. ^^
  • ?
    최한웅 2010.01.09 16:56
    만나서 반갑습니다..
    정독도서관에서 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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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모 2010.01.09 16:56
    환영합니다...^^ 즐겁게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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