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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5 01:23

개발자 파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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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샬 버만은 파우스트를 세가지 변신으로 추적한다

첫째 꿈꾸는 몽상가로서, 둘째는 연인으로서 세 번째는 개발자로서의 변신이다


그 중 괴테의 세계에서는 부수적일 뿐인 ‘개발자 파우스트’는 현대라는 역사 속에 더욱 중요성이 부각된다고 보고있다. 버만은 현대 이후, 시대의 조류에 따라 하나의 상징으로 반복 출현하고 있는 파우스트를 그려내고 있다.

(이하 마샬버만의 파우스트의 에필로그에 대한  요약입니다)





괴테 자신의 시대, 1820년 대 후반의 유럽은 급진적인 유토피아적 꿈의 시대였다. 사회주의 라는 신조어가 나왔으며 생시몽주의운동은 대규모 스케일의 원대한 개발 프로젝트들을 제안하였다. 괴테자신도 거대한 운하건설 프로젝트를 구상하였고, 파우스트를 통하여 그 비전으로 제시하고 실현시켰다.





개발에 관한 괴테의 아이디어와 희망을 담은 ‘파우스트식 모델’은 개인적 세력과 공적 세력 모두를 종합하려고 하였다. 개인적 세력이란 힘든 노동을 실천하고 있는 노동자이며, 공적세력은 전체적인 노동을 지휘하는 계획자로서 파우스트로 상징된다. 현대적인 지성인은 물질적이고 기술적이며 정신적인 자원을 모두 하나로 종합할 수 있으며 그러한 자원을 사회생활의 새로운 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 이 모델에 의하여 현대 지성인-즉 개발자는 세계사에서 중요한 지도자의 역량을 담당하게 된다.





20세기 자본주의 세계에서 개발은 오직 그 자체만의 개발만을 의미하게 된다.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는 당국의 권위로 모아지면서 공적이고 개인적인 세력의 균형을 변화시켰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파우스트식 개발이 똑같은 잠재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들 저개발 국가의 개발은 민중에 대한 체계적인 억압을 의미하게 된다. 생산력을 위하여 민중의 노동력을 마지막 한방울 까지 쥐어짜고, 불필요한 극도의 파괴행위가 자행되었다. 스탈린 시대의 개발사업은 그 잔혹성과 불합리성으로 인해 파우스트식의 프로젝트가 아닌 사이비 파우스트의 무법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이비 파우스트식 개발은 제3세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능력이나 정치적 감성도 없이, 자신의 과대망상증과 잔혹성을 구체화 하는 거창한 프로젝트들을 통해서 수백만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개발한 것이라고는 통치자의 권력만을 키었을 뿐이었다. 이러한 사이비 파우스트는 북경에서 테헤란 까지 범세계적으로 뻗어나가며 보상할 수 있는 어떠한  발전도 없이 고통과 불행만을 야기시켰다.





산업적으로 좀 더 발전 국가에서는 파우스트는 어떠했을까?


파우스트는 한순간에 집착하게 되면 목숨을 잃게 된다.


“멈추어라, 그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발전을 쉬는 순간은 파멸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아무리 산업이 고도로 발전된 지역에서 조차 끊임없이 더욱더 발전하도록 부추기는 노이로제가 된다. 필레몬과 바우키스가 되지 않기 위해서 끊임 없는 발전에 대한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이러한 노이로제는 산업국가의 신화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전 세계는 어마어마한 황폐화를 초래하게 되었다. 





1960년대에 이르러 파우스트적 능력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풍요로움을 창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자신의 성공으로 인해서 파우스트식의 인간은 자신을 역사적으로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현대적인 경제발전과 사회개혁은 그 발전과정의 끝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파우스트에 의해 풍요로워진 세대들은 더 이상 행동이나 성취, 욕구 등을 느끼지 못하고, 여가시간을 육체적인 쾌락에 소진시켜버리며 히피들을 탄생시킨다.





1970년 대 에너지 위기를 겪으며, 과학과 기술에 의해서 인간은 새로운 불안의 시대로 내던져 졌다. 생물학적인 전쟁과 유전공학의 공포는 파우스트식 죄악과 탐욕으로 치부되었고, 파우스트는 우리를 파국으로 이끈 악마로 나타나게 되었다.


환경학자들과 반 성장론자들은 파우스트를 아무런 회의나 걱정도 없이 만족할 줄 모르는 확장만을 위해 전 세계를 파탄에 몰아 넣을 수 도 있는 ‘성장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나 버만은 이러한 비난에 대하여 파우스트에 대한 잘못된 왜곡으로 본다. 반성장론자들이나 소프트 에너지 사용과 같은 환경론자 들의 계획이나 비전 조차도 그것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권력에 대한 근본적인 재분재가 있어야만 한다고 본다.





현대의 파우스트적 신화는 핵과학자들에서 나타난다. 과학에 대한 낙천적인 비전이 지배적이던 전후 시대에  몇 몇 과학자들은 죄책감과 불안, 고통과 모순에 의해서 비롯된 과학과 기술의 파우스트식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핵무기와 핵전쟁의 위험에 대해서, 핵실험 제한과 감시 통제를 위해서 파우스트식 인식을 생생하게 유지했고  이러한 파우스트적 인식이 인류의 생존을 조직하는데 탁월하게 창조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최근에 핵에너지에 대한 논의에서 파우스트는 새로운 변신을 야기한다.


와인버그는 핵과학자들이 사회에 대해서 파우스트 식의 협상을 했다고 했다. 즉 과학자들이 핵이라는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한 만큼, 사회는 그에 대한 대가로서 사회제도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협상의 결정권은 핵과학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즉 우리 모두에게 있다. 우리들의 발전의 책임을 그 어떤 전문가 집단에게 전가시킬 수 없다. 현대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우리의 발전과 성취에서 비롯되는 인간적인 대가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현대적인 삶의 근본적인 사실 중의 하나는 우리 모두가 오늘날 ‘긴머리 소년들’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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