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고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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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놈, 헤로도토스의 <역사>


1. 인문고전모임에서 <역사>를 완독했다. <역사>는 910쪽 정도다. <역사>는 History의 어원이 된 책이다. 책을 덮자 기원전 440년경에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게 그저 놀랍다. 사마천의 사기가 기원전 100년 정도이니 사기보다 340년이나 빠르다. <역사>는 페르시아 전쟁을 다루고 있다.
 
헤로도토스는 헬라스인과 비헬라스인의 전쟁과 전쟁의 기원, 위대한 업적을 알리기 위해서 책을 썼다고 말한다. 책에는 그야말로 다양한 비헬라스인이 나오는데 그 대표주자가 페르시아다.


 


2. 페르시아 전쟁은 그리스와 페르시아, 자유민과 전제정치의 한 판 싸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노예가 있던 그리스의 자유민과 자유를 오늘의 시점으로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곤란하지만 이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아테네는 50년의 황금시대를 구가하고, 그 그리스 문명이 서양문명의 원류가 되었다.
 
책에는 아테네에서 페리클레스가 탄생했다는 한 구절이 나온다. 헤로도토스는 비극작가 소포클레스와도 친했다고 한다. 모두 황금시대의 정치와 문화와 관련된 일이다.


지금 세계를 이끌고 있는 서양문명이 페르시아 전쟁의 승패에 달렸던 것이다.


 


3. 그런데 <역사>에서 마라톤 전투는 610쪽이 넘어서 나온다. 페르시아 전쟁의 절정인 살라미스 해전은 800쪽 정도다. 책의 2/3가 넘어야 본 전쟁이 나오는 것이다. 영화 300에 나오는 고개를 지킨 스파르타의 300명 결사대도 나온다. 그때까지 헤로도토스는 헬라스와 비헬라스인의 온갖 풍습, 지리, 인간, 정치를 유유하게 기술한다. 그래서 <역사>는 역사서이자 인류학, 지리학, 정치학 책이기도 하다.

이집트 나일강의 범람과 피라미드 건축방법, 미이라를 만드는 기술도 자세하게 설명한다. 지금의 아스완 댐이 있는 엘레판티네와 이디오피아도 나온다. 그래서 스스로가 이 책에 탐사라는 제목을 붙였던 것이다.


마라톤 전투에서는 소식 전달을 직업으로 하는 장거리 주자가 나온다. 오늘의 마라톤 기원인 것이다.


 


4. 이 책은 다양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책의 1/3을 들어내어 아라비안 나이트에 넣어도 좋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페르시아 왕이 ‘관습’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그리스인에게 얼마의 돈을 주면 부모의 시신을 먹겠느냐고 묻고, 그리스인이 놀라며 억만금의 돈을 줘도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대답하자 인디아의 부족에게 얼마의 돈을 받으면 부모의 시신을 먹지 않고 화장하거나 매장하겠느냐고 묻자 그들은 그런 불경한 소리를 하지 말라고 통곡한다.


헤로도토스는 그처럼 민족성과 관습의 상대성을 자세하게 쓴다. 그는 페르시아 크세르크세스왕의 뛰어난 점도 가감없이 기술하고, 델포이의 예언녀 퓌티야가 뇌물을 받고 거짓 신탁을 내렸다는 (당시로는 엄청난 반역죄에 신성모독죄에 걸릴 일) 사건도 기록한다.


 


5. <역사>에는 페르시아 크레르크세스 왕이 그리스로 원정을 하면서 트로이 전쟁의 옛 성터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고 제물로 소를 바쳤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 장소는 슐레이만이 트로이를 발굴하면서 사실로 밝혀졌다. 많은 사람이 트로이 전쟁을 신화로 생각했지만 말이다.


 


6. 헤로도토스는 자신은 들은 대로 전할 의무는 있지만 반드시 믿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리스 특히 아테네의 업적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공평하고, 객관적으로 다른 민족의 장단점을 알린다.


<역사> 완역본은 도전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2400년 전과 지금의 인간성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발견하는 것도 큰 소득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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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혜정 2009.12.23 19:20
    사기를 완독하고 나면 역사를 읽을 생각입니다. 언급해 주신 부분 외에 어떤 내용이 더 숨어 있을지 기대가 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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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태 2009.12.23 19:20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좀더 젊은날 읽었어야 했는데 지금 읽으려니 너무 힘드네요.
    정광모위원님 대단하시네요.
    계속해서 좋은 고전 많이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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