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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화 되고 교리화 되기 이전의 원시 기독교 혹은 원시 불교를 접할 때 우리는 그 단순함과 소박함에 매료된다. 어쩌면 종교화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세속화 되었다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타협하지 않고 정통의 순수함만을  고집할 경우 오히려 이단시 되고 만다.

 


오랫동안 동아시아를 지배 해온 유, 불, 도의 사상 중 유학은 과거시험제도를 통해 관료가 되어 정치를 장악함으로써 역사의 주류가 됨과 동시에 그들에 의해서 역사가 씌여진다. 유가들이 다 중앙정부나 학계에 진출함으로서 바야흐로 공자가 두목이 된 것이다.





왜 유학이 중국에서 패권을 차지했나?  그것은 중국이 직접지배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는 데 있을 것이다. 결국 각 지역의 호족들을 통하여 지배해야하는데 호족들의 기득권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이데올로기로 유학이 최고였던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학은 주희에 의해서 후에 너무나 형이상학화 된 유학이다. 조선 500년을 지배해온 이 주자학으로 인해서 어쩌면 우리는 공자의 원시 유학을 제대로 읽을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주자에 의해서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이라는 사서가 확정되었지만 사상적으로는 맹자가, 더구나 주희가 진정한 공자의 직계인지조차 의심스러운 면도 있다.





아무튼 유학은 체면과 가족주의 밖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고 할 만큼 유학에 냉소적인 이 시대에 오직 공자의 어록만으로 원시 유학을 읽고 해석하는 것은 신선하지만 이미 관념에 오염된 우리의 사고는 순수한 독해를 방해할 수도 있다. 유학에서의 성인, 혹은 교주로서 우상화된 공자를 지워버리고 순수하게 그 시대 한 인간으로서의 공자를 바라보자.





“ 공자 왈 : 젊었을 때는 혈기가 안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성교를 경계하고, 장성했을 때는 혈기가 강하므로 싸움을 경계하고, 늙었을 때는 혈기가 약하므로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





이것은 성교를 하지 말고, 싸움을 하지 말며, 탐욕을 버리라는 금욕적인 말이 아니다. 어쩌면 청년기에는 성교, 장년기에는 경쟁을 통한 출세, 그리고 늙어서는 부가 그 나이 발달과업임을 인정한 것이다. 열심히 하라는 것이다. 다만 너무 거기에 너무 지나치지만 말라는 가벼운 경고 일 수 있다. 그러니 공자가  “40세나 50세가 되어도 명성을 얻지 못한다면, 그사람을 존경할 필요가 없다”고 하질 않는가. 공자는 출세와 성공, 그리고 부와 성교까지 모두 좋아했다. (비록 자신은 이루지 못했지만)





공자의 학문은 지식과 윤리의 성장 뿐 아니라, 신체의 성장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영역으로 정의 된다. 그러기 위해 여섯가지(음악, 시, 춤, 예절, 활쏘기, 말타기) 기예를 모두 닦아야 한다고 한다. 유학하면 앉아서 글만 읽는 서생을 생각했는데 그 시대에 전인 교육이라니 이 얼마나  선구적인가?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그 당시의 나라는 천 호 내지 만 호 정도로 오늘날 큰 동네수준 할 수 있다. 그 당시 관료들은 행정을 위해서 글, 즉 시를 쓸 수 있어야 하고, 여차하여 옆 동네에서 싸움을 걸어오면 나가서 전투를 해야 하므로 활쏘기와 말타기가 필수 였으며, 제례를 위해서 음악을 알아야 했다. 즉 이것은 관료가 되기 위한 고시 공부였다. 공자가 말하기 전에도 출세를 위해 누구나 하고 있는 학문이었다. 그런데 공자가 혁명적인 것은 이것이 인간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최초로 말했다는 것이다. 즉 행위에 의미부여를 한 것이다.


 


 어떤 행위를 할 때 그것이 나를 위해, 그리고 사회를 위해 어떤 의미인지 자각하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향원에 대해서는 강하게 거부감을 표시한다. 향원은 다른 사람과 잘 동화되고, 더러운 세상과도 잘 어울리며,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고, 스스로도 자기가 정의롭다고 여긴다. 그러나 오직 출세지향만 있을 뿐 자신과 사회에 대한 자각이 없다는 것이 공자의 비판 원인이다.





극기복례. 나를 이기고 예를 실천해야 인(仁)이 된다.


공자가 말한 인과 예는 어떤 의미였을까? 이것은 어쩌면 선비의식, 귀족적 의식의 발로인지도 모른다. 귀족적 매너, 에티켓, 품위 있음, 우아하게 살기 위해서 몸에 익혀야 하는 것들. 그럼으로서 나는 시정잡배가 아닌 귀족으로 구별됨. 현대식으로 말하면 고급 문화와 교양의 위상과 유사하지 않을까. 대중음악 보다는 오페라를 듣고, 골프를 치고, 다방 커피 보다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심으로서 느끼는 정신적 우월감 같은 느낌! 





공자에게 학문이란 자기반성을 포함하는 총체적 지식이다. 추상적인 앎이 아니라 지식이 몸에 까지 부여되어 체화된 것이다. 즉 지행 합일! 스승은 엄격한 도덕성과 인격성이 요구된다. 스승은 이론이나 테크닉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 사표가 되는 사람이다. 공자는 그러한 스승이었다.





허구헌날 전쟁이 일어났던 춘추전국 시대에 주나라 왕조를 그리워하며 그 시대로 다시 복귀하고 싶어했던 공자는 어쩌면 시대착오적 인물이다. 왕 들이 강력한 부국강병책을 원할 때 공자는 뜬금없이 예를 부르짖으며 계속 돌아다니지만 한 번도 등용되지 않는다. 공자는 왕들에게 끊임 없이 구애하였고 그만큼 좌절하였을 것이다.


인간 공자의 장점은 아마도 이러한 불굴의 끈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좌절 속에서도 헛된 자기 위안에 빠지지 않고 끊임 없이 노력했던 공자. 그것이 살아서 한번도 등용되지 못했던 공자가 그 후 2000년을 살아 남게 된 아이러니한 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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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원 2009.01.19 07:20
    공감되는 애기가 많네요.. 잘 보았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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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혜정 2009.01.19 07:20
    글 잘 읽었습니다...^^ 전인교육은 시대적 요청과 상관없이 개인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서라도 꼭 행해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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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경 2009.01.19 07:20
    지난번 모임때 본 내용이 하나로 압축되어서 머릿 속에 쏙 들어옵니다. 역시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읽은 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여 글로 표현하는 것도 참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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